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 - 네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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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시지도 않는 기도를 왜 해야 하나요?" 유명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현재는 20년째 여행하며 글을 쓰는 힐링라이터로 변신한 곽세라의 신작 <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를 읽다가 이 문장에 눈길이 멈췄다.


이 책은 화자인 '나'가 천리 앞을 보는 장님 '해리',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 별을 이야기하는 소년 '야란'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일종의 환상동화다. 어느 새벽 '나'는 기차역에 있었다. 기차역의 대합실에는 나와 소년, 수녀님밖에 없었다. 열네댓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백발의 수녀에게 들어주시지도 않는 기도를 왜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수녀는 이렇게 답했다. "... 부모들도 사랑한다고 해서 어린 자식이 조르는 것을 모두 들어주진 않지 않니? 하지만 일단 아들딸이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해. 네가 원하는 바로 그때, 원하는 바로 그걸 주진 않을지 모르지만 들어뒀다가 너의 때가 무르익었다 싶을 때, 너에게 적당하겠다 싶은 걸로 골라 주는 것이 더 크고 현명한, 진정 너를 사랑하는 보호자가 하는 일이란다."


얼마 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다는 샤먼 해리를 만나러 간다. 해리는 손을 만지면 그 사람의 앞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앞날이 어떤지 묻는 '나'에게 해리는 이렇게 답한다. "사람들은 던져지는 덩어리에만 관심이 있다. 그 덩어리로 그들이 무얼 할지가 진짜 운명인데도. '당신은 내년 봄에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뛸 듯이 놀라며 절망하지. ... 하지만 그 사고로 병원에 누워 지내는 3달 동안 그간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고 깊이 있게 생각한 끝에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내는 것도 분명 일어날 일이다. 그가 선택하기만 한다면."


행복해지려고 라다크에 가겠다는 '나'에게 해리는 이렇게 충고한다. "먼저 행복해져라. 행복해지거든 라다크에 가. ... 행복한 사람이 되어서 가면 세상 어디든 행복할 거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신발과 같아. ... 밑창이 튼튼한 신발을 신은 사람은 가시덤불이 나와도, 얼어붙은 강을 만나도 웃으며 성큼성큼 건널 수 있다. 불행한 채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맨발로 길을 떠나는 것과 같아."


사실인지 허구인지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은, 놀랍게도 저자의 상상이 아니라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실제로 겪은 일들이라고 한다. 저자는 행복한 삶, 만족스러운 삶, 가슴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선택하지 않을 힘, 가슴 뛰지 않는 일엔 발을 들여놓지 않을 용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는 얽히지 않을 배짱을 갖춰야 한다고 충고한다.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진심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조언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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