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전 김숙희는 ㅡ 이기호 작가 편 .

 

과거란 ,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법이라고 ...

 

그는 마치 그 모든 풍경을 자신이 만든 양 , 그 모든 풍경 속에 자신 또한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양 , 의식적으로 커다랗게 미소 지으려고 노력했다 . 결혼한 지 9년 만에 처음 떠나온 여름휴가였다 . 어쩌면 그래서 그는 평상시보다 더 감상적이고 더 특정한 기분 상태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마치 바람이나 햇빛 속에 자잘한 멘톨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처럼 , 명치 부분에 알코올 묻은 솜이 닿은 것처럼 , 무언가 끊임없이 그의 내부에서 화르륵 화르륵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

 

ㅡ본문 312 / 313 쪽에서 ㅡ

 

이제는 꽤나 유명해졌을 정유정의 종의 기원 첫문장 .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하는 말처럼 , 결혼 9년 만에 얻은 제주도에서의 여름휴가가 달콤하고 화한 감각이 채 사라지기 전에 들이닥치는 낯선 남자들의 방문 .

그리고 주인공 정재민씨에겐 무슨일이 ,  15년도 전에 있었나 를 따라가는 이야기 .

다짜고짜 ㅡ 같이 가시죠 ! 가면서 이야기 한다는 두 남자 .

아내가 밥상을 들고 그를 향해 걸오오고 있는데 , 아이들은 종아리에 물방울을 뚝뚝 떨구며 놀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데 , 대체 왜 ......

 

그러니까 그 여자 김숙희가 자수를 해 왔다고 , 참고인으로 불려간 서울 . 제주에서 서울로 급 송환당한 정재민 . 잔뜩 풍선에 바람을 넣고 , 갑자기 빼버려 쪼글쪼글 해지는 순간을 본다 .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구나 했는데 , 그 모든 사건에 실제 정재민의 개입사실은 아주 애매하다 .

정황증거랄까 , 그런 애매한 것은 상상력으로 채우라는 작가의 주문같다 . 회사 납품 대상 유치원 근무자였고 유부녀였지만 , 만나며 먼저 말하지 않아서 , 그는 그녀가 업체선정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관계를 몇 번 가지게 된다 . 그러다 그녀가 어느날 전활 걸어와 한단 말이 남편을 죽였노라고 , 뭐 , 이런 급작스런 전개람 ......

 

이상한 여자였다고 , 그러면서도 그녀가 건내준 남편의 사고 보상금으로 나온 보험금을 챙기는 남자 정재민 . 주니까 받았고 있으니까 썼을 뿐이란 듯이 . 그리곤 점점 여자를 멀리하다 (분명한 헤어짐이란 언급도 없이 ) 잊을 만한 때에 여자의 연락을 받고 함께 차를 마시며 여자의 물음을 듣는다 . ' 나한테 왜그랬어요 ? ' 이건 시작할 때도 있던 물음이다 . 남자는 사정은 ' 당신이 내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래서 ' 라고 해야하지만 , 그냥 ' 당신이 맘에 들어서 ' 라고  여자의 기대를 부풀린다 . 그러곤 여잔 만나면 남편의 험담을 했고 , 남자는 그저 가끔 잠자릴 하는 정도의 가벼운 관계였노라고 진술을 한다 .

김숙희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돌연한 자백을 했다 . 그 사건에 남자의 배당은 딱히 언급하지 않고 모든게 자신의 혐오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해버린다 . 과연 그럴까 ?

 

이 제목의 오래전 김숙희는 ㅡ이 아닌 사실 오래전 정재민은 ㅡ하고 말했어도 상관없는 부름일 듯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다 잊은 채 이따금 김숙희에 대한 기억이 솟아오를 때마다 까닭모를 분노 같은 감정이 들던 이유에 대해 심정적 , 상상만을 나는 할 뿐이다 . 자신은 아무 잘못없고 그렇게 심각한 관계도 아니었는데 , 하는 남자 .

 

그녀는 그가 자신을 다 잊고 잘 살고있다는 걸 알았던 걸까 ?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도 ? 그래서 15년 만에 그를 경찰진술에 불러들인 것인지도 , 형사들은 그가 어떤 정황이나 사건의 당사자라는 짐작이 있지만 여자 김숙희가 다 자신이 한 일이란 고백에 , 그를 그저 참고진술이나 하는 참고인으로 풀어줄 밖에 없다 . 그렇지만 적지않은 보험금 육천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건 , 어떻게 이해 해야할까 ......

 

젊은 나이에 나이든 남자와 살던 김숙희는 한때 이 남자 정재민을 좋아했을테지 . 그리고 지금은 증오할테고 , 자신이 한 일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그를 위한 일이었다고 , 원망이 차 있지는 않을까 ?

그러니 그런 과거가 자신을 붙잡으러 왔을때 , 남자 정재민은 사뭇 체념한 듯 따라나서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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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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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 어디쯤 서 있느냐는 물음이다, 차라리...

 

 

여자는 그저 담담하게 일상들을 토막토막 썬 무처럼 늘어놓는다 . 이 여자에게 무슨일이 있구나 , 그러지 않고서야 그저 담담한 일상을 이렇듯 단속적으로 내뱉을리 없지 . 그걸 알면서도 대체 그 일이  뭔가를 갈증나는 사람 찬물 들이켜듯이 따라가며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툭 ,주책없이 어머 , 어떻게 ...이게 왜 이렇지 하듯  당황했다 . 책을 놓고 이게 뭐야 . 내가 왜 이러지 해가면서 ......

 

시리 (siri ㅡ 스마트폰 음성인식서비스 프로그램) 가 있었다면 , 글 속의 명지와 대화를 하듯 내 이런 망연한 말에 답을 해주었을까 ? 시리라는 프로그램을 찾아볼까 하다가 정말 있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찾기를 그만둔다 . 그러니까 속수무책으로 떨어진 눈물은 권도경 선생님 사모님께 ㅡ하고 부름말 뒤에 졸망졸망 따라온 한 문장 때문이었다 .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여요 . 이런 말씀 드리다니 너무 이기적이지요 ?

( 미치겠다 . 다시 이 부분을 옮기려고 읽으니 또 눈물이 ...)

ㅡ본문 309 쪽에서 ㅡ

 

훌쩍훌쩍과 쿨럭쿨럭 기침들 사이로 눈물바람을 멈추려고 잇새를 무는 내가 있다 . 그리고 글의 주인공 명지씨가 있고 , 장례식 장면에 시어머니가 어쩌면 그 사람들 쪽에선 어떻게 아무도 안 올수가 있냐고 할때 이 여자의 남편이 뭔가를 위한 희생을 했구나 알았지만 , 또 선생이되서 시리와 시덥잖은 말을 주고 받는 그에게 청소기를 다리사이로 밀어 넣었다는 말들을 읽을때 , 그녀의 남편은 선생이구나 했지만 바로 물의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어서 설마 하면서 읽다가  그게 세월호는 아닌데 다른 곳에서 난 사고인데도 나도 모르게 그걸 연상하고 말았다 . 그 당시엔 울지도 사건을 보지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 이렇게 엉뚱한 데서 전혀 다른 일로 , 이렇게 돌연하게 상실이란 걸 툭툭 알려준다 .

 

명지씨는 결혼 후 처음 담글 맘을 낸 김치재료들을 앞에 두고 전화한통으로 남편의 소식을 듣는다 . 이제 막 아이를 가지기로하고 남편은 그 날 금연을 시작하기까지 했는데 하면서 , 눈 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땀처럼 났다고 했다 .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스코틀랜드에서 사촌언니로부터 한 달여간 이쪽에 와서 지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여행도 뭣도 아닌 투명한 신분의 사람으로 있는 듯 없는듯 주인이 집을 비운 사촌언니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 투명하게 있긴한데 없는 것처럼 보내는 시간이라니......

 

나는 명지씨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구진과 인설들 사이를 떠도는 이유에 대해 , 편지를 받고 행간으로 사정을 우리게 알려주는 동안 또 그녀가 식탁모서릴 잡고 우는 동안 생각한다 . 상실이란 것이 어떻게 우릴 찾아오는지 ...... 그렇지만 편지를 쓴 지은이 불편한 몸으로 어색하나 정성들였을 그 얘기와 조심스런 안부챙김의 마음에 , 나도 모르게 키운 알 수없는 세상에 대한 원망의 심정을 덕분에 조금 아주 조금 풀어놓게 된다 .

 

시리는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 . 어디로 , 상처받고 상실한 이들에게 그말은 괜찮냐는 김애란 식 음성지원서비스 같았다고 해야겠다 . 덕분에 조금 조금 쌓인 감정이 삭혀졌노라는 감사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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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1-26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히 우울해져 울고 싶은 날,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장소] 2017-01-26 00:40   좋아요 1 | URL
아 ..책의 활용법 ! 끄덕끄덕, 심장이 훌쩍 쿨쩍 해요 ..
 
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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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ㅡ 김금희

 

ㅡ 내가 고양이고 당신이 집사 ㅡ

 

 

배관실로 내려간 그는 순태야 ㅡ 하고 고양이를 불렀다 . 아주 작은 노오란 눈빛이 배관 뒤로 숨는 것을 포착했다 . 고양이였다 . 그가 문가에 배낭을 놓고 배관들 사이로 기어들었다 .

오배수관에서 물이 흐르고 환기장치가 돌아가는 사이 고양이가 갸냘프게 야옹 ㅡ 하지 않는지를 . 일단 고양이가 대답한다면 거의 성공이었지만 그런 기적은 드물었다 .

그가 기계 소리를 이길 생각으로 어느 중산 가정의 어머니가 풀밭을 향해 아이를 부르듯 좀 크고 은은하게 순태야 ㅡ 부르자 울림있게 네에 ㅡ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네에 ㅡ 저 여기 있어요 ㅡ 배관실 문 사이로 학생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 그는 재빨리 고양이가 있던 쪽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거기에는 처음부터 그랬는지 , 도망을 갔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

 

ㅡ 본문 236 쪽에서 ㅡ

 

아가씨의 집에 가면 집 현관에 도착 하기도 전에 이층의 창문으로 그것들이 왔어 ? 하고 고갤 내민다 . 마치 모두 일나간 후 그집을 지키는 늙은 조부모들처럼 . 어느 때는 한마리가 , 혹은 두 세 마리가 창턱에 올라서서 왔다갔다 어슬렁 거리면서 들어오지 않고 뭘 하고 섰어 ? 어서와 어서와 하듯이 ......

현관을 들어서면 신발들보다 더 많이 굴러다니는 고양이의 털뭉치와 어느 신발은 방석이라도 되듯 올라 앉아 이건 내꺼야 하면서 밟지 말고 조심히 들어오라는 녀석들의 마중을 받고 , 일별하는 내 시선에 거실은 그야말로 살풍경이다 . 고양이에게 다 내어주고 사람은 작은 방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산다 . 그 넓은 집을 ...... 그 집에 사는 건 고양이고 사람은 그들의 집사로 곁방에 기거하고 있을 뿐인 아가씨의 집 .

 

내 집은 책들이 주인이고 , 나는 집산데 ...... 뭐 ,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는거니까 하면서 괜히 아무도 안보고 묻지도 않는데 끄덕끄덕 .

 

다 읽고선 이게 김금희 작가 소설이라고 ? 하면서 다시 맨 앞으로가 사실을 확인한다 . 분명 김금희작인데 어쩐지 나는 황정은 식 말하기를 읽는다 . 이건 이건 , 황정은 표잖아 하면서 , 그 둘이 혹시 계획적으로 우리 문체를 서로 바꿔 써볼래 ? 한 걸까 ...사람들이 속나 안속나....그럴리가 없겠지만 , 닮았다 . 매우.

이러다 황정은 소설에선 김금희작가가 읽힌 다면 , 재미있겠다 . 맞네 ~ 서로 바꿨어 . 역활을 , 하면서 ...

... 마치 고양이와 사람의 역이 서로 바뀐 것처럼 . 그러니까 그건 그녀석들이 너무도 태연해서 오는 일종의 오해일지도 모르지만 ,

 

모과장의 주방가구 설계 40년 경력과 우울한 다혈질이 탕탕탕 못을 박고 , 드릴을 드르르륵 박았던 그 삶이 건져진 건 우연한 일이겠지만 , 어쨌든 지금 살고있는 이유가 분명 그 고양이들 때문이긴 하니까 어쩌면 이 사람 모과장은 덤으로 고양이들에 생을 이어 받아 연명을 한 칸 늘린 걸지도 모른다고 , 그게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

자신의 일이 있지만 어느새 많이 밀려나고 , 하찮다면 하찮은 다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기능계발직으로 내몰린 건 이제 문을 열고 이 회사를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압박을 해오는 정상적인 (!?) 사람들의 압박스크럼인 모양이라고 읽는다 . 모과장 당신이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따는건 너무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같이 구석에 몰린 미스 한이 그랬다 . 그녀도 아는 걸 사회를 점령한 두발을 딛고 사는 저 윗사람들이 모른다는게 문제지 , 그게 이 모과장의 잘못은 아닌데 , 그저 하라니 쫓겨나지 않기 위해 (?) 했을 뿐인데 ......

 

퇴근을 하면 집으로 가서 고양이들을 돌보고 , 걸려오는 전화에 유기묘들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을 부업 (?) 처럼 하고 사는 모과장의 투잡 라이프 스타일 . 그건 사람들을 위한게 아니고 그저 길에서 애꿎게 다치고 사라져가는 묘씨생* 들이 안타까워 할 뿐인 일 .

 

세상의 고양이들 모두에 집사라도 되는지 , 읽다보면 분명 , 아 고양이를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구나 싶고 , 그들이 사람인지 고양인지 통 알 수 없게되는 구석이 있는 단편 .

그러니까 내가 고양이일뿐이고 , 사실 고양이 님은 집사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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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7-01-25 0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이 책 전체에선 어느 소설이 젤로 좋나요?

[그장소] 2017-01-25 10:20   좋아요 0 | URL
정용준. 권여선은, 은 이전 다른책에서도나왔으니 순위제외 할게요.
1.김애란 2.정미경 3.김금희 4.최은영 5.김숨
6.최진영 7. 이기호
정도 ? ㅎㅎㅎ

cyrus 2017-01-25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의 츤데레 성격이 좋아요. 잘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도 같기도 하고.. ㅎㅎㅎ 정작 자기 심심할 때 놀아달라고 다가오잖아요.

[그장소] 2017-01-25 14: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개보단 고양이가 좋아요 . 개는 넘 애정 갈구형이라 , 그만큼 못해주면 미안해져서 죄책감 생길 거 같거든요 . ㅎㅎㅎ

후애(厚愛) 2017-01-25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조금씩 읽고 있어요.^^
다른 책과 함께 읽으니까 속도가 느린 것 같아요. ㅎㅎ


[그장소] 2017-01-25 19:07   좋아요 0 | URL
저도 동시다발로 여러권을 돌려보느라 , 그 느림의미학을 알죠! 즐기시면 좋겠어요 . 천천히 읽기도~^^
 
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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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다가오는 공포

 

은영은 분명 검은색 그랜저라고 했다 . 검은 색 그랜저가 새벽 두시에서 세시 사이에 다섯 번이나 읍산요금소를 통과했다고 했다 . 그녀는 은영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들었다 . 아주 간혹 그렇게 시간 차를 두고 연속해서 읍산요금소를 통과하는 차들이 있었다 . 기껏 도시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해 내달리다가 사정이 있어서 되돌아온 차들이었다 . 읍산요금소 앞으로 뻗은 도로는 칠백 미터 지점쯤에서 두 갈래 길로 갈라진다 . 고속도로 상행선 , 하행선 . 통행료는 통과할 때마다 지불해야 한다 . 통과하는 횟수가 백 번일 경우 백 번 다 .

뫼비우스의 띠라고 했던가 . 차들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부스 밑에 설 때마다 그녀는 , 자신이 들어 앉아 있는 부스가 뫼비우스의 띠의 시작이자 끝인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

 

ㅡ 본문 260 쪽에서 ㅡ

 

이 부분을 이 책의 백미라고 잡아 놓고도 한참이나 망연하게 모니터를 쳐다만 보고있었다 .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단편은 너무 너무 , 너무하다 . 끔찍하게 삶을 짓누른다 . 글 속의 여자는 심상하게 요금소의 일과를 서술하지만 읽어들이는 나는 잘못 읽힌 바코드기기처럼 삑삑 소릴 내게 된다고나 할까 ?

너무 아무렇지 않으면 , 그 앞에 슬픔을 표현 할 길이 없어지잖나 ? 먼저 울어야 같이 울 수도 있을 텐데 ......그러니 너무한 소설이다 .

 

뭘 불러와 이 단편을 표현해야 가장 와 닿을지를 고민했다 . 머릿 속엔 너는 상행선 , 나는 하행선 하는 유행가도 휘리릭 지나 간다 . 아니다 . 그 노랜 , 길 위에 있으니 길을 테마로 머릿 속의 이것저것을 불러와 본다 .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 이 길이 옳은지 . 다른 길로 가야 하는지 , 가로막힌 미로 앞에 서 있어...하는 김윤아의 길 "을 불러다 놓는다 . 그러고 보니 시그널 테마 곡이다 . 그렇지 , 이 드라마에서 김혜수 (차수연 역)는 눈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달리다가 죽음에서 겨우 비껴나지 .

 

이 글의 주 무대인 읍산은 황량하다 . 모두 빠져나가고 텅빈 황량함이 아니라 장례식장을 앞에 두고 요양원을 앞에 둔 생의 마지막 같은 그런 황량함이 꽉 차있다 . 그 길목 어디 쯤을 지키고 섰는 요금정산의 계약직 직원인 여자는 한 밤에 그랜저를 몰고 , 계속 되돌아와 같은 장소를 묻는 남자를 공포심에 곰곰 생각한다 . 저 이가 의도적으로 되돌아 오는건 아닌가 ..하고 ,

 

길 위에서 자꾸만 같은 위치를 묻는 남자와 대거리에 지친 여자가 , 나중에 생각해 내는 일은 아예 폐쇄된 옛날의 요금소를 일러줄까 , 하는 소소한 악의다 . 그러다 요금소 소장이 알려준 그 요금소 이름이 읍산 요금소라는 말에 ,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읍산요금소 인데 ,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묻지만  이전의 폐쇄요금소와 지금의 요금소가 같다는 말을 듣곤 황망해진다 . 대체 ,  잘못된 곳에 잘못 서 있는 건 자신이 아닌가 하면서 ......

 

마치 빛이 보이는 곳이라 무작정 뛰었는데 어디선가 꼬여 다시 그 길로 돌아가는 달음박질을 하는 김혜수를 보는 것 같아서 , 내가 다 철렁 해진다 . 무미건조한 글에 이런 생의 막장같은 공포라니 역시나 김숨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을 하게된다 . 으~ 어쨌든 너무 너무한 소설한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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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심야식당 01 심야식당 1
아베 야로 지음 / 대원씨아이/DCW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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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저녁이면 문을 여는 가게 , 그럼에도 찾는 사람이 많답니다~!

 

이 책은 만화 책도 재미지만 이미 드라마로도 국내에서 했었어요 . 일본 에서 영화도 물론이고 드라마도 했을법한데 오랫만에 e-book 으로 만화책을 봤습니다 . 언젠가도 말했지만 저는 혼밥이나 혼술이 어렵지 않아 꼭 같이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조금 불편한데 , ㄷ 자 모양의 바(bar)로 테이블이 만들어져 있어서 모두가 주인 혹은 건너편의 사람들과 혼자 또는 같이 하는 형태의 좌석 꾸밈이 이 식당을 덜 외로운 곳으로 보이게 하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

 

늦은 시간에도 들려서 지친 마음을 풀어내듯 한잔의 술을 키핑해 놓은 bar를 찾듯이 그렇게 들어선 가게에서 술대신 (혹은 술도 함께 )밥을 찾는 곳 .

어쩌다 보니 모이고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 둘 같이 하게되죠 . 아무리 혼자인 사람이라도 사연없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말입니다 .

따로 따로 혼자와서 나갈때는 같이 , 일행이 되서 , 또는 가족이 되어서 더 진한 뭉클함을 주는 , 원래는 혼자와서 먹는 구조인 이 집이 오래 해 나갈 수있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는 ......

 

몇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져 나와요 . 대목마다 전편과 연관이 있을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그냥 하루한끼가 시작되고 밥을 먹듯 그렇게 진행이 되죠.


늦은 시간에 시작해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는 문을 닫는 주인 아저씨 .
어쩐지 거긴 매일 밤 사람들이 들러 아기자기하고 그럼서도 왁자지껄 할 것 같단 말이죠 . 혼자가 싫은 사람들이 들려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구나 싶었네요 .

요즘은 혼밥 , 혼술 , 그게 대세인듯 해도... 그건 그냥 쎈척 하려는 몸부림 같아 보이는데 , 괜찮아 괜찮아 하는듯도 보이고요 .
그 혼술 혼밥의 자연스러운 녹아듬이 이 심야식당에 있어요 . 혼자인듯 같이 먹게되고 나눠먹게 되는 이곳 . 어쩌면 밤이라서 어쩌면 더 그럴수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

 

단촐한 메뉴가 있을 뿐이고 , 주인 아저씨가 있는 재료로 오늘의 식사 한끼를 팔 뿐인 곳이지만 이야기들은 사람의 일이라 요리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은 , 그곳에 , 그리움처럼 잊었던 옛날의 맛이 그렇게 있습니다 .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잔치국수의 고명처럼 그 맛들을 더욱 따듯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야기 .

 

주먹 좀 쓸 법한 무서운 조폭의 아저씨도 , 혼자서 고학중인 외롭고 가난한 젊으니에게도 누구나 공평한 곳이라서 애정이 더욱 생기게 되고 말이죠 .

 

저는 무료 서비스로 보여준 1권을 봤을 뿐이지만 , 계속 보고싶단 생각을 하게되던데요 .

권수가 의외로 많고 길어 살짝 망설이고 있습니다 . 글 속의 간장이나 소스냐 티격태격하는 그들의 사소한 다툼처럼 , 밉지 않게 말이죠 .

 

어쩌면 그 곳 주인장 아저씨는 우리 현대인의 외로움을 요리해내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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