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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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질리도록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건, 즐겨듣는 팟캐스트 '요조,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 강원국 편을 듣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요조, 장강명 같은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입을 모아 이 책이 재미있다고, 직업 작가로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하는데 안 읽고 배길 수가 없었다. 읽어보니 요조, 장강명이 칭찬할 만하다. 쓸모 있고 재미있다. 


저자 강원국은 28년 넘게 '글밥'을 먹었다. 증권회사 홍보실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대우그룹 회장의 연설을 쓰다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 연설 비서관으로 재직했고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를 썼다. 이쯤 되면 누구보다 글 쓰는 데 자신이 있고 글쓰기가 무척 쉬울 것 같은데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가 귀찮고 힘들어서 각종 딴짓을 하다가 겨우 책상 앞에 앉고, 책상 앞에 앉아서도 글이 잘 써지지 않아서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때가 많다. 


이 책은 저자가 글을 쓰기 위해, 기왕이면 더 잘 쓰기 위해 수많은 책에서 배우고, 사람에게서 배우고, 경험과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배운 노하우를 담고 있다. 정신이 번쩍 드는 조언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중에 하나만 꼽는다면 나에겐 이 대목이다. 


1990년 신입사원 연수 때, 첫 시간에 인사부장이 '개발과 계발'의 차이를 물었다. 대답을 못하자 '보전과 보존', '부분과 부문', '운영과 운용', '파장과 파문', '회고와 회상'의 차이를 연달아 물었다. 아무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 그분이 일갈했다. "나는 농고 나온 사람입니다. 여러분 중 대다수는 일류대를 나왔습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155쪽) 


그날 이후 저자는 단어마다 어떤 고유의 뉘앙스가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강의, 강연, 강좌, 강습, 강론, 강독의 차이는 무엇일까. 유머, 위트, 해학, 기지, 재치, 익살, 풍자, 조크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런 차이를 알면 글 쓸 때 상황에 맞는 단어를 구사하게 된다.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 차이를 가지고 글을 쓸 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자존감은 키우고 자존심은 죽여라', '우리는 왜 부자보다 자산가가 되려고 할까' 등이다. 


저자는 글을 쓰기에 앞서 세 가지를 한다. "우선, 내가 써야 할 글의 키워드가 들어 있는 칼럼을 한두 편 읽는다. 그래도 생각이 안 나면 동영상 강의를 한두 편 듣는다. 그렇게 해도 생각이 안 나면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관련된 책의 목차를 몇 개 본다."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무의식으로도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저자는 하루 3줄 이상 쓰는 게 목표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안경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글쓰기 모드'로 바뀐다. 이 밖에도 꼭꼭 씹어먹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조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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