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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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연애 소설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던 소설이다. 그러다 작년 말에 이 소설이 각종 올해의 책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걸 보고 그제야 궁금해져서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몹시 좋았고, 하마터면 이 좋은 소설을 놓칠 뻔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놓치는 소설이 대체 얼마나 될까(아아...).


이 책 <경애의 마음>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출간되기 전에 계간지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읽는 내내 십몇 부작쯤 되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덕분에 반도 미싱에 취업했으나 업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팀장도 아닌 '팀장대리'에 머무르는 상수는 사내 파업에 참여한 이후로 진급하지 못하고 창고지기 비슷한 일을 하는 경애를 눈여겨본다. 회사에서 왕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지만 생계 때문에 차마 사직서를 내지 못하는 경애를 보다 못한 상수는 자신의 팀의 유일한 팀원으로 경애를 영입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팀장과 팀원으로 회사 생활을 해나간다.


기까지만 보면 회사를 무대로 펼쳐지는 오피스 소설인가 싶은데, 상수와 경애의 해묵은 인연과 숨겨진 관계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다른 색채를 띤다. 알고 보니 상수와 경애는 같은 친구를 둔 '친구의 친구' 사이였고,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 친구를 오랫동안 남몰래 애도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애도하는 마음은, 단순히 인생에서 가장 예민한 시절에 만난 특별한 사람을 추억하는 마음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나 재난처럼 스스로 택하지 않는 고통을 똑같은 시기에 똑같이 당하며 똑같이 견뎌낸 사람들이 공유하는 연대감 같은 것이다. 같은 기억,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을 연애 감정이라고 일컫는 건 지나치게 얕고 가볍다. ​ 


결말이 궁금해 허겁지겁 읽은 것이 아쉽다.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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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9-02-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본 영화 케이크 메이커가 생각나는 이야기군요.

키치 2019-02-08 08:35   좋아요 0 | URL
오 궁금하네요! 영화 케이크 메이커, 찾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