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를 찾아서 - 『고양이가 없는』 단편집
와키타 아카네 지음, 김주영 옮김 / 메모리얼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독신 여성 직장인 가와이의 꿈은 언젠가 고향인 섬마을에 커다란 집을 짓고 고양이 나기와 함께 사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와이는 회사에서 상사가 끊임없이 성추행을 하고 동료들이 험담을 해도 모르는 척 웃어넘긴다. 나만 참으면 돈이 모이니까, 그 돈으로 나기랑 섬으로 갈 거니까,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참고 버틸 생각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기가 사라진다. 전단지도 붙이고 경찰서와 보호 시설에도 가본다. 매일매일 퇴근길에 찾으러 다니지만 나기는 어디에도 없다. 나기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 


감각적인 작화와 독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인 만화가 와키타 아카네의 첫 단편집 <나기를 찾아서>를 읽었다. <나기를 찾아서>에는 표제작 '나기를 찾아서'를 비롯해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집 나간 고양이 나기를 찾는 독신 여성 직장인 가와이의 모습이 애처로운 '나기를 찾아서', 오랜만에 놀러 온 조카와 놀아주기 위해 고양이 흉내를 내는 이모 히토미의 모습이 귀여운 '고양이의 눈망울', 몸에 고양이 모양의 점이 생겨서 병원에 갔다가 충격에 휩싸이는 츠무기의 모습이 안타까운 '츠무기의 미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친구 미오를 부러워하는 여자 고등학생 아키노의 이야기를 담은 '파란 하늘과 구름의 궤적', 혼자 여행을 떠난 곳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난 모모의 이야기를 그린 '모모와 하야나기의 섬' 등이다. 





이 책에 나오는 다섯 명의 여자들은 모두 고양이를 찾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찾는다. 회사에서 상사의 성추행과 동료들의 험담을 참으며 지냈던 가와이는 그동안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가까스로 인정한다. 고향에 돌아가 나기와 함께 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차피 죽을 땐 다들 혼자라고, 그러니 취업도 결혼도 인간관계도 무의미하다고 버릇처럼 말했던 츠무기는 큰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죽으면 끝이므로 살아 있는 지금을 감사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진심으로 체감한다. ​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많은 사람들 - 특히 여성들 - 이 여러 동물 중에 고양이를 특별히 아끼고 애정 하는 것은 고양이가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길들여지지 않고 아무도 길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유롭고 어디서나 당당하다. 그런 고양이처럼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더욱 사랑스럽고 곁에 두고 싶은 존재로 만드는 건 아닌지. 밤마다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나만 고양이 없어!'를 외치는 랜선 집사인 나도 언젠가 찾고 싶다, 나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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