뉴욕 아티스트
손보미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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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꼭 한 번 뉴욕에 가보고 싶다. 뉴욕에 다녀온 사람 중에 비싼 물가와 언어, 문화 등의 차이로 고생하지 않은 사람 없고 힘들지 않았던 사람 없는 거 다 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성공하지 않은 사람 없고 뉴욕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없다. 힘들지만 그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도시, 꿈이 있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공평한 도시, 세계의 중심, 온갖 인종과 민족의 샐러드볼. 그곳에 가보고 싶다. 언젠가 꼭 한 번.

 

 

손보미가 쓴 신간 도서 <뉴욕 아티스트>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뉴욕에 가보고 싶은 열망이 들었다. 저자 손보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약 3년 간 존슨앤드존슨에서 마케터로 일했으며, 5년 동안 25개국을 여행하고 6개국에서 봉사 활동을 한 경험을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이라는 책을 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2012년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20대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은 어마어마한 경력의 소유자다. 모두가 부러워 할 '스펙'을 지닌 그녀는 현재 문화예술 마케팅 전문 기업 '프로젝트 에이에이'를 창업해 CEO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 책은 문화예술 산업에 관심이 많은 그녀가 뉴욕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고 취재한 결과물이다. 멋진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그녀도 멋있지만, 그녀가 만난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또 어찌나 멋있던지. 뉴욕, 아 정말 꼭 가보고 싶다.

 

 

나는 저자가 하는 일은 물론 예술과도 관계 없는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공감가는 대목이 예상외로 많았다. 첫번째는 디올에서 VMD로 재직 중인 한국인 이유나씨의 멘트. 자신의 일을 무척 사랑하지만, '내 존재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일을 해내는 것이 문제인 곳'에서 나름의 쓸쓸함과 고독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그녀의 말을 읽으며, 나 역시 내가 하는 일과 공부를 사랑하지만 나의 존재따위 중요하지 않은 이곳에 계속 남아야 할 의의를 찾지 못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떤 일을 어느 정도로 해야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비슷한 이유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광고 아트 디렉터 토미 케인의 멘트에도 깊이 공감했다. 주변 사람들이 칭찬해주니까 신이 나서 계속 그림을 그렸지만, 막상 예술학교에 입학해 쟁쟁한 친구들과 재능 있는 사람들을 겪고 보니 나는 천재가 아니라 그저 조금 잘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분. 그 기분이 지금 내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림을 그리다보니 우연한 계기로 주목을 받게 되었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찾는 작가가 되었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재미교포 3세 작가 샤론은 내가 좋아하는 故 스티브 잡스의 명언 "경험이 하나의 점(connecting the dots)"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녀는 재미교포로서의 정체성과 전업작가가 되면서 해야 했던 모든 경험들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의 경험들은 지금 어떤 운명으로 나를 이끌고 있는 걸까? 명문대생에서 외국계 기업 마케터, 여행가, 작가, 그리고 문화예술 기업 CEO로 거듭 변신하고 있는 저자 손보미의 삶처럼 내 인생도 또 한번 탈피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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