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케이트 샤츠 지음, 미리엄 클라인 슈탈 그림, 이진규 옮김 / 티티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여자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 하나요?" 1985년 미국 뉴욕 한복판에 고릴라 가면을 쓰고 나타난 여성 예술가 집단 '게릴라 걸스'가 남긴 말이다. 당시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겨우 5퍼센트만이 여성 작가의 것이었고, 85퍼센트가 여성의 누드화이거나 여자 조각상이었다. 이들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술계 내부의 여성 혐오와 차별을 고발하고 폭로하고 있다. 이들이 30년 넘게 활동했다는 사실보다도, 30년이 지나도 미술계 내부에 '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에는 게릴라 걸스를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의 이야기 40편이 담겨 있다. 사포나 공자보다도 앞선 시대에 작품을 남긴 세계 최초의 작가를 아는가. 기원전 2285년에 태어난 메소포타미아의 왕녀이자 제사장이자 시인이자 교사였던 엔헤두안나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의 준코 타베이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올랐다. 우간다의 카샤 재클린 나바게세라는 언제든 살해당하거나 처벌당할 위협을 느끼면서도 고국에서 LGBT 인권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가 에니악이라는 사실은 유명하지만, 에니악을 작동하고 관리한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다. 


이 책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남극대륙까지,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편견과 차별에 맞서고 훌륭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아쉽게도 이 중에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책 뒷부분에 미처 다루지 못한 인물로 선덕과 유관순, 나혜석의 이름이 오른 게 전부다. 일본 여성도 있고 중국 여성도 있는데 한국 여성은 왜 없을까. 개정판이 나오기 전까지 이 책에 한국 여성이 나온다면 누가 좋을지 생각해 봐야겠다(벌써 몇몇 이름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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졔졔 2018-04-1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히든피겨스가 생각납니다. 흑인이라 차별받고, 여성이라 곱절로 고통받지만 엄청 멋있게 일하고 인정받거든요. 그나마도 “숨은”영웅이 되고 말지만ㅠ 꼭 읽고싶은 책이에용!

키치 2018-04-16 10:24   좋아요 1 | URL
히든피겨스 넘 멋있죠!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 히든피겨스 좋아하신다면 이 책도 엄청 마음에 드실 것 같아요.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