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 박먼지 - 아기 고양이와 함께 자란 어른 사람의 31개월 그림일기
박정은 지음 / 혜화1117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집 책장 고양이 컬렉션에 당당하게 꽂아놓을 수 있는 따뜻하고 귀여운 책이었습니다. No cat no lif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미러 속의 우주 - 대칭으로 읽는 현대 물리학
데이브 골드버그 지음, 박병철 옮김 / 해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명체가 지구에 서식할 수 있는 기간을 천문학적 스케일에서 볼 때 거의 찰나에 불과하다. 앞으로 인류는 자원을 무작정 소모하다가 제풀에 멸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문제를 극복한다 해도 40억 년 후에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면서 지구 전체를 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 볼 때 40억 년이면 꽤 긴 시간이다. 그러나 우주의 기대수명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한순간에 불과하다.


  초딩시절에 봤던 영화 '맨인블랙'의 마지막 장면은 가히 인생 명장면으로 손 꼽을 수 있습니다. 거대했던 지구가 고양이 목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소우주가 되는 것을 보고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의 혼란에 빠져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었죠. 별 생각없이 살고 있던 급식어린이에게 책장에 꼽혀있던 과학만화 '아름다운 우주', 그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던 장면은 충격, 그 이상이었습니다. 금 생각해보면 그 장면은 지극히 철학적인 묘사가 아니었을까요. 거대한 우주 속에 쪼맨한 지구, 그 안에서 복작거리며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 중 하나인 나. 요즘 댓글에 자주 등장하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에 대한 답을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있는 꽤나 심오한 연출이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물리학은 완전히 다르게 보였던 현상들이 동일한 원인의 결과임을 깨달을 때마다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왔다. 


  '백미러 속의 우주'는 끝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우주와 그 바깥세상에 대한 질문, 그에 대한 해답을 정리해놓은 물리과학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와닿지 않는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적어놓은 가이드북이라고나 할까요. 그 어려운 것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고 설명해주고 있는지라 학문성이 짙은 책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친절한 눈높이 교육, 쉬운 예를 이용한 설명, 가끔은 (물리무식자인 제가 잘 이해를 하지 못해서 이게 농담인지 뭔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유쾌한 위트까지 곁들여서 다가가기 쉬운 우주를 '대칭'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설명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은 물리학(일반적으로 모든 과학)을 "추상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그들만의 학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불공정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피아노로 도레미만 배운 사람이 음악의 즐거움을 평하는 것과 비슷하다. ...... 사실 물리학은 우주 전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몇 주 전에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감명깊게 봤었는데, 책을 보는 내내 그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나왔던 블랙홀에서부터 사건의 지평선, 영화에 나왔던 우주선이 왜 도넛모양이었어야 했는가에 대해서까지. 고등학생 시절 물포자(물리포기자)는 그냥 재미로 보고 넘겼던 영화의 장면들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을 깨닫고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아는만큼 보였던 영화였던거죠. (기계과 출신인 신랑이 영화를 세번이나 '열광하며' 봤던 이유는 아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였나봅니다.)



인생은 여행이다. 공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지만, 시간을 따라 흘러가는 것도 여행이라면 여행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 축에서 '1초당 1초씩' 미래로 이동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여행일 것이다. 


  이 책을 보고 저의 물리학 지식이 업그레이드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책에서 읽은 엠씨스퀘어가 대강대강 대충대충 이런 것이라고 아는 척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매우 큰일날듯...!) 하지만 TV 다큐에 관련 내용이라도 나올 때는 리모컨을 멈출 것 같고, 관련 현상들에 대한 설명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관심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생기는 다양하고 당연한 일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넘어가고픈 진지함이 생긴 듯 합니다. 암튼,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16주년 축하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생명체가 지구에 서식할 수 있는 기간을 천문학적 스케일에서 볼 때 거의 찰나에 불과하다. 앞으로 인류는 자원을 무작정 소모하다가 제풀에 멸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문제를 극복한다 해도 40억 년 후에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면서 지구 전체를 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 볼 때 40억 년이면 꽤 긴 시간이다. 그러나 우주의 기대수명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한순간에 불과하다.


  초딩시절에 봤던 영화 '맨인블랙'의 마지막 장면은 가히 인생 명장면으로 손 꼽을 수 있습니다. 거대했던 지구가 고양이 목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소우주가 되는 것을 보고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의 혼란에 빠져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었죠. 별 생각없이 살고 있던 급식어린이에게 책장에 꼽혀있던 과학만화 '아름다운 우주', 그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던 장면은 충격, 그 이상이었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장면은 지극히 철학적인 묘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거대한 우주 속에 쪼맨한 지구, 그 안에서 복작거리며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 중 하나인 나. 요즘 댓글에 자주 등장하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에 대한 답을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있는 꽤나 심오한 연출이었더랬죠. 


  과거를 돌아보면 물리학은 완전히 다르게 보였던 현상들이 동일한 원인의 결과임을 깨달을 때마다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왔다. 

 

  '백미러 속의 우주'는 끝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우주와 그 바깥세상에 대한 질문, 그에 대한 해답을 정리해놓은 물리과학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와닿지 않는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적어놓은 가이드북이라고나 할까요. 그 어려운 것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고 설명해주고 있는지라 학문성이 짙은 책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친절한 눈높이 교육, 쉬운 예를 이용한 설명, 가끔은 (물리무식자인 제가 잘 이해를 하지 못해서 이게 농담인지 뭔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유쾌한 위트까지 곁들여서 다가가기 쉬운 우주를 '대칭'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설명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은 물리학(일반적으로 모든 과학)을 "추상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그들만의 학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불공정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피아노로 도레미만 배운 사람이 음악의 즐거움을 평하는 것과 비슷하다. ...... 사실 물리학은 우주 전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몇 주 전에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감명깊게 봤었는데, 책을 보는 내내 그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나왔던 블랙홀에서부터 사건의 지평선, 영화에 나왔던 우주선이 왜 도넛모양이었어야 했는가에 대해서까지. 고등학생 시절 물포자(물리포기자)는 그냥 재미로 보고 넘겼던 영화의 장면들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을 깨닫고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아는만큼 보였던 영화였던거죠. (기계과 출신인 신랑이 영화를 세번이나 '열광하며' 봤던 이유는 아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였나봅니다.)


  인생은 여행이다. 공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지만, 시간을 따라 흘러가는 것도 여행이라면 여행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 축에서 '1초당 1초씩' 미래로 이동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여행일 것이다. 


  이 책을 보고 저의 물리학 지식이 업그레이드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책에서 읽은 엠씨스퀘어가 대강대강 대충대충 이런 것이라고 아는 척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매우 큰일날듯...!) 하지만 TV 다큐에 관련 내용이라도 나올 때는 리모컨을 멈출 것 같고, 관련 현상들에 대한 설명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관심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생기는 다양하고 당연한 일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넘어가고픈 진지함이 생긴 듯 합니다. 암튼,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하나의 직업이기 이전에 일종의 신분이며, 스스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이 신분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 p104 김영하 수상소감

 

매년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쯤, 서점에 들르면 문학코너에는 눈에 띄는 책들이 있습니다. 각종 문학상 작품집들이 그것인데요. 처음에는 듣기만 해도 아하~ 알만한 문학상 작품집들만 진열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넘어갈수록 어떠한 종류의 문학상들이 있는지 외우는게 힘들 정도로 다양한 수상작품집들이 발간되고 있습니다. 한국소설, 그 중에서도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저같은 독자들에게는 즐거운 현상입니다. 무슨 작품을 읽어야할지 우왕좌왕 할 필요 없이, 그들이 심사숙고 끝에 선정해준 우수하고 재미있는 작품집을 골라잡으면 행복한 독서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 단편소설, 그리고 우수한 그것들을 잘 꾸려놓은 문학상 작품집은 굉장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장편소설들은 호흡이 길어서 왠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으면 집어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단편소설은 작품집 처음부터 읽을 필요 없이, 그날그날 마음에 드는 작가를 선택하거나, 마음에 드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선택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또 한국 단편소설들은 짧은 대신에 그 소설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굉장히 압축되어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에 한 번 읽고, 한 달 후에 두 번 읽고, 1년 후에 세 번 읽다보면 보이지 않던 메시지들이 슬금슬금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매력을 아시는 분들은 매년 문학상 작품집을 구매하고 계시겠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공신력 있고, 유명한 작품상은 '이상문학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 단편집의 거의 최초 베스트셀러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독보적으로 보급되어 있는 작품상이고, 이상문학상 작품상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목 빼어 기대리는 애호독자들이 많으니까요. 게다가 애호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정성스러운 글을 항상 담고 있으니 말이 필요 없죠. 어쨌든 올해의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이런 저의 기대에 부응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실려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김숨의 <국수>와 하성란의 <오후, 가로지르다>였습니다.

 

김숨의 <국수>는 일상 속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행하던 국수를 만드는 행위를 소설로 표현한 점이 색다르더라구요. 밀가루를 반죽하고, 맛깔나는 칼국수를 완성하는 과정 속에서 서럽게 살아온 계모를 위한 의붓딸의 이야기가 겹치는데, 레시피도 아닌 것이 완벽한 소설도 아닌 것이 어느새 칼국수도 완성되어 있고, 주인공의 이야기도 머리 속에 쏙 들어오는 신기한 이야기였습니다. 뒤에 심사평을 읽어보니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와 끝까지 대상후보였다고 하네요. 수상작 선정의 기준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독자를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고 들어가는 마력을 지닌 점을 보았을 때에는 최고라고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성란의 <오후, 가로지르다>는 저의 삶과 많이 겹치더라구요. 사무실에서 겹겹히 세워져 있는 큐비클 속에 우리. 타인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그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우리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금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읽어내지 못한 듯 하지만(다시 읽어보면 찾을 수 있겠죠) 큐비클 속 샐러리맨들이라는 소재 자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밖에 흥미로운 소재로 쓰여진 <스프레이> <그 순간 너와 나는> <미루의 초상화>도 재미있게 읽었고, 대상작인 <옥수수와 나>도 한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지난 해까지는 시인 이상의 큼지막한 얼굴이 표지에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약간 상큼하고 가벼운 표지로 변신한 이상문학상 작품집. 하지만 그 안에 실린 작품들은 변함없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들이었습니다. 가끔 머리가 복잡하다거나, 아주 짧은 여유가 주어졌을 때 이 책을 다시 꺼내어보면서 제가 놓치고 지나간 메시지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2012-5> 2012 제 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 수상작 김영하 옥수수와 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