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 저택의 살인
코지마 마사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무가저택의 살인

 

한 여자가 변호사이자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몽땅 다 맞는 한 남자를 찾아온다 . 편지와 일기노트 한 권을 들고 ,  일기와 편지 속엔 이 여자의 신원이 될 희미한 단서를 담은 채 . 변호사 카와지는 그렇게 시즈나이 미즈키와 만나고 ,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쿠니히코라는 청년의 도움으로 정상적이라면 그녀가 자라고 생활했을지 모르는 한 무가 저택을 찾아간다 . 왜 이토록 커다란 저택의 소유자들이면서 막 태어난 어린 아이를 보육시설에 유기해야 했는지를 알아내려고 , 초반의 미스테리는 쿠니히코로 인해 제법 흥미진진하게 풀려 가는 듯 하다가 , 막상 집을 찾자 돌연 물러나는 쿠니히코를 두고 변호사 카와지와 의뢰인 미즈키는  빙실이라는 묘한 공간을 품은 옛 저택으로 ... 빙실 살인사건 속으로 , 과거의 진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그들이 찾아낸  아카자 가(家)의 내력으로 .

 

미즈키의 생모가 되는 아자카 레이코와 대면하기 위해 별채의 방으로 안내된 카와지와 쿠니히코 앞에 실로 광대하달 만큼의 다다미가  깔린 방이 들어온다 . 크기가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가로 8장 세로 8장 모두 64 장이 다다닥 깔린 그 공간이 자그만치 (?)별채란다 . 그리고 그 가운데 반장짜리 다다미 밑에 편지에 언급된 문제의 빙실이 있다 . 참 불편한 빙실로의 입구가 아닌가 ㅡ 생각한다 . 마치 이 빙실이 있기 위해 모든 사건이 필요해 보일 지경 .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고 레이코와 고용인 타네로부터 받는 묘한 분위기에 뭔가 있음을 느낀 카와지는 쿠니히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의 비밀을 파헤친다 . 덕분에 아자키 가 (家) 사람들까지 분주해진다 .

 

그때부터 마룻바닥  밑의 빙실이 어떻게 방공호로 뒤바뀌는가 하는 추리극으로 분위기가 급 전환  ... 그런데 찾아온 한 사람 미즈키를 위해 실로 대단한 연출력을 펼치는 사람들 아닌가 ㅡ 뭐, 버린 자식이면서 뒤늦게 참회하고 그토록 번거로운 죽음과 연출을 다 함께 한다는데  , 그 복잡함에 살짝 진력이 나지만 , 그 이유를 알려고 책을 읽은 셈이니 할 말이 없어지고 , 거기다 옛 가계도까지 나오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은닉을 위한 또 다른 은닉 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시크청년 쿠니히코로 인해 빙실 사건의 진상이 떠오르고 , 이해가 되면서 부터는 앞의 복선이 자못 미소를 짓게 한다 .

 

문제의 다다미 한 장 , 반 그리고 레몬과 석산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

 

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을까 , 동물도 지 새끼가 아닌 종을 넘은 애정을 보이곤 하는데 우린 슬프게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도 종종 상상을 초월한 끔찍한 행동을 하는 인간군상을 본다 .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오는가 보다 .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극단적인 말이 ... 시대를 멀리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갈 필요도 없는 끔찍한 상황이건만 궂이 그 먼 시대와 현대의 아파트 공간까지 끌어들여 미스테리를 완성하는냐 하는 건 그때도 지금도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고 , 그 어림석음이 인간을 인간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지 생각한다 .

 

나는 한 가계의 비밀을 통해서 자신들의 욕망과 광기 그리고 핏줄에 얽매여 스스로 매듭을 묶고 풀고 하는 광경을 보았다 .

아 , 싫어라 . 인간의 애욕은 ... 참으로 지리멸렬하지 않은가 . 그럼에도 늘 이야기의 끝을 보는 까닭엔 잃어버린 인간성을 스스로 회복하려는 의지가 인간에겐 또 있기 때문이겠지 ...

 

이야긴 사실 무가저택을 찾는데까지가 제일 흥미롭다 . 쿠니히코의 능력을 마구 보여주고 있기에 ...어쩌면 이 작가는 이 시크청년을 두고 다음 스토리 역시 쓰고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 그만큼 매력있는 캐릭터가 쿠니히코이다 . 뒷 일은 좀 나 몰라라 하긴 하지만 , 열심히 노력한 카와지가 안쓰러울 정도로 ! 

 

이웃님의 선물로 읽게 된 무가저택의 살인 ㅡ  그 속엔 스스로 회복하는 인간들이 있었다 . 재미있는 트릭 소설을 참 간만에 읽었다 . 보슬비 님께 깊고 깊은 감사를 전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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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2-16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역시 선물한 책은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 같아서 기분 좋은 거라능^^..

[그장소] 2017-02-16 22:56   좋아요 1 | URL
네넹~ 그렇습니다~^^
 
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 하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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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는 끝나고 ,


방대한 시간과 공간을 누비던 도불의 연회 , 그 연회가 끝났다 .
연회의 시말 (상)권이 다 지나도록 이야기는 결말을 상상할 수도 없게 끌고 가서 독자를 개미굴에 던져넣는 사악한 작가 ㅡ
그 개미 굴에 이윽고 물이 부어졌고 헐떡이며 떠오르는 일만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 가장행렬 같던 연회는 끝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매망량과 백귀야행에서 허우적대고있다 .

그러거나 말거나 , 가족이 이토록 서로의 존재를 모른채 휘져어 질 수 있다니 ... 가족 , 그 단순해보이는 말하나가 이렇게도 거대한 이야기로 꿈틀 댈 수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

가면을 벗고 , 마침내 행렬이 끝나고 남은 가족끼리 어떻게든 어깨를 맞대고 부대끼며 일상을 계속할 것 , 그것이 한 곳에 거처하는 이들에게 남은 극명한 진실이란 얘기 ㅡ 같아서 , 흐음~ 그렇군 . 하며 그 빤한 결말에도 이상한 위로를 또 한숨을 내쉬게 한다 .

" 당신들은 각자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 당신들에게 있어서 헤비토 마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봉인해 두어야 하는 장소입니다 . 다행히 전시 중에는 봉쇄되어 있었어요 . 하지만 ㅡ 머지않아 봉쇄는 풀려요 . 그렇게 되면 우선 이곳에 와서 증거를 인멸해야 하지요. 그래서 행동을 개시합니다 . 하지만 ㅡ ."

" 그래요 . 서로가 서로를 가족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 게다가 각자 자신의 범죄가 탄로 나면 곤란하니까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는 않지요 . "
ㅡ본문 371 쪽에서 ㅡ

잔혹하고 잔혹한 꿈 같던 이야기 ㅡ 얼른 털어내고 싶으면서 다음 이야길 또 기다리는 나를 느낀다 .
개미 굴이라도 좋고 , 어디 외진 갱도여도 좋으니 이 주인공들을 또 만날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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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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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도불의 연회 ; 연회의 시말 -전편 ㅡ



도불의 연회 연회의 준비 ( 상, 하) 편에 이은 연회의 시말 ( 상, 하 ) 편이 나왔다 . 얼마나 목마르게 이 뒷이야길 기다렸던가 ?
다시 읽자니 전 리뷰를 뒤져봐도 내 글이 이 작가의 글 만큼이나 
모호로 가득하다 . 다시 읽어야 할까 ! 암튼 대충 기억에 의존해
연회의 시말 부분을 시작해본다 .

전편에선 죽으려고 애쓰던 무라카미가 이편에선 어쩐지 경찰로
나오고 그들은 아들의 망가짐에 서로를 원망하고 있으며 , 그 아
들은 아버지인 무라카미에 폭력을 행사하곤 집을 나간 상태이다 .  또 한쪽에선 아카네 ( 무당거미의 이치에 그 아카네이다 ) 가 산꼭대기 나무에서 이상한 정신상태의 남자( 분명 세키구치 ) 와 함께 발견되는데 불행하게도 이 아카네는 이즈의 시모다에서 뭔가를 깨닫자마자 죽임을 당했었다 . 이번 편에서야 반쯤 넋이
나간 세키구치와 함께 발견된다 .  

경찰서에선 일벌레같은 무라카미가 병을 이유로 살인사건이 났다는데도 오지않자 의아해하고 그 의견을 말하던 노형사와 젊은 형사가 있다 . 젊은 형사가 일을 노형사에게 보고하는 식이지만 어쩐지 그보단 떠맡기고 자릴 피하는 것처럼 읽히고 젊은 형사가 사라지자 노형사의 뒤쪽에서 방금 나간 그는 누구냐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ㅡ
역시나 괴이로 가득한 시작이다 . 

전편에서 잔뜩 던져진 수수께끼가 이번엔 어찌 풀릴지 기대가 된다 . 항상 일의 끝엔 추젠지 ㅡ그러니까 교고쿠도가 모든 일의 전말을 해설하듯 막을 내리곤 했는데 , 그는 연회의 준비 ( 상) 에서 한 여인의 의뢰건으로 출연될 뿐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다 . 더구나 이번엔 이렇든 저렇든 사건에 실마리같던 존재들이 몽땅  사건의 핵심인물들로 버무려지고있는 통에 결말이 , 얼마나 대단해질지 걱정도 들고 ... 뭐, 그래도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 인데 설마 실망이 있겠어...

《 당신은 왜 그래요 ㅡ.
그것은 복원한 후로 6년동안 ,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들어 온 말이다 . 그런데도 ㅡ 그게 무슨 뜻인지 간이치는 잘 알 수가 없었다 . 
되풀이될 때마다 , 같은 말이 조금씩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이치는 알았다 . 말을 하는 사람의 진의는 하는 말과는 다른 곳에 있고 , 그것은 말자체에서는 알아낼 수 없는 거라는 사실을 , 꽤 긴 시간을 들여서 간이치는 학습했다 . 그리고 진의를 알아내지 못한 채 말은 되풀이되고 , 이윽고 단순한 형식이 되고 , 마침내는 의미를 잃었다 . 슬프지도 않고 화도 나지 않게 되었다 . 그것이 몹시도 허무해서 , 간이치는 빛을 잃은 말에서 귀를 닫았다 .    ㅡ본문 41 쪽에서ㅡ 》

#도불의연회:연회의시말(상)
#교고쿠나쓰히코
#손안의책
#김소연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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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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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건가요 ?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애쓰는 우리는 뭔가요 ? "

 

ㅡ본문 541 쪽에서 ㅡ

 

글자전쟁이란 김진명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책에서 다룬 세계적인 영향력에 대해 무척 놀란 경험이 있는데 ,

이 책은 그 책보다 먼저 쓰인 소설이란 점에서 책을 덮으며 더 놀랐었다 . 인과에 대한 생각도 한참 하게되는 소설 . 이 책이 외국인이 쓴 거였다면 어땠을까 , 그런 상상을 하게도 하고 ...마인드 맵을 그리듯 서로 뒤엉켜 시간이 지나 발휘되는 영향의 미침 .

 

좀 전에 다산북스 블로그에서 읽은 한 포스팅에 인간의 기억력에 대해 얘길듣고 왔는데 , 내가 초등학교때 국어 선생이자 담임인 분이 가르쳐주신 연상법을 포스팅에서 다루었다 . 내 연상법이 그때 오기 시작한 건지 , 그 가르침으로 이미 쓰고있다는 걸 알게된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 이 책에선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엘리스와 세기의 매치에 나오는 체스선수 바비피셔처럼 모든 인과를 보는 신가야의 얘길 다룬다 .  물론 체스판의 계산과는 다르게 신가야의 경우는 정확히는 미래를 기억 속에 이미 가지고 태어나며 그것을 보는 것이지만 , 분명한건 순서대로 불러내려면 엄청난 인과율을 보게되리란 것과 그것이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견딜 수없는 정신의 힘을 요한다는 것을 나는 막연히 상상할 뿐이다 .

 

기억을 우린 대게 뇌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놓고 불필요하거나 당장 쓰임이 없는 건 멀리 밀어놓는데 그 기억의 조각을 신가야나 미셸처럼 명령어를 치면 뚝딱 나오는 컴퓨터같이 꺼내지는 못한다 . 어떤 기억은 전혀 없던 것처럼 잊히고 어떤 기억은 무의식 속에 가라앉거나 왜곡되기 때문에 .

 

대체 한국에서 온 젊은 남자 신가야와 거대한 몸집의 미셸엄마 엘리스는 무슨 얘길 해주려는 걸까 따라가보니 , 온 세계의 정치와 나라의 영향력들이 몇몇의 사람을 통해 좌지우지되는 현장을 보여주는 통에

음모론자같이 회의적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 글자를 읽는 나를 보게 되었다 .

 

십년을 앞뒤로 추적하는 사람으로 사이먼이 엘리스와 미셸찾기를 돕고 , 엘리스의 눈 앞에서 십년전 죽은 신가야의 예언같은 것을 쫓아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일본과 중국 미국의 권력자들은 그림자같은 집단에 의해 수분 수초를 다투며 치열한 싸움을 우리가 못보는 곳에서 벌인다 . 그렇지만 그 많은 예언의 길에도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라면  어긋남이 시작되고  일을 그르치게 되는지를 이 책에선 보여준다 .

 

그러니까 결국은 정해진 노선이나 운명따윈 거기 안주하려는 약한 사람들의 방관이 만든 어리석은 일이고 , 하나의 변화는 단 한번의 선택과 실행력에 있다는 것도 ...... 그러므로 우리는 개개인 하나하나가 우주이며 세상의 질서이고 이 세상을 돌리는 축이란 진실과 함께 .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숙히 박힌 거대한 뿌리라고 .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 . "

 

ㅡ본문 541 ,542 쪽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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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26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장소] 2017-01-26 14:31   좋아요 1 | URL
아핫~ 서니데이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대로 돌려드립죠..소망라는 일도 이루는 한 해 되시길 ~^^♡

cyrus 2017-01-26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그장소] 2017-01-26 20:58   좋아요 0 | URL
아 감사~ 감사!^^ Cyrus 님도 굿굿한 명절 되세요!^^

2017-01-26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1-26 20:59   좋아요 0 | URL
흐~~^^ 유레카님도요!^^
행복 만땅 주문 받았습니다~ ㅎㅎㅎ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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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 80년대의 가장들은 나약함을 들키기 싫어 술에 얼굴을 감추고 폭력의 힘을 가져와 무능을 감췄다.그래서 억척스런 어머니들이 더욱 늘어갔고 , 그런 어머니를 안쓰러워하다가 지켜주고 싶다가 경멸하다가 때가 되면 자식들은 등을 돌리고 , 누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냐며 바락바락 악을 썼다 . 여자는 기댈 남편이 없었고 남편들은 아내가 더이상 자신을 남편으로 존경하지 않을 때를 두려워하다 인생을 망친 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이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따지고보면 두 사람이 서로 기대서 신뢰하고 의견을 진지하게 나누기만 했더라면 달랐을 일들 . 혹은 빈틈을 서로 내보이는 일들 .

 

킬러 안데르스는 처음부터 킬러였나 , 어쩌다보니 흘러흘러 좀 으르고 겁주는 법을 잘 알고 , 그게 쉬워서 하다보니 나중엔 이름처럼 킬러가 붙어 그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 하지만 그는 기억하고 있는데 어느순간 어머니가 스치듯 말 한  ' 알고보면 속까지 나쁜 놈은 아니란 ' 말을 진심으로 믿고 싶어하는 , 나빠지고 싶어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잘 지키고 살고 싶었던 남자에 지나지 않는게 진심인지도 모른다. 쎄고 강한 남자로 말고 선한 사람이 되고 싶은 킬러 안데르스

 

가업이어서 자신의 의견과는 전혀 상관없이 성별도 상관없이 여목사가 되야했던 요한나 쎌렌데르 . 하라니 했을 뿐인데 , 아버지는 그마저도 아들이 아니란 이유로 엄청난 폭력의 (그게 무슨 폭력이었든)시간을 견뎌야했던 요한나 .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고 , 실컷 미워할 수있는 위치에 섰다고 생각하니 그 대상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 애증의 대상이 돌연 사라지는 것 만큼 삶의 이유가 무너지는 일이 또 있을까 ... 거기다 교구에서 쫓겨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망할 신이 있다면 말이지만 가장 증오스런게 신인데 자신이 목사라는게 사실이고 , 달리 꿈이란 걸 가져본 일도 없는 것 같다 .

 

기계화가 되기 전의 문명은 폐르손의 가문에 축복이다가 발전과 함께 무너지고 이혼한 엄마와 둘이 살다보니 알바에 전전하던것이 전업이 되서 이름만 거창한 리셉셔니스트지 별볼일없는 인생이다 . 그런 그가 우연히 공원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나눠준 거렁뱅이 여자가 요한나이고 여자 목사이며 그가 일하는 곳이

저렴한 숙소를 제공할 수있다는 정황들 때문에 인연이 된다 .

 

백작이 나타나 의뢰를 한 보수를 반만 주고 간 것에 요한나와 페르가 얼결에 문제를 떠맡고 킬러와 함께 동업의 형태를 이루는데까지 일들이 얼토당토않는데 , 그 얼토당토 않은 헛점들이 기막히게 따지기 애매하단 점에서 먹혀들어가는게 이 책의 전체 재미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 어쩌면 성경을 읊조리는 여목의 논리에 남을 해치는 일을 맡기는 조폭들이면서 최악의 인간이란 점은 모두 피하고 싶어하는 이상한 심리가 이 소설 전반에 걸쳐져 있다는 걸 읽게 된다는 게 더 웃긴 건지도 모르겠다 .

 

악당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건 킬러나 조폭들이나 모두 같고 , 그러니 대행이 필요하고 , 일은 의뢰받아 돈은 챙기니 할 수없이 요구를 처리할 뿐인 , 말 그대로 일 .

 

일은 참 웃기게 전재산을 걸어 자신의 아내를 지키려한 남자로부터 꼬이게 되고 그런 돈을 덥썩 받아 챙겨 더는 나쁜일은 하기 싫다는 킬러를 버리고 떠날 생각이던 두 친구는 신변이 위험해지면서 킬러를 버릴수도 없어지고 만다 . 도망칠 돈을 끌어모으느라 잔뜩 받은 돈을 킬러가 여기저기 기부를 하면서 엉뚱하게 그가 갱생하고 선한 이미지의 설교자의 아이콘으로 바뀌는 걸 눈치챈 둘은 또 한 몫 잡을 생각에 이번엔 진짜 교회에 자릴 잡는데 , 진짜가 아닌 흉내의 노릇이란 원래 오래가기 힘든 법 . 킬러만 진심이고 둘은 겨우 겨우 버티는 수준으로 아슬아슬하다 결국 백작과  교회 관리인이 덫을 쳐서 와해가 되고 킬러는 다시 감옥신세 를 지게된다 . 

 

페르와 요한나는 잠시 자신들 시간을 즐기지만 그런 시간은 순식간이고 결국 남의 걸 받으면서도 줄 때가 더 행복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세상 천지에 둘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 그들은 그런 생각자체가 안되는 게다 . 원래 셋이 시작을 해서 ... 다시 출소한 킬러를 영입해 이번엔 산타클로스로 분해 미혼모등을 돕는 기부천사로 나서서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긁어모으기 시작한다 .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요한나는 이제 신이 그닥 밉지 않은 것 같다. 세상에 증오가 가득하던 그녀는 점차 증오의 리스트에서 애정의 리스트로 옮겨야 할 대상이 늘어감을 인정해야했고 그러자 거짓말같이 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착하게 살려고 대단하게 맘을 먹었던 그들이 아니었다 . 원래는 나쁜일을 하려고 작정한 일인데 , 한가지 두가지 열외의 상황들 ...그러니까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폭행치 않는다거나 , 아이를 안을 수 있게 양 팔이 아닌 한 팔만 부러뜨린다거나 하는 식의 예외를 적용하다보니 , 악독의 독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고 해야할까 ...또 , 먹고 살아야하니 밑천을 좀 들여서 남도 좋고 나도 좋자는 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마음까지 여유롭게 바꿀줄 , 페르 페르손이나 요한나가 알았을까 ...

 

그냥 세친구의 유쾌하고 엉뚱한 스토리로 읽어나가다 변하고픈데 기회를 갖지 못하는 킬러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들 생각이 났다 . 또 , 왜 하필 여목사냐하는 부분에서도 그게 자꾸 걸렸던 탓도 있다. 엉뚱하고 좀 애둘러 오긴 했지만 킬러도 페르손도 요한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강제로 입을 닫게한다거나  겁을 주지 않는다 . 물론 겁을 먹을 그녀도 아니지만 , 그런데 , 가만보면 페르손도 킬러도 엉뚱하게 요한나의 진심어린 속얘길 들은 첫 사람들이란 점에서 인상적인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윽박지르면 되던 그들의 삶을 젤 처음 바꾼 사람이 요한나라는 사실이다 . 그것도 다소 엉뚱하고 말 안되는 우격다짐같은 허당끼가 섞인 말로 , 그러니 더 미워할 수가 없다 . 완벽한 이론을 무기로 내세운 얘기였다면 어쩌면 안되었을지도 모르는 , 빈틈이 허락한 빈틈 아닌가 한다.

 

그러니 돌아보면 억척스런 우리 삶의 어디 쯤 , 반드시가 아니면 안되던 어디 쯤 , 빈틈을 가진 우리가 있을텐데 ... 남자도 여자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말이다 . 스산함만 남은 현재가 아닌 가진 것 없어도 배운 것 많지 않아도 모여 앉아 즐거운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 땅 끝 세상 어디 킬러 아닌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처럼......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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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01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엔 더 좋은 일들 있으시기를.^^
그장소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장소] 2017-01-01 15:00   좋아요 0 | URL
벌써 와버린 1월을 받아들고 앗뜨거 ~ 하고있어요. ㅎㅎㅎ 서니데이님도 굿굿한데이~ 들 만들어가실줄 믿어요!^^

2017-01-01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1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0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10 16:44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진짜!! 어디요? 대체 뭘로요? 그럴리가.. ㅠㅠ 일단 확인 해보고올게요! 뭔지도 모름!! ㅎㅎㅎ

아~ 이 글로 였나봐요! 저 이달의 리뷰 ㅡ 코너 지금 처음봐요! 이런 페이지가 있었네요! 방금 메일도 왔어요 . 실제 있는 일였네요! 고마워요~! 무진장~ ^^♡

2017-02-10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0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