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국은 죽는 날 빈손인 게 인생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물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나침반이다." (13쪽) 


거침없는 발언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여러 번 화제가 된 명진 스님의 책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가 출간되었다. 스님이 쓴 책이라고 하면 불교의 가르침이나 삶의 철학을 담담하게 풀어쓴 책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명진 스님의 평소 발언이나 행동처럼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 이유부터 동생의 죽음과 그로 인한 깨달음, 이후 조계종 내부의 비리와 폐단을 고발하고 개혁, 진보 운동을 펼치다가 미운 털이 박혀 쫓겨나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저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네 살 터울의 동생이 군대에서 유명을 달리한 일이다. 1974년 2월 22일 통영 앞바다에서 해군 예인정이 침몰해 해군 훈련병 백육십 명이 죽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있었다. 저자는 당일 뉴스를 보고도 설마 내 동생이 죽었으랴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날 저녁 늦게 집으로 들어가 동생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들었고 사흘 뒤 동생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자는 행복이 그리 크지도 않고 멀리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생이 살아있을 때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잘해주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다. 


오늘날 한국의 일부 종교인들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성공과 출세를 탐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하는 것을 비판한다. "지금 불교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절에서 신도들의 돈을 횡령한 사건도 있고 논문을 표절하거나 학력을 속인 채 요직을 맡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자식을 숨겨둔 고위직 승려도 여럿 있다." 저자는 현재 조계종 내부를 비판하다 승적을 박탈 당했지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 해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항상 이익보다 정의를 택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한다. 스님의 시원하고도 강직한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마음에 죽비처럼 내려 꽂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