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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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전해 받은지 보름이 훌쩍 넘었다 . 첫날에 몇 편의 단편을 읽고 쟁여두었었다 . 한동안 머릿속에 책이 안들어 온 탓도 있고 , 뭣보다 부담을 지우고도 싶었다 . 그렇다고 지금 그 부담감이 덜어진것 은 아니지만 , 그래도 일단 읽은 녀석들을 소화는 해야겠기에 부지런히 책정보를 털어 낼 볼 량으로  용기를 내본다 .

열 편의 단편이 차고차곡 담겨있었고 내가 의식하기론 확실히 작가로는 첫번째 소설집인 모양이라고 감히 느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 먼저 리뷰를 해주신 분의 글을 두어편 읽었는데 , 그마저 읽지 말 것을 그랬다고 남은 글을 읽으며 살짝 후회까지 했다 . 리뷰를 접한 시점에 , 그때 이미 내 안에서 이야기 흐름을 정해두었던지 뒤로 갈수록 먼저 생각한 것들이 흐려졌기에 그랬다 . 선입관이 이래서 나쁘달까 ?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단편소설의 세계를 좋아한다 . 아니 매우 애정한다 . 왜냐하면 단편에는 이야기의 열린 결말을 보여주는 때가 많은데 그게 작가의 의도인지 유행인지는 몰라도 , 읽어도 해소 안되는 질문들이 글 속에 있기에 그렇다 . 그리고 장편에선 끝이 대부분 완곡하다고 느낀다 . 닫힌 결말이랄까 , 어쨌든 해피엔딩이거나 새드엔딩이거나 , 속편이 없는 한 끝이 분명하게 있곤 하는 반면 단편에선 그 짧은 이야기 속에 결론보다는 질문으로 끝이 나는 때가 더 많기에 상상의 여지가 많아진다는게 내 단편소설 애정의 이유라고나 할까  . 그런데 이번 책읽기에선 단편인데 장편같은 느낌을 가졌다 . 곰곰 생각해보니 하나의 단편들  끝이 거개가 결론을 완벽하게 매듭짓는 형식으로 쓰였던 게 이유가 아닐까 한다 .

 

우선으로 표제작인 라요하네의 우산이 그렇게 느껴졌다 . 라요하네까지 가서 뭔가를 떨쳐내고자 갔던 지미의 여행기록이라면 기록인데 거기서 한방을 쓰게 되는 시메트리증후군을 가진 샌드리와의 만남과 함꼐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길 담으며 끝으론 샌드리 입원소식과 함께 그 둘이 얘기나눈 ' 자기앞의 생 ' 을 , 그 책의 마지막 장을 찾으러 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 지미도 어쩌면 샌드리만큼은 아니어도 강박증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었는지 모른다 . 그런 결말을 보여주려고 이야길 밀고 간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  그러면서 우리들은 모두 ' 병' 이 아니라는 주문을 달고 살며 자신의 병증을 키워가는건 아니겠냐는 재확인쯤으로 읽혔다 . 더 나중에 다시 읽으면 이 느낌도 희미하니 결론이 아닌 질문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

 

어쩌면 첫 소설집으로 묶으며 작가 자신과 글을 한발짝 떨어뜨려 놓고 싶었던 희망이 묻어난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 그러자니 내 이야기가 아닌 담담한 글로 기능하길 바래서 오히려 글에 작가가 생각한 것들이 많이 묻어버린 감이 느껴졌었다 . 고전이나 전래동화처럼 인과와 응보가 분명한 결들이 읽힌다고나 할까 . 그것이 대체로 아쉬웠다 . 그러다보니 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이 스스로 결말을 내고 그것을 우리에게 간곡한 이해를 주려고 하다보니 갑갑한 느낌이 뒤로 갈수록 있었는데 , 그런 면에선 구성을 잘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

 

그러니 내가 제일로 원하던 식의 글은 호기심을 던져 놓고 끝낼 뻔한  ' 누가 빈지를 잠갔나 ' 를 최고로 쳐야겠다 . 제목에서도 그렇고 궁금증을 던지지 않나 ? 빈지라니 , 그 단어를 얼른 아는 분이 내 나이 또래에 많을지 나는 그것 역시나 궁금하다 . 글 속의 화자는 ' 약자 ' 라는 고향 동생과 카톡 연결이 되면서 그녀가 어린 나이에 왜 함께 자란 동네를 떠나게 되었는지 이야길 해주는데 , 그 이유란게 우리는 널문이라고 흔히 아는 그 ' 빈지문 '  이 누군가에 의해 잠기는 일 때문이었다는 말을 한다 . 세월 이편의 언니라는 나 " 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 이 ' 약자 ' 는 그게 언니가 한 일이 아니냐고 묻고 서로의 이야길 조합하며 사건을 풀어내간다 . 이 글 역시도 작가가 힘을 써 시점에 약간의 상상력을 보태는데 , 나는 그것이 조금 답답했달까 ... 그러한 끝의 여지는 독자에게 던져 줬으면 더 좋았지 않나 , 싶어서 ...  너무 친절한 작가 시점 였다고 해야겠다 .

 

그렇더라도 어떤 책이든  재미가 없으면 역시 읽히지 않는다는 만고 땡" 의 진리를 앞세워 보자면 , 가독성만큼은 상당히 뛰어나서  그런 염려를 걷어 낼 만한 힘이 있구나 느꼈다 . 오죽하면 근 20여년을 글을써오고 매번 놀라운 끝을 보여주는 , 또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의 글보다 훨씬 잘 읽혔으니  말을 다했지싶다 . 그게 어쩌면 이 작가의 힘이 아닐까 싶었고 , 두번째 소설집에는 그런 필력이 강한 폭풍으로 불어오지 않을까 ! 하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크게 됐다 .

 

리뷰를 쓰고보니 , 뭔가 잔뜩 무겁다 . 좀체 가벼운 글도 무겁게 읽는 내 탓이려니 하고 , 이해를 해주면 좋겠고 ,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게 된다 .  좀더 글과 자신의 거릴 의식을 않는 글을 쓰시길 힘껏 응원하며 ...부끄러운 리뷰를 접는다 .

 

 

나쁜 의도로 카메라를 설치 한 것은 아니었다 . 처음 의도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겼을 때 고개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

어느 날 우연히 모니터를 보던 김은 예사롭지 않은 장면을 발견했다 .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대체로 진실했다 .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 , 특정 음식을 탐하는 사람 , 아예 식사에는 관심이 없고 동행인의 몸에만 관심 있는 사람도 있었다 . ......어둠 속 피사체들에게서는 불허한 것을 탐하는 자의 희열 같은 게 묻어 나왔다 . 그곳에서 사람들은 너무 빨리 허위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 바꾸어 말하면 빛의 세계는 인간에게 다양한 가면을 쓰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

ㅡ본문 39 쪽 [ 암흑 식당 ] 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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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4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05 00:17   좋아요 0 | URL
나머지는 리뷰들 쓰는 틈틈이 보석바 알갱이처럼 꺼내지길 바라며 전체를 뭉뚱그려 썼어요 . 하루 더 생각을 묵힐까 ㅡ하다...더 미련 갖지말고 쓰자고 확 질렀네요 . 그런데 칭찬에 왤케 인색한지 ㅡ 제가 다 밉네요 . 마구 마구 기존작가들 퍼주듯 좋은말을 해주면 좋을텐데 ㅡ 이미 필력은 리뷰나 쓰는 나완 차원이 다르다고 느끼면서 , 좋은 말이 살이 되진 않을거란 생각에 혹평을 하게됐네요 . 그치만 제가 애정하는 맘을 꾹꾹 눌러쓰긴 했으니 전해지면 좋겠어요 . ㅎㅎㅎ
서니데이님도 굿굿한 밤 되세요!^^

2017-02-05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05 13:25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고맙죠~ 이런 멋진 작가님의 시작에 동참한다는 기분이막막 ~^^ㅋ( 제가 좀 까불죠) 다행입니다 . 맘상하시면 어쩌나 , 엄청 걱정했는데 , 그치만 소재들이 밭에서 막따온냥 신선해서 그것들의 힘이 좋더라고요 . 읽을 기회주신 점 넘넘 고맙습니다 ~ 포크너에 빠져계신가보네요 . 요즘은 ㅡ^^

cyrus 2017-02-05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좋게 느껴진 소설을 리뷰를 쓸 때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라요하네의 우산》이 그런 경우였어요. 그래서 저도 리뷰를 쓰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

[그장소] 2017-02-05 13:26   좋아요 0 | URL
음, 그런데 잘 쓰셨던걸요 ? 그 리뷰 보곤 아..난 십년은 이르구나... 자괴감들고 ... ㅎㅎㅎ^^
 
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최진영 작가편 : 하룻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하룻밤

 

은지는 내게 ' 너는 사랑을 할 줄 모른다 .' 고 했다 . 어이없고 피곤했다 . 그럼 그동안 자기랑 나랑 했던건 뭐란 말인가 . 우린 대체 뭘 했던 거니 ? 나와 만나는 동안 은지는 SNS 프로필에 이런 문장을 올려두었다 .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

ㅡ폴 틸리히 .

 

이런 글귀를 자기 삶의 엄청난 명언인 양 적어놓고 왜 내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 이런 짓이랑 초등학생이 방학 첫날 그리는 생활 계획표랑 뭐가 다른가 말이다 . 

 

ㅡ본문 410 쪽에서 ㅡ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표적으로 그려지는 가장의 심리는 보면 , 어쩐지 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하룻밤 같다 . 그것들의 변주가 아름다울 때나 너무 굉장할 때 " 한여름 밤의 꿈 " 이런 식으로 그려지는 건 아닌가도 싶고 , 딱 여기까지만 하고 , 이것만 해내고나면 더 멋지고 제대로 뭘 해냈다는 생각이 들것만 같아 가정엔 또 부인이나 자녀에게 약속을 번번이 미루는 일들 ...... 이 담에 어디 가자! 뭐해 줄게 ! 이것만 끝내고 나면 대박이라니까 ! 하면서 , 그런데 정작 그 끝의 뒤를 돌아보면 놓친 것들이 주르륵 시간의 장막을 덮친다 . 후회와 상실 같은 것들로 .

 

나만해도 조금 날이 풀리면 , 좀더 서늘해지면 , 좀더 어두워지면 좀더 따듯해지면 하면서 한 해가 훅 갔으니 말이다 . 아직은 모르지만 언제고 이 날들을 후회할 날이 오겠지 . 그때 달랐더라면 하고 ,

 

글 속의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 여자친구와 갈등이 있었고 지금은 헤어진건지 애매한 상태이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고 , 그냥 나가서 찝찝하지 않고 서운하지도 않은 괜찮은 하룻밤의 온기만 있으면 될것 같아 연락온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낸다 . 클럽에 가서 여자애들 하나씩 데리고 오늘 밤을 어떻게 해볼까 전전긍긍하면서 . 사실 아르바이트만 하고 교통비를 채우고 나니 주머니에 남은 돈도 없는데 ,

 

그러고 보니 내가 그맘때에 만나던 친구들도 특히 남자친구들은 늘 돈이 없어 이른바 뿜빠이 란 것을해 아슬아슬하게 놀곤 했던것 같다 . 여자애들은 당연 일을 하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돈을 쓰는 남자들은 날을 잡고 한번에 오늘이 끝이다 하듯 놀았던 것 같다 . 나이가 조금씩 들고 다들 결혼을 하기전까지 그때의 빚을 갚듯 그때의 친구들은 선심 쓰듯 돈을 풀곤 했었던 기억 .

 

뭐 남자들은 군대란 것도 있고해서 그리고 대학도 , 그것들을 마칠 때까진 대게 누나나 여자친구들이 먹여 살린다 . 품앗이처럼 . 어쩔 수 없다 . 나라가 분단이라 젊음의 희생을 요구하니까 . 아직 군대 가기전의 학생들은 지금부터도 내내 그럴테지 , 아 , 딴 얘기로 빠졌다 .

 

하룻밤 까짓 지독한 악순환 같은 걸 잊어도 좋은 , 그런 절대적인 바람이 가득한 단 하룻밤과 글 속 주인공이 이전에 철없이 친구와 어울리던 어떤 밤의 차이는 뭘까 , 그 덕에 학교까지 퇴학처리 되었고 친구하난 죽었으며 자신은 아직도 차를 탈 수도 없는 중증의 질환자가 되었는데 말이다 .

하지만 밥먹듯(?) 가출하는 착한 그의 동생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 . 형이 차를 탈 수 없다는 걸 .

엄마는 한밤에 계속 전화해 울면서 가출동생을 찾아오라 애원한다 . 꼭 그러다가 네 꼴나면 안된다는 듯 .

 

클럽에서 만나 같이 남은 여자는 이름이 G라고 한다 . 은지만 아니면 된다고 아니 자기가 아는 여자 이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한다 . 술을 더 마시고 어긋난 대화를 하고 , 자신은 여자애가 죽을거라며 약을 꺼내들고 울어도 듣고 싶지않다 . 그런 얘긴 . 심각한 것이 옮아버릴까봐 두렵기라도 한냥 .

 

우연히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가출동생을 찾았다 . 이런 우연이 , 그때도 역시 엄마의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있었고 주인공은 동생을 미성년이니 일시키면 안되고 가출한 아이니 데려간다며 끌고 나온다 . 덕분에 여자랑 하룻밤은 물건너 가고 , 흩어졌던 친구들이 돈이 없어 다시 하나둘 주인공과 함류한다 .

 날이 곧 밝을 것 같은 시간 술도 적당히 깨고 첫차가 다닐 무렵이면 해장만 하고 헤어지면 딱일것 같아서 횡단보도 앞에 섯다가 주인공은 공포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  자신의 다리가 마치 아래서부터 허물어지듯 힘이 빠지는 느낌과 저 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 한대 . 그리고 그날의 P .

 

잊고 싶고 지우고 싶어 나온 이 밤에 , 과거는 한 순간도 널 놓친적 없다는 듯 달려온다 .  그렇게나 그 옛날의 하룻밤을 잊는 걸 갈망한 그 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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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먼 곳에서 온 노래 ㅡ 최은영

 

이 또한 지나가리라 , 하듯이 ......

 

율랴처럼 나도 선배를 잊어가고 있다 . 이 노래를 선배와 함께 불렀을 때의 마음이라는 것도 이제는 희미하기만 하다 . 선배가 떠나고 반년 동안은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까운 마음도 , 선배에 대한 분노에 가까운 그리움도 옅어졌다 . 노래가 끝나고 테이프가 회전하는 소리를 잠시 듣다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 얼굴이 붉게 상기된 율랴가 나를 보며 애써 웃고 있었다 . 노래는 끝났고 , 우리에게는 선배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이 남아 있었다 .

 

ㅡ본문 406 쪽에서 ㅡ

 

살다보면 크게 혹은 적게라도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 처음은 가정과 부모로부터의 영향을 받고 , 크면서 영향을 받는 범위나 소속들이 달라지곤 하며 , 때때로  어떤 인연은 인생을 좌우하는 시기에 만들어지고 그건 평생을 가기도 한다 . 알게모르게 자신이 영향을 주는 인물일 때도 있고 , 어떤 이의 중요한 시기에 힘을 미치기도 하는 그런 관계 속에서 어쩌면 인간은 성장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떠올랐다 . 개별적 아픔과 매력을 지닌 네 명의 남자들이

고교때부터 오랜시간을 함께하며 ' 철없는 소년에서 나이든 남자 ' 로 성장하는 이야기 속에 , 느닷없이 나타난 다 큰 아들에게 학교를 다닐 것을 청하며 ,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인생의 가장 오랜 지기로 친구를 사귀라는 식의 말을 했던 기억이 났으니까 , 나 역시도 초중고를 거치며 중요한 친구들이 있고 그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 날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

 

이 글 속의 주인공들은 아직도 푸릇한 젊은날에 80 몇 학번의 선배들과 90몇 학번의 선배들이 이제는 달라진 사회의 분위기를 지탄하며 우리때는 우리때는 하면서 여성의 여성성을 강압하는 분위기부터 그걸 개인의 소박한 힘으로 대항하고파 하는 미진이란 인물을 보여주며 시대의 변화를 소은에게 연결시켜주는 내용이었다 . 어쩌면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인물들로 대변된건 아닌지 , 미진과 소은은 변화와 민주화 그리고 여전히 벗어나긴 다소 멀어보이는 여성사회의 모습들을 회상 속 에피로 보여준다 . 그러면서 그 때의 상처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통해서 ......

 

글 속에 나온 미진이 소은에게 한 말 , '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말라 ' 는 그 말을 나도 한때 들었던 기억이 난다  . 소은은 당시 선배가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듯해서 언짢아 헤어지는 와중에도 웃어주지 못했노라고 기억한다 . 나는 나는 , 어땠나 ......나도 그때 약간의 언짢음을 느끼면서 어쩐지 언짢음 자체가 어리다는 증거가 아닐까 속으로 빨리 계산한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 우습지만 어린데 어리단 말에 벌컥은 , 지금 생각하니 우습다 . 지금은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말을 그때는 왜 고민까지 한 걸까도 싶고 .

참 , 어른같아 보이려고 애를 썼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 중고등학교 시절의 심각함이 그리 클게 뭐라고 ...... 나는 당시 세상을 간유리를 통해보듯 흐리고 뭉게진 곳으로 보고 있었지 않았나도 싶다 .

 

시선이야 여전한지도 모른다 . 변화 속에선 자신은 그 변화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르듯 , 조금 벗어나야만 폭풍도 그곳이 폭풍지역임을 더 크게 느끼듯이 .

직접 영향을 주고 받든 아니든 우린 누군가의 애씀을 지나와 살고있다 . 그 때는 모르고 돌아보면 그랬었지 알게되는 동시대의 많은 선배들 발길이 지난 곳을 역사라는 이름의 길위에 똑바로 그 선을 따라 걸으려 애쓰면서 ......혹은 만들려 애쓰면서 .

 

가까운 사람이 주는 영향이 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한편 . 그리고 우리 사회의 한 축소판인 대학을 최은영 이란 작가의 힘을 빌려서 들여다 보는 시간 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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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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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 정미경

한때 나는 이상한 집에서 살았었다 . 분명 위치나 높이 로는 2 층 높이 인데 집의 형태로는 반지하 로 분류되는 그런 집, 얼마나 오래전에 지어졌는지 방마다 모서리가 닳은 듯 둥글었던 집 . 한 벽에 둥근 모서리를 옆으로 빨래 줄이라도 걸고 썼던건지 커다란 대못이 어이없이 박혀 있던 그런 집 . 몇번을 빼보려 애쓰다 포기한 못하나 있는 방 , 박힌지 오래되면 못도 스스로 단단한 벽으로 화 한다는 걸 그때 첨 알았다 . 
그 벽으론 책장을 둘 수 없어서 빈 벽으로 두다가 나중에 아는 동생이 사준 영화판넬을 걸었고 그 앞으로 당시엔 4인용였지만 지금으로 보면 2인용에 가깝던 조악한 식탁을 놓고 영화 속 어리고 예쁜 여주인공과 마주 앉은 듯한 착각을 즐기며 살던 그런 방을 가진 때가 내게 있었다 . 


내 방 창에선 행인들이 보이지 않지만 이른 새벽이면 길게 누운 침대 옆으로 두당당당 하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어김없이 들리는 곳 . 
비탈에 막썰어 놓은 두부같은 계단을 접해 있던 곳이라 조용한 시간은 극히 짧던 곳 . 못 
박힌 금희씨의 방 이야기에 그 방과 집의 구조를 상상하다 내가 예전 살던 곳을 떠올려 버렸다 . 다음은 없을 듯 살던 때가 있었는데 , 그때는 
월세가 너무 비싸 한달 벌어 딱 한 달을 살았었기에 더 먼 날들을 챙길 여력이 안됐었다 . 날마다 오르는 유가에 벌벌 떨었던 기름보일러 시절 
이야기이다 . 사는게 날마다 뜯어내는 일력 같았는데 지금이랑 그때랑 다른건 월세가 아니란 것 뿐이지만 그게 어디냐하며 산다 . 금희씨도 나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 

작가들은 이런 이웃이나 
가까운 지인이 있는 걸까 ? 어디서 이런 이야기 거릴 찾아내 쓰는 걸까 ... 사랑도 벌벌 , 유가가 오르는 걸 두려워 하듯 겁에 질린 채 하고 
, 여기는 진짜 삶이 아니라는듯이 마치 잠시 머물다 가는 생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이야길 어떻게 찾아내 쓴걸까 싶게 현실적이어서 놀라며 
내가 이 장면들을 어디서 봤던가 오래 기억을 더듬지만 그런 것 같진 않다고 느낀다 .
이런 기시감의 이유라면 어쩌면 그 디테일 , 엉뚱하게 박힌 못 처럼 작고 사소한 기억이 
익숙한 풍경들을 불러와주는 탓인지 모르겠다 .

그 
못박힌 방으로 잠시 드나들며 살던 남자 공 , 그를 드나들게 둔 여자 금희 . 소비를 하다 만나 소비하듯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는 남자 공 
. 재취업이 되자마자 별거중인 아내에게 가장 먼저 전활해 기쁜듯이 알리는 남자 . 그리고 그 밤 잔뜩 술취해 취직이 기쁘다는 전화만을 할 뿐 
오겠다는 말은 없는 남자 목소리에 이별을 예감하는 금희 . 

둘에겐 공유하듯 주워와 기르던 고양이가 있었다 . 그 고양이가 금희의 실수로 다치고 동물 
병원에 데려가지만 터무니 없는 병원비에 금희는 데려오는 걸 포기한다 . 어차피 그 녀석은 공이 주워왔던 거여서 인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포기하고 
어느 날 창 앞으로 들끓는 구더기의 행렬을 보고 진저릴 내는 금희 . 
어쩜 그 짧고 스치듯 지나간 연애의 감정은 , 고양이가 선물처럼 물어 놔 준 쥐 덕에 
끓던 구더기와 같은 , 알 수없는게 들끓는 뒤끝였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

금희는 공과 데이트를 하던 어느 날 가고 싶은데 없냐는 말에 자동세차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고 , 둘은 차 속에서 하얗게 묻어났다가 물길에 슥슥삭삭 사그라지는 거품을 보며 한 때를 보낸다 . 다음에 또 오자는 말에 금희는 답한다 . 
다음은 없어 ...라고 , 그녀는 이 생을 통째로 예감하고 사는걸까 ... 남겨진 그녀가 그 방의 못 같고 꼼짝않는 그 못이 꼭 나 같아서 
괜시리 단편 하나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 . 그렇게 마르고 건조해서 꼭 콘크리트 먼지 같은 느낌의 소설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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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새벽까지 희미하게 ㅡ 정미경 작가 편

 

좁혀지지 않은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처럼 ,

 

   그러니까 선글라스를 낀 채로 모과나무를 안고 있던 송이 .

기억의 멀고 가까움이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강렬함으로 정해지는 거라면 그건 아마도 가장 가까운 기억이겠다 . 새벽까지 희미하게 달이 떠 있던 놀이터는 줄이 한량없이 긴 괘종시계의 추처럼 예고 없이 스윽

나타나곤 했다 . 날것의 밑바닥을 누군가에게 들켰다고 느끼는 순간 , 무릎이 꺽일 만큼 힘든 순간 , 어떤 석연치 않은 순간 , 그리고 또 ...... 그 새벽에 송이는 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까 ? 자신은 ? 잘 모르겠다 . 다만 그 새벽에 유석이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

   근데 얘들은 똥 묻은 팬티를 찾아 어디까지 가고 있는거야 ? 도로도 없는 어디 황량한 사막 , 성한 데가 한 군데도 없는 지프를 타고 . 앞 유리는 왕창 깨져 달아나버렸는데 , 비는 쏟아지는데 . 조수석에 앉은 토끼는 깜깜한 선글라스를 끼고 대가 긴 우산을 바깥으로 펼쳐 들이치는 비를 막아주고 있었다 . 근데 사막에 비는 또 왜 와 ? 유석은 송이 옆에 있는 것처럼 뚱하게 중얼거렸다 . 그야 시적 허용이죠 . 옆에 있었다면 언제나처럼 또 잘난 척을 했겠지 .

옆에 있었다면 언제나처럼 또 멀고 뜬금없는 소리를 했겠지 . 새벽까지 희미하게 떠 있던 달 만큼이나 .

ㅡ 본문 377 / 378 족에서 ㅡ

 

저녁 잠을 깨서는 아이와 자릴 바꾸고 거실로 나왔다 . 도깨비 했겠다 . 그리곤 오늘치 드라마를 돌려놓고 불려놓은 쌀을 볶아서 죽을 만들고 , 틈틈히 드라마의 대사가 귀에 걸리면 눈을 잠깐 주다가 가스렌지 위에 끓고 있는 죽을 눌러붙지 말라고 젓고 , 물을 조절하고 불을 줄이고 키워가면서 토요일 밤이 깊어 갔다 .

 

이 책의 단편들을 읽기는 엊그제 쯤  다 끝내놓고 , 머릿속이 출장간 듯 텅비어서 아무렇게나 아무거나 좀 충격적인 뭔가가 걸려지기를 바라면서 무턱대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이틀 .

너무 좋으면 좋아서 , 너무 쉬우면 어쩐지 뭔가 덜 캐낸 원석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생각의 발효가 필요한 때가 있지 않겠냐는 듯이 , 아니면 정말 글줄기만 따라 읽고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슬슬 걱정하면서 일단 모니터 앞에 앉은 새벽 , 역시나 좋은 글임에도 뭘로 풀어가야겠는지 모르겠고 그냥 줄거리만 주워삼켜 보자 , 그런다 .

 

친분이 있던 형 밑에서 게임산업 일을 하던 유석은 이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독립을 한다 . 형처럼 승승장구하길 꿈꾸며 낸 사무실은 늘 적자에 허덕이고 대로변의 사무실에서 더 싼 임대료의 건물로 옮겨가게되며 사무실 이사하는 날 한 외판원인 송이라는 여자를 알게되고 잡일꾼으로나 부려야지 하던게 어느새 송이의 위치가 사무실에서 없어선 안되는 위치로 변해가도 같은 업종의 자격증을 가지지 않았단 이유로 그녀의 능력을 모른척 무시하며 사골 우리듯 부린다 .

 

혼자서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던 사업은 늘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역시 형의 권유로 새 사업 아이템에 참여하게 되는데 , 송이는 그때 자신의 아이디어로 게임을 만들어 내고도 정당한 이유도 없이 동료들의 따돌림에 회사를 나간다 . 유석은 송이 아이템으로 사업이 잘 풀리고 , 다시 형 밑으로 들어가면서 있던 사무실을 닫는다 .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보게된 한 잡지의 인터뷰를 통해 벌써 세 번째 동화집으로 상을 받은 송이의 글을 보게되고 그녀에게 받은 것과 함께한 시간들을 돌아보는데 , 늘 뜬금없는 말들로 긴장되고 힘든 일의 와중에도 힘을 넣어주던 그녀라는 존재에 대한 마음과 또 , 끝내 사과도 못한 죄책감 등을 진실을 비켜나서 미화하며 회상한다 . 송이는 각종 재료로 만든 아트디자인으로 이야길 기획하는 작가인데 그게 묘하게 현실적이면도 독특한 상품들이라 인기인것 같다 . 그녀가 내보인 작품중엔 바로 자신이 운영하던 사무실 식구들이 그려져있고 , 언젠가 그 때일을 이야기로 풀어내보고 싶다는 말에 , 변명처럼 그런 힘든 일 중에도 자신이 위롤 받았듯이 그녀도 그랬었기를 바라는 심정을 보여준다 .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 드는 정미경 작가의 글 , 처음의 다른 작가들 작품이 마음에 들어 왔다가 나갔다가 한다 .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의 전체 작품을 놓고 순위를 매기면 나는 이 작품을 권여선 작가 다음으로 놓을 수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  확연히 이야길 풀어내는 방법이나 주제가 젊은 작가들과는

차별이되는 기존 작가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쓰는 힘에 대해서도 어떤 믿음같은게 생긴다고나 할까 .

 

글 속의 유석 표현대로 남루하고 신파스러울 수있는 자신의 치부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송이 .  힘든 밤의 작업 때는 놀이터 근처의 모과나무 둥치를 안고서서 선글라스를 쓴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충전중이라고 하던 송이 . 지나쳐도 이상할 게 없는 사소한 정보들을 , 먼 곳의 이야기 마냥 가져와 떠들곤하던 송이 .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은 송이와 나누던 누가 더 불쌍한가 내기라도 하듯 주고받던 당시의 자신을 둘러싼 힘겨움들 . 그래도 아무리 자신을 따라와도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달에 빗대서 얘길 풀어내는 정미경 작가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하던가 그런 마음이 읽히는 단편 였다고 적는다 .

 

날이 밝은 일요일 아침 . 오늘은 또 뭘 읽고 이 텅빈 머릿속을 긁어내나 ...괜한 걱정을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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