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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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上 권 ,

 

무섭다 ㅡ.

아오키는 사실을 말하자면 , 희미한 의심을 품고 있었다 . 헤어질 때의 기바의 태도와 말이 묘하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

그래서 안은 어땠습니까 , 하고 가와라자키는 다부진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 만일 뭔가 있었다면 아오키가 지금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리는 없으니 , 결론을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

" 깨끗했습니다 . 굳이 말하자면 지나치게 깨끗했어요 . "

" 평소에는 더럽습니까 ? "

" 더럽지는 않습니다 . 하지만 , 저도 그렇지만 혼자  사는 남자의 방은 ㅡ 아시잖아요 . "

" 예에 . 제 방도 삭막합니다 . "

" 홀아비살림에 구더기가 끓는다 ㅡ 고 하나요 . 하지만 선배님의 경우는 좀 달라서요 . 그 사람은 어제도 말했지만 , 상스러운 것치고 꼼꼼합니다 . 취사는 귀찮다고 말하고는 했지만 , 옷을 수선하거나 청소를 하는 일은 부지런히 해내거든요 . 정리 정돈은 특기입니다 . "

" 그럼 마누라가 필요 없겠네요 . "

필요해요 , 필요해 ㅡ 하고 아오키는 손을 흔든다 .

" 마누라는 꼭 필요해요 . 그 사람의 아내는 힘들겠지만요 . 기바 씨네 하숙집은 얼핏 보면 깨끗합니다 , 항상 .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 있는 양동이가 방치되어 있거나 , 담배꽁초가 종이봉투에 몇개나 담겨 있기도 해요 . 쓰레기도 분류해서 늘어 놓고요 . 그러니까 버리지를 못.하.는 . 겁니다 . "

" 버리지를 못한다 . "

" 버리지 못합니다 . 영화 전단이나 광고지나 , 신문 스크랩이나 , 그런 이상한 걸 놔둬요 . 스크랩북에 붙이거나 묶어서 깔끔하게 하기는 하지만 왜 필요한 건지 알 수가 없어요 . 기차역 도시락의 포장지라든가 말입니다 . 그런 걸 귤상자 같은 데 넣어서 벽장에 두기도 하고요 . 놔둘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이 되지 않아요 . 그리고 버리게 되면 전부 다 버려 버리고요 . 한 번은 수첩을 버릴 뻔했다니까요 . "

" 경찰수첩을 ? "

아오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이다 .

 

ㅡ본문 203 /204 쪽에서 ㅡ

 

 

 


 

 

기바가 아오키에 의혹만 남기고 사라진지  일주일  .

다른 지역의 경찰 가와라자키가 아오키를 찾아와 자신의 상관이 벌인 일과 연관해 기바의 소식을 물으러 오고 후배 경찰이면서 , 기바를 따르던 아오키는 그와 기바에 대한 이야길 주고 받는 장면이다 .

읽은지 조금 지났는데 . 가끔 이런 부분은 생각이 난다 .

누군가가 사라지고 난 후 주변인들로부터  그에 대한 술회가 있을 것이란 상상을 가끔 하면 , 살아 있는 나를 ,  누군가의 솔직한 (나도 못느끼는 부분에 ) 시선 이랄지에 대해 혼자 궁리를 해보게 되는 것 . 

얼마전에 일러스트레이터 난나 씨의 죽음과 그에 따른 동료 (?) 인터뷰들을 읽었다 . 슬픈 생이 뭔가를  , 알려주는 대목이었고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

 

죽음이후에 오는 것들 이랄까 ...

아 , 윤에게 알려 줄까 말까 , 걱정을 살짝 얻어서 ... 아인 만화가가 꿈이라는데 , 스토릴 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 그에 따른 삽화를 그리는 사람도 분명 있기는 하지 . 그런데 이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는 드물어서 삶에 룰모델이 없었다고 한다 . 일을 해도 가난하고 힘겹고 연신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먹고 사는 정도였다니 ,

윤 , 넌 이런 부분들도 알아두면 좋을 거야 ... 하고 말해줘야 할까 ?

스스로 롤모델이 되지 않으면 , 방황하게 되거라고!  정확한 꿈의 지점이 뭐냐고 ... 더 물어야 할까 ?

뭐 , 나도 롤모델이 필요한지도 모르지만 ... 암튼 , 삶의 목표나 , 지향점에 있는(있을지 모르는 ) 이들의 치열했을 삶도 , 가끔은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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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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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한 허기 속으로 ,

 

오전에 습관처럼 타인의 블로그에 방문해서  글들을 핥는다.  마치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야금야금 먹고는 입맛을 다시는 하이에나 처럼 . 나는 모니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모니터 역시도 나를 삼킬 듯이 쳐다보고 있는지 모른다 . 이상한 시선(?) 을 종종 느끼는 터라 , 아예 모니터 상단에 자리한 까만 카메라 렌즈를 종이로 덮어 닫아 놓았다 . 나를 향한 돋보기는 하지 말라면서 나는 남들을 옹색한 구멍 속 쥐눈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보고 있는건 아닌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

 

인간이 인간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진실한 순간이 언제일까 ? 인간 생리 욕구의 기본이라는 성욕 , 식욕 , 수면욕 등등 많은 때가 있겠지만 역시나 먹는 순간이 아닐까 ? 그래서 이 이야기는 먹는 기관과 보는 기관을 통해 수줍지만 광포하게도 느껴지는 배설의 기쁨이랄지를 조명하고자 암흑으로 우릴 초대하고 굶기면서 또 준비된 것을 마구 먹이며 이야길 출발하는 게 아닐까 ? 인간성이고 뭐고 굶주림이라는 생의 극지에서 잔혹하게 또는 아름답게 찾아지곤 하는 먹는 인간 이야기 .  이 식당은 그런 인간을 초감각이 발휘되는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차갑고도 뜨겁게 인간을 면밀히 관찰한다 . 코 앞에 작은 접시 하날 던져주면서 ...그럴 때 나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동물이 되는건지 모른다 . 인간을 포함하는 카테고리의 짐승 . 입을 크게 벌린 부등호 .

 

나는 먹는 인간이면서 또 뱉는 인간이다 . 철저히 내 욕망은 숨기면서 남의 것은 보고자 하는 일그러짐을 가진 . 아무도 안 볼때는 어쩌면 글 속의 그녀처럼 눈 위에 버려진 퉁퉁불은 라면가닥을 주워먹는 ...먹는 기관과 보는 기관을 통한 배설의 기쁨 . 딱히 배설과 관계된 문장은 없지만 , 보고 느끼는 감각 자체가 내겐 배설의 행위로 읽힌다 .

 

파리의 암흑식당 이름은 '뒤땅 뻬르디' 였다 . 안내해준 지인에 따르면 ' 잃어버린 시간'이라는 뜻이라 했다 . 암흑식당의 본래 취지가 절대미각을 경험하는 것이니 센스 있는 작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
검은 천막 뒤의 뒤땅 뻬르디 안은 온통 암흑천지였다 . 먼지만한 빛조차 허용되지 않는 그곳에서 접시를 더듬고 , 음식을 만지고 , 냄새를 맡고 , 물을 따르고 , 냅킨을 챙기는 일은 온몸의 말초신경까지를 동원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
ㅡ본문 42 쪽 ㅡ

 

파리의 한 식당 컨셉을 따라 김이 낸 식당을 사람들은 세탁선이라고 부른다 . 그 역시 19세기 파리 센느 강을 오르내리던 세탁선에서 발동한 의미이다 . 먹는 행위가 궁극적으로 그런 힘을 발휘한다는 좀 더 치밀한 들여다 보기를 통해 , 가난으로 더는 자신에게 가진 것이 없는 한 여자의 순수한 힘 , 내재된 기능들을 보여주는 단편이란 기분이 들었다 .
거기에 들이 댄 카메라에서 느껴지는  물성의 차가운 감각보다 더 차갑게 찾아지는 생의 이상한 허기를 ' 암흑식당' 에서 읽는다 . 맛있는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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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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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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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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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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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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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6 04:43   좋아요 0 | URL
하핫~ 저야 알죠! 고마운 거~
아줌마 색상은 뭘까요? 꽃은 좋죠! 곱고~
천천히 해주셔도 되는데~
어떤 무늬일지 진짜 궁금하네요!

2017-02-26 04: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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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6 04:43   좋아요 0 | URL
ㅎㅎ 땡큐~ 땡큐 해요! 힘들어서 어뜨케!!!

2017-02-26 0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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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6 04:45   좋아요 0 | URL
오!옷~~^^ 구경시켜주세요!

2017-02-26 0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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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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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4: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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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6 05:00   좋아요 0 | URL
잘 보였어요. 무늬도~ ㅎㅎㅎ
꼼꼼하시기도 하고 잘 만드시잖아요!
실제모양은 아직 몰라도 보면 더 이쁠것 같아요!

2017-02-26 0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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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5: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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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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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6 05:30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렇죠?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이상하긴 하네요 . 왜 때문에 ㅋㅋ 그리 열심인건지 ..

2017-02-26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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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2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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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2-26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제가 가장 불편하게 보는 부분이 식탐입니다. 성격좋고 현명한 친구인데 음식 탐을 내는 모습은 언제나 제 맘을 불편하게 해요. 제가 식탐이 별로 없어서 더 그런 걸 수 있겠다 하며 밥 같이 먹을 땐 되도록 밥 먹는 모습을 안 보려 하죠; 저는 식탐보다는 세분화된 간식탐이 있죠ㅎ 먹는 자체보다 고된 노동에서 짬짬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 중 하나인데, 제 간식 탐도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희석하기도 하면서 누굴 흉보냐 싶고ㅋㅋ
제 친구도 저를 놀리는 부분이 꽤 있죠. 예쁜 양말을 보면 탐을 낸다든가 하는ㅋ;; 아, 인간들ㅎㅎ

[그장소] 2017-02-26 22:22   좋아요 1 | URL
이상하죠? 다른사람도 식탐은 부리는데 꼭 한사람은 유독 더 거슬려.. 그 걸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챙피해. 말도 못꺼내면서 속앓이 ..ㅎㅎ
저도 그런 적 있어요. ^^
분명 내게도 있는 모습이란 자각때문에 더 혐오를 하게되는지도 . 그런 생각 했었네요 .
ㅋㅋㅋ양말 ! 이거 ..뭐죠? 왜 양말이지..? 많고 많은 것 중에~ 궁금궁금 ~ 어떤 일이 있었을거야 ~~ 혼자 답글읽고 끄덕끄덕 대며 웃고있음요!!^^

2017-02-26 2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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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6 22:52   좋아요 0 | URL
으아~ 으아, 만들면서 엄청난 집중이 필요했겠어요 . 어릴 때 만들던 누비가방에 저도 모르게 감침질이 잘못되서 엉켰을때 생각나요 . 다시 풀자니 억울하고 스스로 화나던 순간이요 ~^^ 숙제 제출 날짜가 코 앞에 다가오도록 도무지 손 대기 싫어서 고생했던 기억!!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알진 못해서 그 아슬하게 집중된 시간을 저는 모르지만 ..암튼 고생하셨어요 . 으흣 ~ 기대되요!!^^♡

2017-02-26 2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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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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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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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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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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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0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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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7 04:34   좋아요 0 | URL
ㅎㅎ아 , 기대 , 기다림 , 그런 것처럼말이죠 ? ^^

2017-02-27 0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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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7 06:55   좋아요 1 | URL
미리 소비한 설레임 ㅡ이라! 넘 멋진 표현이네요~^^

2017-02-27 04: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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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7 06:57   좋아요 1 | URL
밤 새셨겠네요 . 우리 둘다 .. 낮에 자는 좀비가 되려나요? ^^ 이미 써 져 나온 책을 저는 왜이리 열심히 옮겨 놓는 바보같은 짓을 하는걸까요? ㅎㅎㅎ

2017-02-27 0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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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7 07:03   좋아요 1 | URL
ㅎㅎ오후까지 편안한 잠 되시면 좋겠네요 . 밤에 잘 생각으로 미루다 계속 미루는 채 ㅡ가 되면 곤란해지니 저도 적당한 시간에 잠시 눈감았다 떠야 겠어요 .

분량을 늘쿼 누구에게 좋다고 . 그죠?
나~아~중까지 기억할 요량으로 라면 대체 그 나중은 얼마만한 크기이기에 .. 싶어져요. ㅎㅎ
 
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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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 세상에 그냥 재수가 없어서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 다만 깨닫는 순간이 갑자기 오는 거야 . 몸이 나가리 된 건 그 전일 거고 , 그걸 모르고 계속 레일을 따라가다가 이 
사달이 난 거 아니야 . "
ㅡ본문 23  쪽 ㅡ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 "
" 직립인가 . "
" 직 , 뭐 ? "
" 직립 . 서서 걸어다닌다고요 .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동물은 네 발로 기어다니잖아요 . "
" 두 발 ? "
이부가 피식 웃었다 .
" 닭은 그럼 뭐냐 ? "
무오는 말이 막혔다 .
" 오리는 ? "
.
" 혹시 배신 아닙니까 ? "
.
" 잘 들어봐 . 동물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반응을 하지 
않거든 .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지 . "
무오가 이부를 봤다 .
"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미쳐버릴 수 있는 게 
인간이라고 . "
ㅡ 본문 
28 / 29 / 30 쪽 ㅡ
 

" 일단 들어봐 . 
인간이란 자기가 하는 일의 결과가 자기한테 안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하던 일을 그만두기 마련이라는 거야 . 즉 , 누군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 
하려면 그 일의 결과가 안좋으면 돼 . 하면 할수록 괴롭고 고통스러운데 누가 그 일을 하겠어 . 자기가 죽는다는 걸 알면 계속 못하지 . 
"
.
" 일상으로의 복귀 . 그리하여 모두의 안전 . 제 분수를 
아는 사회 . 묵묵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 . "
ㅡ본문 35  쪽 ㅡ
 

박의 죽음을 통해서 
무오가 배운 것은 인간은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사실이나 진실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 반대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없는 일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 건강했던 박은 갑자기 입사 때부터 체력이 안 좋았던 것으로 합의되었다 
.
ㅡ 본문 53 
쪽 ㅡ
 

" 결국 악이라는 
건 유약하고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들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될 성품이라는 거지 . "
ㅡ본문  78 쪽 ㅡ
 

무오는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가져본 일이 없었다 . 사춘기를 겪지 않았고 남들은 다 겪는 흔한 첫사랑 같은 것도 없었다 . 물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왔다 . 아무와도 싸워본 적도 없었다 . 하지만 갈등의 지점을 현명하게 넘어선 것이 아니라 누구와도 갈등을 만든 일이 
없었기 때문에 , 즉 싸울 일이 없었기로 인해 그동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 누군가로 인해 괴로워해본 일이 없었고 ,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준 일도 없었다 . 지금 단지 안으로 사라진 저 여자 , 도청장치에 녹음된 저음의 목소리로만 듣다가 오늘 처음 얼굴을 보게 
된 저 여자의 검게 짓무른 눈덩이가 무오의 마음을 몹시 괴롭혔다 . 
ㅡ본문 107 쪽 ㅡ
 

그렇다면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 무오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던 만큼이나 ,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 만약 이부의 말대로 머리가 나쁘든가 더럽게 이기적이거나 둘 중 하나라면 , 어쩌면 머리가 나쁜 쪽일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ㅡ 본문 108 쪽 ㅡ
 

그가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 하지만 무오가 상상한 울분이나 슬픔은 이렇게 술집에서 골칫거리 취급이나 당하며 쫓겨나는 시시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 그의 슬픔은 좀 더 고결한 것이고 그의 고통은  좀 더 진지하고 깊이가 있는 것이어야 했다 . 

ㅡ본문 110 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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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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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그 것 " 

 

이 작가는 문학동네 2016년 제 7 회  젊은 작가상 에서 단편 ' 
인터뷰' 로 만났는데  문체가 상당히 현실적이랄까 ㅡ  또 날카롭기까지한 대화들  , 그런 표현들이 있어 단숨에  반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 제목부터 심상찮다 . 없는 사람이라니 ... 처음부터 없던 존재를 말함은 분명 아닐테고 . 있었던 사람인데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 이 번 작품도 역시나 사람들의 심리를 묘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예리함이 너무 서늘해서 내 몸 , 내 일부가 서걱 잘려나가는데도 마치 
남의 살이 베인 것을 보고 그저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것 같은 둔탁한 통증을 느꼈다 .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못 느끼는 고통의 단계까지 
밀어붙이는 표현들 . 아 , 뭐지...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할 쯤엔 모든 것은 끝나고 없는 순간이 되는 듯한 감각 . 무섭다 . 한 마디로 
...
 

살면서 세상을 내가 움직이고 있다거나 , 완벽히 알고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때가 일반인 , 그야말로 보통의 존재들에겐 얼마나 있을까 ? 자신이 축이어서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될까 ? 설사 그렇다고 믿어도 자신을 감싸고 도는 더 큰 축과 그를 포함한 중심이 있다는 것을 매순간 매순간 느끼는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 그러므로 나 " 란 그저 한 점 . 한 구성의 조각에 지나질 않을 뿐임을  보통은 그리 믿고 살지 않나 ? 신이 아닌 한 어쩔 수도 
없이 . 안심하며 그 점에 속하길 바라곤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그러기에 여기저기 휩쓸리고 목적이 필요하고 다같이 돌고있는 방향을 따르고 하는 
걸 거라고 ...
 

" 벌써 여섯번째 죽음 " 이라는 강렬한 뉴스 멘트 ㅡ 가 첫번째  
소제목이다 . 두번째 소제목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ㅡ 역시 , 고요히 흐르지만 물 밑은 분명한 흐름이 있듯 뭔가 있는 뉘앙스로 전개 
. 별 것 아닌 듯 싶은 대화체가 퍽 현실감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된다 . 이렇게 잽처럼 가벼운 유머를 날리다 언제 훅하고 강펀치 
불행을 먹일지...
 

이 이야긴 무오라는 남자가 이부라는 남자에게 휘둘려 이른바 용역이란 일을 
맡고 (?) 노동조합 시위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그들과 섞이고 호흡을 같이하며  이해 (利害) 를 꾀하는 보이지 않는 악역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 
또  타깃인  도트 (노조시위의 핵심인물) 의 움직임을 조용히 뒤따라 
그는 물론이고 노조의 무리들에게  반동같은 압박감을 주는 그런 역할은 하는데 , 처음엔 무오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돈만 잘 받으면 되는 
단순한 사람이었다가 점점 도트의 열정을 보고  그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열망과 자신의 일이 옳은가 아닌가에 의문을 갖는 사람으로 나온다 . 
어떤면에서 이 글은  무오 라는 사람 하나를 스스로 사고 할 줄 모르는 " 없는 " 사람에서 , 스스로 사고 할 줄 아는  " 있는 " 사람으로 
키우는 얘긴 것처럼 보인다 . 
 

하지만 끝까지 따라가보면 결국 누가 무오이고 이부이며 , 함께 어깨를 
같이 한 동료 반점인지 , 타깃 도트인지 알 수 없어지고 마는 지점이 생긴다 . 두려움에 스스로 망가져 가는 도트나 , 동료인 줄알고 의지했는데 
알고보니 감시역과 같았던 반점이나 , 그런 일을 지시한 이부 , 모든 것에 혼란을 느끼고 마는 무오가 한데 부어 섞인 물감처럼 혼탁하게되서 그저 
한 점같이 느껴져 버리고 만다 . 세상이라는 아주 아주 큰 그림 위에 실수처럼 떨어진 한 점 같이 말이다 . 
 

무오와  이부 ㅡ그리고  반점 , 도트 , 있었지만 , 없는 사람 , 
없었지만 만들어 지는 사람 . 만들어 나가는 사건 . 덮이는 사건 등등 생각이 참 복잡해 진다 . 그 와중에 도트는 점 인 셈이니 반점은 , 
도트에 가까우려나 ㅡ 아님  반 , 점 , 이니까 점도 아닌 것에 해당될까 ㅡ알수 없지만  흥미로운 부분을 가진 글 속 사건 관찰자인 동시에 
행위자로 반점이 가진 위치에 나는 무오보다 더  관심이 가더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  , 점도 뭣도 아닌 반점의 정체 ...어쩐지 계속 더 
신경이 쓰였다 . 아 , 몹시 춥다 ! 
 

지금도 여전히 뉴스에 오르고 있지만 이전에 노조들의 시위로 시선을 잡던 
국내의 한 자동차 회사가 떠오르고 , 그들을 응원하던 국민들의 관심도 동시에 생각나는 소설이다 . 다르게 보면 모든 시위에 이 책을 놔도 될지 
모른다 . 국회의 탄핵 논쟁에도 , 더 크게 각 나라간의 이익을 따지고 있는 자유무역 협정에도 이 시선은 그대로 적용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다만 그 위에서 뉴스를 읽고 보는  나는 , 휩쓸려 떠들 뿐인 나는 , 어디에 점을 찍고 있는가 하는 물음의 이야긴지도 모른다고 장황하지만 
그리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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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비벤덤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6
니콜라 드 크레시 지음, 이세진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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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비벤덤 ㅡ 니콜라 드 크레시 


무려 1월에 도착한 책인데 , 읽은지가 한 달이 다되가는데 , 말머리가 안잡혀서도 , 이해가 어려워서도 아니었는데 이 복잡오묘해 보이는 세상에 대해 딱 잡아낼 말이 진부한 우리 세상과의 견줌 뿐이라서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 한숨만 내내 쉬고 책 리뷰를 한정없이 묵혔다 . 그러다 뭐 , 작가의 의도 역시나 거기 있을건데 ㅡ 세상을 , 자신의 능력을 펼쳐 현실 세계와 작화 속 세계가 딱 맞도록 데칼코마니를 완성하는 것에 ㅡ 싶어져서 망설임을 그만두고 부족하나마 , 이 작가의 세계관을 마추친 손바닥 소리 나듯 그정도만 , 딱 그정도만 말해도 되지 않을까 그랬다 . 그래서 미련을 털고 책을 다시 들어 팔랑팔랑 , 내 가벼운 글도 그렇게 팔랑팔랑 시작해 본다 .

비벤덤은 미슐랭 (미쉐린) 타이어 회사의 마스코트 캐릭터란다 . 머릿 속에 그려지나 모르겠다 . 미쉐린 ㅡ타이어 광고가 , 그 캐스퍼 형제 같은 마스코트가 ? 음 , 확실히 고스트(Ghost) 에 가까운 모습이었던 걸로 나는 기억한다 . 타이어가 쌓여있는 모습에서 착안된 캐릭터라는데 , 굳이 일러두기까지 하는데도 , 어두운 하늘을 둥둥 ㅡ때론 휙휙 , 그렇게 다니는 걸 보면 나 아니어도 대게는 유령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 어딘 가의 산 ? 들판 그런게 보이고 까만 건지 붉은 건지 , 까만 중에 붉어도 보이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그것 , 하얗게 떠 있고 가만 보고 있자면 이 녀석이 와락 점프컷하듯 , 영화 속 링의 사다코가 확 다가들듯 점점 커질것만 같은 느낌 , 불안하고 불길하게 시선을 끈다 . 이때 까진 책의 시선과 독자인 나의 시선은 분리된 채인데 , 그림 속 이야길 따라가다보면 이 두 시선이 포개져 동시에 두 세계를 보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 . 

허연 연기 뭉치같은 그게 다음 이야길 끌어가려나 싶은데 , 어랏 ~ 돌연한 전환 ...이건 페허 수준의 , 이전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보기엔 몹시도 황폐한 저택을 비추며 어떤 시선이랄지 눈꺼풀 "을 말하며 휙 나를 그 세계로 끌어들인다 . 그 폐허의 하얗고 붉은 머리에게로 , 시선 , 시점이랄지가 매우 분방한 그림과 글이라 이쯤에서면 따로 시선을 가져가길 포기한 채 작화를 따라가게만 된다 . 어핏보면 붉은 볏을 가진 닭같은 녀석이 목까지만 드러낸 채 떠든다 . 이름이 뭐 ? 롬박스(혼자서 자기얘길 시키지도 않는데 주절주절 하는군) 라고 ? 그래 너 능력 좋았다는 건 알았고 , 응? 낭만적인 영혼 ? 감수성 예민한 아이 ? 음... 롬박스가 하려는 얘기가 이 아이 (?) 디에고에 대한 것이군 ..한다 .

또 급히 전환된 풍경 이고 어딘가의 도시 , 사람도 그렇다고 짐승 같아 뵈지도 않는 또 허연 그런게 목발을 짚고 도시에서 비명을 (?) 지르고 있다 . 넘어지고 비틀대는것만 같다 .뭔가 잃어버린 듯도 하고 황망하다 . 그림 속의 도시에서는 사람인지 도시자체가 거대한 유령인지 그런 그를 웃으며 , 놀리듯 우렁우렁 웃어대고 , 그 조롱같은 울림이 여러 도시를 지나치며 계속된다 . 때론 순진한 바다표범 디에고를 교육이란 목적으로 희롱하고 , 신의 뜻을 들먹이며 물정 모르는 듯한 감수성 예민한 그 영혼이니까 하듯이 가지고 논다 . 이상한 조롱과 길들이기 ...

사람도 아니고 바다표범 ? 그런 존재를 인간처럼 길들이려는 사람들의 속셈은 그렇듯 자신들이 가진 각기 다른 욕망의 발현 . 어쩌면 디에고라는 백지를 통해 자신들 세상을 다시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어진다 . 그래서 지독한 혹사가 이어진다 . 정작 디에고는 괜찮아 보이는데 , 어째서 ,왜 내가 이렇게 불편해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 저 사람들이 또 저렇게 어딘가에 휩쓸려 그저 따라가는 디에고가 나이기도 할것이라서 그게 불편해지는 부분 아닌가 싶다 .

세상이 이미 정한 규율이랄까 , 거기에 개인의 욕망을 더해서 사회가 돌아간다는 걸 이젠 알만큼 안다 . 그러나 어느 때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는 자각도 있다 . 그래서 이리저리 세류에 휩쓸리는게 아닐까 ,휴우~~ 이 만화는 쉽지 않다 . 복잡하다고 이미 말했듯 많은 망령같은 인간들이 조종하려드는 한 어리숙한 존재를 , 보면 볼수록 그로테스크한 작화에 담아 이게 너야! 하고 보여주는 식이라 . 편치도 않다 . 

그래서 자꾸 신경을 긁는다 . 몸에 박힌 가시처럼 까끌까끌 하게 ...바다표범은 바다가 아닌 곳에와서 왜 이런 고행을 하게되는 걸까 . 그런 물음으로 책을 읽다보면 어느 날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서 괜히 부딪히고 마음이 상하던 일들이 떠오른다 . 목표를 가지고 산다고 생각하던 내가 부유를 하는 경험 . 존재를 잊고 사는 듯한 허방함 . 그런 생각들이 소용돌이친다 . 
단순한 만화이겠거니 하고 들여다 보다가 내가 나와 맞닥뜨린다 . 안다고 생각하던 세계가 기우뚱 흔들리는 순간과 마주한다 . 그런 두려움의 모든 순간이 이 천상의 비벤덤 속에 있었다 . 읽을 수록 고독해지는 나는 저 유령과도 같은 비벤덤이구나 느끼며 어디로 무언가로 도착하게 될지 모르는 이 부유의 시간을 그만 탁 , 덮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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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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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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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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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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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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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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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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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0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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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4 01:08   좋아요 1 | URL
오케이 오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