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보고서 네오픽션 ON시리즈 21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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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단편 "책 도둑"으로 공직문학상 금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그렇게 할 수밖에"로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저자는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소설가는 되는 이중생활을 이어오며 현재는 "그렇게 할 수밖에"의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특이사항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금요일 5시 45분,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남자가 엽총을 든 채로 실업급여과로 들어옵니다. 그들 중 한 명은 입구문을 잠그고 두 대의 키오스크를 문 앞으로 옮겼고, 또 다른 한 명은 창구 방향으로 뛰어들어 직원들을 향해 손들고 벽에 붙으라고 소리칩니다. 누구도 움직이지 말라며 자신의 몸에 달린 폭탄을 보여줍니다. 직원들은 위험한 사태라는 것을 그제야 실감합니다. 남자는 여기서 개수모를 당해서 복수를 하려고 왔다며, 친절한 사람 한 명만 나가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3번 창구 직원이 용기를 내어 말했지만 남자는 그게 친절한 거라며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런데 3번 창구 직원이 아닌 4번 창구 직원이 어깨를 붙잡고 쓰러져 있습니다. 솟구치는 핏물이 웅덩이를 만들고, 동료들이 옷을 벗어 출혈 부위를 눌러줍니다. 병원에 가야 한다고 사정했지만 남자는 들어주지 않았고, 4번 창구 직원의 호흡은 느려지고 신음도 잦아듭니다. 또 다른 문제를 내며 직원들을 압박하던 남자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전산 작업을 하던 일행과 함께 입구로 가서 키오스크를 밀어내며 사라집니다.

주안 경찰서 형사 진욱과 팀들은 실업급여과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하드웨어 자체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주변 CCTV를 확보해 범인들을 추적하지만 동선부터 철저한 계획을 짠 움직임에 조사가 쉽지 않습니다. 천안의 한 저수지에 잠겨 있던 차량이 발견되어 서경우와 김정모 형사는 국과수로 검사를 보냈습니다. 일주일 뒤 부검 결과에서 피해자의 지문은 훼손되었고 사망 원인은 경부 질식사로 살인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신분증을 통해 확인된 신원은 박지강으로 차량 소유주입니다. 그의 집으로 갔더니 오피스텔은 말끔히 비워져 있습니다. 가구나 개인 물품은 모두 치워졌고, 욕실은 락스를 풀어 청소를 끝낸 상태입니다. 넉 달 전 오피스텔을 나서는 박지강의 마지막 모습을 오피스텔 CCTV에서 확인합니다.

4번 창구 직원인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지금 나는 생과 사 어느 면에도 속하지 않는 기이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육신과 그 육신을 떠난 영혼이라는 이중적인 상황으로 누구도 나를 볼 수도, 나의 말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2번 창구 직원 호찬과 손이 스치며 나(이안)를 보고 들을 수 있게 됩니다.

테러 현장에 있던 직원들 중 세 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나머지 재윤, 호찬, 진희를 본부의 사무관들이 면담하며 직원들의 공모 여부를 의심합니다. 경찰은 복면들이 개인 정보와 기업 정보 등을 유출했다고 브리핑합니다. 범죄의 목적이 불친절과는 관계없는 개인정보 해킹에 있다는 발표입니다. 직원들의 주의와 수사의 방향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라며,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범죄라고 합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으며, 공모자는 누구인지, 차에서 죽은 남자는 누구인지, 영혼이 된 나는 어떻게 될지, <특이사항 보고서>에서 확인하세요.




내가 '나'일수 있는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규정됩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면 나를 정의 내릴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나와 다른 타인들이 있기에 나는 '나'로 존재합니다. 타인들의 기억에서 이런 '나', 저런 '나'가, 내가 생각하는 '나' 등이 합쳐져서 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란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사람들 속에 있지 않은 존재라면, 고독과 외로움이 사무칠 겁니다. <특이사항 보고서>에서의 이안도 그런 존재가 됩니다. 그런 이안을 유일하게 알아보는 존재인 호찬이 그녀의 말에 대답했을 때 이안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대답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소통만으로 홀로 있던 이 세계의 모서리가 조금씩 깨어졌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하는 것을 말하는 (의사)소통은 서로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책을 읽으며 소통에 대해, 타인의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존재한다는 확인은 이토록 단순명료했다.

서로를 향한 응답만으로 충분했다.

이 광활한 우주의 어둠과 막막함을 가로질러 오는

누군가의 응답은 기적이었다.

우주에서 보자면 창백한 푸른 점 위에 먼지 같은 존재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삶을 버텨낼 수 있었다.

p.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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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세계사 - 생명의 탄생부터 세계대전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든 역사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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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이언스 픽션(SF) 작가·사회학자·역사학자인 저자는 SF 문학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웰스는 최초로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소설 "타임머신"으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투명 인간", "우주 전쟁", "모로 박사의 섬"과 정치, 사회,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200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인류의 세계사>를 보겠습니다.



지구의 탄생 이후 엄청난 시간 동안 생명체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암석 기록들을 통해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해 지구에 떨어진 생명은 없습니다. 생명은 계속해서 성장해왔습니다. 지질시대 표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신생대 중반(플라이오세), 이미 턱뼈와 정강이뼈 등 인류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유인원(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유인원과 인류의 중간 형태를 가졌는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서식했습니다. 인류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진화해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니라 한 종에서 다양한 종으로 나뉘고, 서로 공존한 끝에 남은 종이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구석기, 신석기를 거치면서 문명이 발달하고 문자도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상형문자, 상 왕조가 설명에 등장하고, 그리스 고대 철학과 사상을 설명합니다. 동양의 사상적 기반이 된 불교와 석가모니, 공자와 노자도 언급합니다.

로마 제국과 페르시아, 이슬람 제국, 교황 시대, 신성 로마 제국 등의 역사와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 역사도 함께 소개합니다. 종교 개혁과 식민지 정복 전쟁, 미국의 독립 전쟁, 프랑스 혁명, 기계혁명과 산업혁명, 근대 정치 사회사상, 미국의 역사, 제국주의 시대로 향해가고,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으로 끝을 맺습니다.




<인류의 세계사>는 지구의 탄생부터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으로 끝납니다. 마지막 장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승전국과 패전국의 협상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승전국 국민은 그들이 당한 손실과 고난만 생각했고, 패전국 국민도 똑같은 대가를 치렀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전쟁은 지나치게 좁은 지역 안에서, 강력한 무기를 지닌 다수의 주권 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전쟁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정치적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약 20년 뒤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전쟁이 반드시 일어나고 말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됩니다. 민족, 인종 간의 원한과 분노, 종교 등의 이유로 서로를 미워하지만, 우리 모두의 진정한 국적은 '인류'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대가 전쟁과 폐허, 불안과 곤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지금 벌어지는 전쟁을 생각하면 암담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비전을 향해 꾸준히 진보하는 인류의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면, 인류의 역사는 평화로 향해 가고 있으며, 이 과업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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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회고록 네오픽션 ON시리즈 19
김연진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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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전공했고, 철학을 즐기며, 문학을 쓰는 저자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을 전공했습니다. 단편소설 "라크리모사"로 제65회 서울대학교 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악의 회고록>을 보겠습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로 시작하는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 말루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위대한 정신을 가진 자들이 모인 '인탈리엔'에서 전통에 따라 8살 무렵 초급 교육기관인 씨앗 공동체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친구 에스투스가 자신의 펜을 자랑하는데, 말루스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행동에 옮겨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습니다. 에스투스는 펜을 찾았지만 다른 친구에게서 연필 한 자루를 건네받고 즐겁게 웃어 보였습니다. 말루스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0살 정도가 되었을 때 남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가족이자 인탈리엔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인 할아버지에게 이것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말루스의 거짓말 또한 서로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며 아직 이유를 깨닫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자라면서 말루스는 배고플 때, 피곤할 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가슴속에 이상한 울컥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말할 수 없는 사전'이라는 노트에 그 느낌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14살 오래전부터 느껴온 생소한 감정들로 인해 예민하고 피곤한 상태였던 말루스를 보고 친구들은 이런저런 방법을 내놓으며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관심이 동정이라 느낀 말루스는 소리를 질렀고, 집으로 돌아와 '말할 수 없는 사전'에 '아ㄱ'이란 글씨를 쓰며 이름을 붙였습니다.

심심했던 말루스는 에스투스를 한번 툭 건드렸고, 계속 웃던 에스투스를 보며 어깨를 강하게 가격했습니다. 왜 그러냐는 말에 그냥이라고 말했고, 그 말에 그냥 넘어갑니다.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값을 치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말루스는 에스투스가 갑갑하고 답답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소리칩니다. 그 말을 들은 에스투스는 부족한 점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며 그 사실을 알려준 말루스에게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그래서 말루스는 그에게 악을 조금씩 가르치기로 합니다. 18살이 되어 공동체 생활을 졸업하고 말루스는 에스투스를 가르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악을 탐구하는 데 몰두했고 에스투스도 조금씩 성장해 연구를 도왔습니다. 그동안 에스투스는 기쁨 3부작을 출간했고, 할아버지는 죽었습니다. 홀로 망가져가는 말루스를 지켜보던 에스투스는 그동안 악에 대해 조언해 주었던 내용과 평소 나누었던 대화를 바탕으로 악에 대한 사고 체계를 정리해두었다며 책을 내겠다고 합니다.

'악의 기쁨'은 외면을 받았으나, 남부의 한 씨앗 공동체에 화제가 일어났고 근방을 순회하던 에스투스가 이를 발견해 뛰어들어 다섯을 잃고 여덟을 구해냈습니다. 이 사건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에스투스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신념대로 악하게 행동했다는 에스투스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이후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그들은 악을 이해하지 못해도 실행하며 삶에 적용시켰고 모든 사람들이 칭송했습니다. 이제 악의 공동체는 자라 거대한 집단을 만들었고, 세월이 지나 악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악은 당연한 것이 된 인탈리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악의 회고록>에서 확인하세요.




<악의 회고록>은 친구 에스투스에게 쓰는 말루스의 편지로 시작됩니다. 세월이 지나 노인이 된 말루스가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인 에스투스에게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회고록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말루스는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악'이라 명명했고, 친구 에스투스가 쓴 '악의 기쁨'이란 책에 의해 자신의 세상인 인탈리엔에 악이 만연하게 됩니다. 태생적으로 선한 그들은 악을 행함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행복을 얻었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것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악도 선, 선도 선이었습니다. 그전까지 다 함께 행복해지길 원했던 인탈리엔의 사람들은 자신만을 돌보게 되고, 그로 인해 공동체와 사회질서가 붕괴됩니다. 책에 나온 것처럼 남이 아닌 자신을 우선시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인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나쁜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그것만을 추구하게 되면 나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우린 악이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고, 악을 행하길 주저합니다. 하지만 인텔리언의 사람들은 악이 성공 방법이나 유행처럼 생각해 그저 행합니다.

결국 깨닫게 된 말루스는 말합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것이 주체에게 옳게 작용한다면 선이고, 그르게 작용한다면 악이라고요.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행하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하며,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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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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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많은 동네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살며 만화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우리나라 가까이 오고 있다고?",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등에 그림을 그렸고, "반달", "자리", "민트맛 사탕" 등을 쓰고 그렸습니다. 그럼, 저자가 쓰고 그린 <먼지 행성>을 보겠습니다.



태양과 멀어 그만큼 춥고 어두운,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 이곳 행성은 '먼지 행성'이지만 사람들은 '쓰레기 별'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은 다른 행성들의 청정 유지를 위해 그들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으로 태양계의 쓰레기장입니다. 이곳은 중앙 정부가 관리하는데, 나오가 정식 직원이고, 떠돌이 상인 츄리는 시민 등록을 못해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리나는 4살 때 쓰레기 종량 캡슐에 담겨 이곳까지 와서 나오와 츄리에 의해 구해졌습니다. 다음 해 구형 펫봇 깜이를 해리가 쓰레기 캡슐에서 발견했고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나오는 P 행성에서 살았는데 딸이 출장 갔다 오겠다고 인사한 후에 돌아오지 못했고, 3년을 싸웠으나 포기하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각 행성에서 보내는 쓰레기 종량 캡슐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건져 다시 파는 것으로 이들은 생활하고 있습니다. 리나는 산 너머에서 인공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고 깜과 같이 몰래 나갑니다. 그곳에서 기록봇을 발견했고 SOS 신호를 보내 구조요청을 합니다. 창고에 있던 구식 우주선을 고쳐 츄리가 그들을 무사히 데리고 왔습니다.

눈이 계속 내리면서 이곳은 거대한 얼음산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회로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일시적인 정전이나 고장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이곳이 버려졌음을 알게 됩니다. 식량과 보조전력이 얼마 남지 않은 이곳에서 그들은 어떻게 될지, 기록봇이 가진 영상은 무엇인지, <먼지 행성>에서 확인하세요.




언제부터인가 버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어릴 때만 해도 몽당연필에 볼펜 깍지를 끼워 끝까지 썼고, 구멍 난 양말과 옷도 두세 번은 꿰매서 다시 입었습니다. 우산도 고장 나면 고쳐서 사용했고, 연습장도 연필로 한번 쓰고, 볼펜으로 그 위에 다시 썼습니다. 세탁기에서 나온 물도 받아서 걸레 빨고, 그 물은 베란다 청소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아끼면서 살았는데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국이 되면서 졸라맸던 허리 끈을 너무나 쉽게 확 푼 느낌입니다. 이제 소비가 미덕이 된지 오래고, 멀쩡해도 싫증 나면 바로 버립니다. <먼지 행성>은 물건도, 사람도 쉽게 버려지는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로봇뿐만 아니라 아이도 쓰레기 종량 캡슐에 넣어 버립니다. 그렇게 먼지 행성, 일명 쓰레기별에 버려진 리나와 펫봇 깜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딸을 잃은 나오와 떠돌이 상인 츄리에게 구해지고 같이 살아갑니다. 아무 일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지만 결국 이곳도 버려집니다.


버려졌던 기억은, 사랑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p. 153


버려지는 아픔과 헤어지는 아픔 중에 어떤 것이 더 아플까요. 둘 다 겪지 않길 바라지만 둘 중에 헤어지는 아픔이 더 크다고 리나는 말합니다. 다른 이들의 더러움을 모두 끌어안은 먼지 행성에 가족을 놔두고 헤어져야만 하는 리나는 어떻게 될지, 열린 결말이라 더욱 안타깝고 여운이 남습니다. 리나의 앞에 불빛이 반짝이듯 반짝임이 있기를 바라며, 아직 읽지 못한 "반달"을 읽으며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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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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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로 저자는 소설 "고래 233마리",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곽재식의 세균박람회", "유령 잡는 화학자" 등을 썼습니다. EBS와 SBS 라디오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며, 공학박사이며,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슈퍼 스페이스 실록>을 보겠습니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에 보이는 행성들이 천상계의 신령 같은 것이고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신비로운 혼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뉴턴은, 행성이 그냥 떨어지는 돌멩이나 사과와 다를 바 없다고 치고 계산하면 훨씬 더 정확하게 행성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을 별자리나 마법이나 주술로 이해하지 말고, 과학으로 보는 것이 더 옳다는 점을 멋지게 보여준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후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조선 후기 무렵, 중국을 찾아간 유럽인들을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이 전해지자 조선 학자들 사이에도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이 퍼졌습니다. 특히 조선 숙종 시대에 활동한 정치인이자 학자 김석문은 지구가 둥글다는 학설을 연구한 결과 지구가 도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김석문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유럽에서도 지동설이 상식으로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김석문은 지구, 달, 태양 등은 모두 커다란 공 모양의 둥근 물체이며 우주에서 허공에 뜬 채로 이리저리 돌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조선 시대 작가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김석문의 학설을 소개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숙종 시대의 조선은 세계 각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나라가 아니었기에 김석문의 학설은 널리 퍼지지 못했습니다. 만약 조선 학자들이 세계와 활발하게 교류했다면 세계의 과학을 빨리 발전시키고, 조선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도 더 빨리 바뀌지 않았을까요.

별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학자들은 하늘에 어떤 별자리들이 있고, 어떤 별이 보이는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지도처럼 정리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이 1만 원짜리 지폐에서 볼 수 있는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이 그림은 고려 시대에도 전해 내려오던 별자리 지도를 조선 초기에 정리하고 가다듬어 다시 보기 좋게 그려 돌에 새겨놓은 것입니다. 총 1467개의 별이 그려져 있는데, 전 세계에서도 무척 오래된 편에 속합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을 유럽에서 시작되어 유럽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학 기술은 유럽에서 들어온 외국문화이고, 한국의 전통은 과학 기술과 반대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옛날이라고 사람이 어떻게 기술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발전의 속도가 다를 뿐, 한국인들도 오랜 역사에 걸쳐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과학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과학 기술은 한국 문화 속에서도 언제나 중요한 한 부분이었습니다. 저자는 십여 년 간 한국의 괴물 이야기를 정리하고 그에 관한 글을 쓰거나 책을 펴내면서 별에 관한 전설과 하늘 바깥세상과 우주에 대해 상상한 신화를 접했답니다. 한국에서 옛날에 굉장히 유명했던 이야기를 지금은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더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슈퍼 스페이스 실록>에서 천문학과 우주에 대한 한국의 전설, 신화, 옛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옛날 조상들의 천문학과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그에 따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연구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한국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과학 기술이 우리의 문화이고, 원래부터 하던 일이며,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함께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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