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만든 영화감독 이경미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연재하는 채널예스 칼럼이 좋아서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기대했는데 읽어보니 역시 좋다(꿀잼이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저자는 성우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지 못했다. 졸업할 때 하필 외환위기가 터져서 취업을 못할 뻔하다가 겨우 한 회사에 취업했는데, 그 회사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왓 더 헬'이라서 다니는 동안 내내 과중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와 상사의 성희롱 등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장난삼아 영화 학교에 원서를 냈는데 그게 덜컥 붙었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감독이 되었고, 짝사랑하던 남자가 하필이면 내 친구와 바람난 게 속상해서, 집주인이 갑자기 전세금을 올려서 등등의 이유로 시나리오를 쓰고 보니 감독작이 두 편이나 생겼다. 계획대로 된 건 1도 없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이 정도면 너무 괜찮은 인생 아닌지. 


저자의 인생에서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잘 된 일 중 최고는 역시 결혼인 것 같다. 영화 <비밀은 없다>가 흥행에서 참패한 후 집에만 처박혀 있다가 임필성 감독의 손에 이끌려 간 파티에서 만난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다. 스스로를 '백인 포비아'라고 칭할 만큼 백인을 무서워했던 저자가 백인인 현재의 남편에게 반한 건, 그가 자신의 영화 <비밀은 없다>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팬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3백만 명을 잃고 한 명을 었었다.'라고 말하는 저자. 너무 멋있고 너무 부럽다. 남편 '권필수' 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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