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정의 본질 - 누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가?
그레이엄 앨리슨.필립 젤리코 지음, 김태현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결정의본질 #그레이엄앨리슨 #쿠바 #국제정치 #책스타그램
인류가 핵전쟁에 가장 근접했던 때인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기지 사태를 두고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이한 미국과 소련은 어쩌다 그런 사태를 맞이했고, 어떻게 겨우 모면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차원에서의 수많은 해석과 설들이 가능하겠지만, 이들을 가능한 정돈된 프레임으로 묶어보기 전까진 그저 혼란스럽고 서로 충돌하는 이야기일 뿐이겠다. 어떤 안경을 쓰고 읽어내느냐에 따라 초점과 해석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제대로 된 안경인지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이미 1971년에 이를 위한 통합적인 프레임, 세가지 안경을 제시한다. 합리적 행위자로 가정된 단일 국가 차원, 루틴하게 돌아가는 정부 조직 차원, 그리고 정부 내 특정 인물들의 개성을 포함한 정치 차원의 세 분석 차원이 그것. 당시 소련의 자료는 고사하고 미국 정부자료가 공개되기도 이전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정말 훌륭한 구조를 입도선매해둔 셈이다. 덕분에 우리는 미국과 소련, 미국 내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케네디와 흐루쇼프의 레벨에서 개인의 감정적 성향이나 실수까지 포함하여 사건 전후의 인과관계를 촘촘하고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비단 쿠바 사태만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남북한 문제, 북미 관계 혹은 최근의 한일 관계 역시 마찬가지로 접근해 볼 수 있겠다. 탈냉전 이후 폭넓은 맥락이나 경향성으로 보아 한일 관계가 긴장을 더해가고 있다면, 왜 하필 지금 악화일로인지는 (예컨대) 양국 정부 내의 매파 조직이 득세중이라거나 일본 정부 내 외무성이 대장성을 누르고 있는 상황일 수 있겠다. 그에 더해 아베와 같은 양국 정치인들이 카리스마있는 이미지를 구축하여 국내정치와 지지율을 고려한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짚어질 수 있는 거다.
국가의 행동 혹은 국가간 주요 문제에 대한 이해 수준을 좀더 높이거나 풍성하게 할 수 있단 점은 또다른 흥미로운 응용도 가능해진다. 너무 단순한 치환이긴 하겠으나, 국가라는 행위자와 국제관계라는 네트워크를 개인과 인간관계로 바꿔보면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합리적 행위자로서의 개인, 개인이 가진 여러 루틴한 행태와 지위,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 나왔던 것과 같은 심리적인 특성들까지 세개 층위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혹은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의 생리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조직 중 가장 고도화된 것이 국가일 텐데, 그렇다면 회사나 학교, 가정에도 훌륭히 적용해 볼 만한 안경들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