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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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는 유년기에 아버지로부터 당한 폭력과 성적 학대로 인해 마약에 빠지고 트라우마에 시달린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5부작 소설이다. 제2부 <나쁜 뉴스>는 시간이 흘러 스물두 살이 된 패트릭이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뉴욕에 갔다가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다. 


'그게 나쁜 소식이라고? 

정신이라면, 거리에 나가 춤추지 않을 정신, 너무 표나게 웃지 않을 정신이 필요하겠지.' 


패트릭은 기숙 학교에 입학해 집을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다. 아버지는 매일 패트릭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패트릭을 때렸고, 때로는 패트릭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기도 했다(패트릭이 아버지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지는 제1부 <괜찮아>에 나온다). 이로 인해 패트릭은 십 대 시절은 물론 이십 대가 된 지금까지도 약물에 의존하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싸운다. 아버지에게 극도의 증오와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런 몹쓸 인간이 하필이면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아버지라는 사실에, 어쩌면 자신도 아버지 같은 인간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떤다.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패트릭은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다. 만나는 사람마다 패트릭에게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묻고, 패트릭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다들 유감이라고, 안 됐다고, 힘들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패트릭은 유감 비슷한 감정조차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이 아버지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 얼마나 훌륭하고 자비로운 사람이었는지 - 설명할 때마다 욕지기가 끓어오른다. 이들은 아버지가 제 자식을 어떻게 대했는지, 하나뿐인 자식에게 어떤 모욕과 폭력과 학대를 행사했는지 꿈에도 모른다. 패트릭은 자신이 아버지의 실체를 아는 유일한 증인이자 목격자이자 피해자라는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한다. 


"... 패트릭, 절대로 잊지 말게. 

아버지가 자네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자네도 물론 그걸 알겠지. 정말 자랑스러워했어." 

패트릭은 토할 것 같았다. (167쪽) 


열여덟 살 때의 일이 생각났다. 정신병원에 있었을 때 왜 그곳에 있는지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아버지는 아주 짧은 답장을 보내왔다. 패트릭이 이탈리아어를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 이탈리아어로 쓴 편지였다. 그게 무슨 내용인지 조사해 본 결과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구절이었다.

'네 혈통을 생각하라 / 너는 미덕과 지식을 추구하라고 만들어졌지 / 짐승들 가운데 살라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183쪽) 


아버지의 지인들은 아버지가 패트릭에게 잔인하게 굴었다면 그것은 신경증의 발현이거나 잘못된 양육 방식에 불과했을 거라고 말한다("아버지가 다 너 잘 되라고 때린 거야." 이런 식이다). 그러자 패트릭이 이렇게 말한다. "잔인은 사랑의 반대이지, 무슨 표현되지 않은 사랑의 변형은 아니죠." 


학대를 사랑으로, 폭력을 관심으로 오해하고 미화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반드시 읽히고 싶다. 설사 당신에겐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었을지 몰라도, 대상이 된 사람이 그것을 학대나 폭력으로 느꼈다면 그것은 학대나 폭력이다.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아버지가 입힌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패트릭을 보라.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못 뻗고 잔다'는 말은 말일뿐, 맞아본 사람은 맞은 기억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갖은 노력을 해도 잊히지 않는지 알 것이다. 괴물이 괴물을 만든다. 부디 스스로 괴물이 되지도 말고, 괴물을 만들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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