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세기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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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2 세상은 살아서 지옥이었다. 지옥이 아닌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극소소였다. 그리고 그 극소수가 자신의 삶을 지옥이 아닌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누가 악인이 되는 것인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무엇이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이지.

인간의 깊은 몸 속 어딘가에 작은 불씨 하나를 품고 있다가 어느 순간 불꽃을 피우며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파멸로  몰고가는 그 악망성.

백민석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나로서는 「공포의 세기」는 알 수 없는 기분 나쁨과 내가 몰랐던 미세한 부분을 깨우는 것이었다고나 할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수많은 악인들을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백민석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불의 혀'라는 모티브를 통해 보여준 근원적 악마성은 선과 악의 모호함은 조건이 갖추어지면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괴물이 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하다. 그 사실이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기분나쁨과 공포를 안겨준다.

어느 순간 씻어도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처럼 그 냄새는 저 밑바닥에 깔려있는 악마의 불꽃을 피어오르게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는 또다른 악일지도 모른다. 보다 근원적인. 그 악이 피어나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의 우리는 더 정신을 바짝차리고 나와 대면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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