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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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조선희의 포토 에세이 <내 마음의 빈 공간>이 출간되었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조차 알 정도로 유명한 작가라서 속이 꽉 찬 나날을 보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저자가 솔직하게 드러낸 '마음의 빈 공간'은 예상과 달리 넓고 휑했다. 언제나 20대로 살아가고 싶은 저자에게 나이에 맞게 살라고, 행동하라고, 너는 지금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 한 달 혹은 두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어시스턴트 친구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이 바닥.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디지털이니 뭐니 모르는 용어들... 어쩌면 이렇게 내가 가진 고민들과 꼭 닮았는지. 스쳐 지나간 적도 없는 저자가 친한 언니처럼 다정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한다. 삶에서 틀린 것이란 없다. 그저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는 남과 다른 것이지, 남보다 틀린 것이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역량이나 크기에 걸맞은 '자기 자리'가 있다. 자기 자리를 가지는 데에는 약간의 흔들림과 뒤틀림이 필요하다.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며 자리를 찾듯, 사람의 들고남도 저마다 자리를 찾는 데 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그동안 살면서 괴롭고 불안하지 않았던 시절은 없었다. 어쩌면 그 괴로움과 불안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괴로움과 불안에 짓눌리지 말고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자. 


가볍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은 물론 몸도 가벼워져야 한다. 저자는 스님이 된 친구 효원의 말을 인용한다. 효원은 늘 지금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집에 돌아가면 두 켤레의 신발만 남기고 정리하라고 말한다. 물론 저자는 두 켤레의 신발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 어쩌면 영영 두 켤레의 신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싹 다 정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에 신발 두 켤레만 남기는 법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제 그들을 '마음의 빈 공간'에 들이고 그들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며 살겠다고 말하는 저자는 여전히 멋지고 새롭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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