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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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고 싶어서 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택했으나,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관심은 사람으로 옮겨갔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다.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사회심리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떻게 도덕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현재는 정치심리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민주당 지지자인 저자는 오랫동안 공화당 지지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이슈에 대해 왜 민주당 지지자는 찬성하고 공화당 지지자는 반대하는지(혹은 그 반대), 왜 '우리'와 '저들'은 다른지, 영영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건지 알고 싶었다. 대학원에서 도덕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한 저지는 연구실 사람들과 다수의 심리 실험과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스스로 타당한 근거에 의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다음 근거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예를 들어 조사원이 "낙태에 찬성하는가?"라고 물으면 참가자가 "예" 또는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까지는 쉽게 하지만, "왜 찬성(또는 반대)하느냐?"라고 따져 물으면 "그래야 하니까",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서",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서", "종교 단체에서 그게 옳다고 해서" 등등 빈약한 논리를 대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 타당한 근거와 합리적인 추론에 기반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성장 과정이나 가정 환경, 교육, 직업, 또래 집단, 언론 매체 등이 영향을 받아 어떤 입장인지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근거를 수집하거나 사고방식을 교정한다고 설명한다(어떤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사람들은 스스로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전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어떤 입장을 정할 때 감정이 좌우하는 비중이 높고 이성이나 합리성은 비중이 매우 낮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사이에 교집합은 없을 것 같지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의외로 둘 사이에 교집합이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수만 명을 대상으로 배려/피해, 자유/압제,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등 6가지 가치에 대한 입장을 평가하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 왔다. 결과는 매번 비슷했다. 보수주의자는 6가지 가치를 골고루 중시한 반면, 진보주의자는 배려/피해, 자유/압제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겼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을 보면, 그 대상만 다를 뿐 입장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보주의자는 이민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상이군인, 노인 등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 식이다. 결국 둘 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데 그 대상이 멀거나 가깝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저자의 일화가 많아서 술술 읽힌다. 저자의 TED 강연 영상도 볼 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sRi2oq6ZR8). 저자의 다음 저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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