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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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겨보는 웹툰 중에 <왕 그리고 황제> 라는 웹툰이 있다 . 정이리이리 작가의 작품인데 , 발상이 아주 발랄 기발하다 . 역사는 흔히 그 자 체로 스포일러라고 우스갯말을 하곤 하는데 이 작가는 그 뻔함에 변화를 타임슬립이나 공간이동으로 주지 않고 원래의 인물 속에 다 른 인물이 빙의되는 형식을 취한다 . 

 

우리 역사에서 태종을 고종으 로 고종을 태종으로 서로 영혼 교환하듯 겉모습만 유지시키고 속은 다른 인물이 활약하는 시대상을 그려낸 거다 . 때는 고종이 ( 물론 가상이다 ㅡ 태종이 ) 북양대신 리홍장으로부터 서신을 받고 영국과 미국등의 나라와 교류하여 노서아 ( 러시아) 와 일본을 견제하라는 조언을 듣는 이이제이 편 . ( 웹툰 39화) 그 보다 앞서서는 고종이 일본보다 선수를 쳐 재교섭을 맺는 과정을 보 여 주는데 거기서 서계에  유리한 조항을 넣으려는 회차( 22화)가 있어 아주 통쾌하게 본 기억이 있다 . 물론 뜻대로 되지않아 리홍장 의 서신까지 오가는 상황이 된 걸테지만 .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 좀 뜬금없게 보이겠지만 이 가토 요코 교수의 역사 책이 단순한 역사서가 아닌 법의 이야기이기 때문 이다 . 지금까지 역사책이라고 하면 우린 각각의 연대에 주루룩 나열된 인물과 나라 , 그 나라의 군대 이동과 승패에 관해서만 뻔히 아 는 이야기를 정말 교과서처럼 들어왔었다 . 

아닌 말로 이 책의 차례만 봐도 1장 , 2장 , 3장 , 4장 , 5장 에 쓰인 각 전쟁의 기록만 대충봐도 견적이 뻔한 교과서가 연상되었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 , 세상에 역사의 관점을 이렇게 달리 볼 수 있다니 ! 왜 이렇게 재미있게 쓴 역사책을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재미없게 표현해 놨을까 ! 하고 무척 놀랐다 .

역사책이니 그렇다 고 하면 할 수 없지만 가토 요코 교수는 부러 강 의를 통해 나눈 주제를 가능한 그대로 우리에게 전하려고 애를 쓰 고 있었고 그것은 전쟁으로 얻는 , 혹은 얻을 각국들의 실리 , 즉 상 법 , 민법을 구체적 으로 어떻게 변화시켜 근현대에 이르렀나 하는 걸 요목조목 알려주고 있었다 . 

전쟁이 상대국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하는 단순한 질문을 던져 학생들로 하여금 계속 문제를 주지시키는 점 , 전쟁이란 상대국의 헌법을 바꾸는 것이라는 이야기 ( 장 자크 루소 ㅡ본문 46  )는 정 말 흥미로웠다 . 
' 역사는 수다 . 정치는 수천명이 호소한다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 . 수백만 명 정도는 돼야 비로소 움직인다 ' 고 한 블라디미르 레닌 ( 본문 37 ) 
그를 뒷받침하듯 각 국력 비교 그래프까지 ( 인구 , 상비군 , 전투기 , 주력함 , 구축함 , 잠수함  ㅡ 연합국, 삼국동맹 , 미국 , 소련 ,1931 ~1945년 ) 보여 준다 . 

세법 , 돈의 흐름 , 각국의 이익을 꾀하는 관심거리가 그 시대에 무 엇이었는지 다시 보게된 책이기도 했다 . 지금까지 이런 역사책은  없었다 . 이런 관점으로 역사를 이야기한 선생도 없었다 . 이런 주제로 역사를 배우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 전쟁사하면 감히 재미있다고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 이 책은 재미있다 . 한마디로 신박하다 . 올 해 첫 역사책으로 넘 즐겁게 읽어서 기억에 두고 두고 남을 것 같다 . 

#그럼에도일본은전쟁을선택했다
#가토요코_지음
#윤현명_이승혁_옮김
#서해문집
#파란자전거
#신박한_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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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8-01-20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헌법에 대해서 암기로 외웠는데...
헌법은 그 나라의 정체성 그 자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됩니다..
읿몽이 헌법에 천황을 명시해 놓응 것처럼 말이지요...

[그장소] 2018-01-21 09:02   좋아요 0 | URL
그런 일본의 헌법 구성이 전정후엔 연합군 총사령군에 의해 미국의 , 그것과 흡사해 진다는게 넘 놀라웠어요 .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는 안 미쳤나 ,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고요 .
 
[eBook] 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혼불문학상 6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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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ㅡ 박주영 , 제 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 다산책방

 

너와 내가 서로 모르듯 , 알지 못하는 이면을 가진 우리들은 서로에게 스파이와 같단 의미로 읽었다 . 오래 걸렸고 집중하기 쉬운 구도는 아니었다 . 수학 공식처럼 X . Y . Z . 등으로 불리는 인물들 .

 

나 편하자고 이해 쉬운 이니셜을 가끔 쓰는데 그러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 이상하게 이니셜로 대표되는 인물은 주요인물이 아니고 임팩트있지만 스쳐가는 인물 만 같아서 , 그건 내 삶의 모든 이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고 ... 그래서 앞으론 성만 부르더라도 영자 이니셜은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런 한편 나 개인으론 그런 이니셜로 지나가는 삶이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이상한 기분 . 나빠지고 싶은가 나는 !! 이 이상 더 나빠질 것도 없는데 , 싶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고 죽어 잊히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삶이란 기분이 드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는 이율 배반의 생각을 한다 .

 

고요한 밤의 눈 ㅡ은 깊은 밤 소리 없이 내리고 쌓여 다음 날 아침의 정경을 탄식 속에 바라보도록 하는 감탄사 같은 , 밤새 그 것들이 쌓이도록 몰랐다는 데에 있는게 아닌가 했다 . 온 세상을 무언가가 와서 변화를 주었는데도 아무도 그것이 온 것을 모르는 시간이 존재한다 . 그 시간이 고요한 밤이고 온 것은 그 고요한 시간의 눈인 것이다 .

 

소설 속의 무수한 스파이 X , Y , Z 등등은 또 다음 X , Y , Z 들로 세대를 바꿔가며 왔다가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 우리 이웃의 범죄처럼 .

그들은 뭔가 대단한 일들로 사건에 엮이고 범죄자가 된다거나 하지 않는다 . 한 사람의 인생만 동그마니 둥둥 떠서 인생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 , 그것들을 동시에 다 같이 떠받친 주변인들의 역학관계에서 사건의 편린들이 오고 그에 따른 인과가 오는 것처럼 , 또 그것들이 마침내 모두 모여 무늬를 이룬 그림이 되었을 때에야 문제가 펑하고 터지듯이 ,

 

여기선 D의 언니가 실종된 일이나 15년만에 깨어났으나 기억이 없어 스파이로 살아야하는 X 처럼  , 그를 믿게 해야하는 Y 처럼 , 그저 그들은 한송이 한송이 떨어져 내리는 눈발 일 뿐 ... 아침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그들이 지난 밤 내린 고요함의 정체라는 것은 .

 

나중에 마음이 아주 여유로울 때 한번 더 읽어봐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 지금의 나는 너무 복잡하다 . 자꾸 눈의 결정들이 보이려고 하므로 ... 눈 온 풍경 자체가 보여야하는데 , 눈 녹은 다음의 지저분한 풍경으로 넘어가 버리는 식이라 내 마음이 아쉬웠다 .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회사에서 호출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53쪽)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회사에서 호출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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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18-01-01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의 박주영 작가가 혼불문학상을 탄 건가요? 축하할 일이네요..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시는 해를 기원합니다..^^

[그장소] 2018-01-01 10:39   좋아요 1 | URL
아..네!! 그런데 이 책은 2016년 수상작이고요 . 2017년은 칼과 혀 였어요. 저는 이 작가를 오늘의 작가상 ㅡ 으로 알았네요 . 찾아보니 책이 꽤 나왔는데.. 안찾아봤었네요 .
덕분에 출간작들을 알게 되네요.. 지난해 수상작과 이 작품 덕에 혼불문학상을 전권 읽기 중예요 . ^^
벤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벤투의스케치북 2018-01-01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행복하시길요..^^

[그장소] 2018-01-01 11:21   좋아요 1 | URL
ㅎㅎㅎ아..썰렁햇~^^ㅋㅋ 벤투님도 !!

벤투의스케치북 2018-01-01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cyrus 2018-01-0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전 문학에서의 눈은 ‘정화‘의 의미로 사용된 메타포였죠. 그런데 그장소님이 말씀하신대로 눈이 녹은 자리에 가면 눈에 가려진 더러운 것들이 보여요. 눈이 쌓여도 지저분한 것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요. 잠시 눈에 덮여 있을 뿐입니다. ^^

[그장소] 2018-01-04 00:15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지저분한 풍경이 우리 눈에 보여도 눈이 정화의 메타포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 순환의 생애니까요 . 그렇게 흘러가는 우리가 되길 희망해봅니다~^^
 

ㅡ 오늘 도착한 책 ㅡ

#악스트_cover_데이비드밴
#은행나무_격월간문학잡지
#Axt&Text_2017_11_12_no.015
#시간참쏜살같네
#격월이의미가변한거아닌지_체감속도와넘달라
#자살의전설
#고트마운틴

이번 no.015 호에선 두 작가의 글이 최종회란다 .
하성란 작가 < 정오의그림자 >와 김 숨 작가 < 떠도는 땅 >

이 잡지의 문을 여는 리뷰로는 배수아 작가 < 푸른사과가 있는
국도 > 를 백은선 님이 써주셨다 . 아이고 기억도 까마득한 옛
책의 제목을 보니 또 시간이 쏜살 맞구나 싶다 .
여전히 배수아 작가의 글은 서걱대는 질감이다 . 입맛에 맞춤해
쩍쩍 달라붙지 않는다 . 시크하다 는 느낌이 강하다 . 난 좀 들척
들척 달라붙는 글을 좋아하는데 ... 소설이 그렇단 의미다 .
배수아 작가의 글은 끈적한 느낌을 표현해도 마지막엔 다시 작가
의 첫 인상처럼 혼자 선득하다 .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마지막엔 혼자 외로운 기분이 잔뜩든다 .
그래서 애써 찾아보거나 하지 않는다 . 그런데 한 벗님이 배수아
작가의 글 ( 또는 그런 풍) 을 즐겨 읽는다 . 그래서 친구 따라는
강남도 가는 거랬지 하면서 다시 주섬주섬 관심을 꺼내 본다 .

이번 리뷰에는 잔뜩 옛날의 책 제목들이 쏟아져 나온다 .
1999년 제 2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던 박상우 작가의 < 내 마
음의 옥탑방 > 을 김보경 님이 , 함성호 시인이 읽은 박완서 작가
의 <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등이 보인다 .

내 지난 시간들이 여기 리뷰들에 얼마나 공감할지는 이제부터 볼
생각이다 . 낯설면 낯선 느낌 그대로 , 친근하면 친밀함 그대로 마
주해 보자 .


시작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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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지갑 놓고 왔다 ㅡ 웹툰 

금요일 저녁 내 참새 방앗간에 참새는 어김없이 와서 주말 내내 재잘 재잘거리다 갔다 . 초겨울 바람 냄새를 잔뜩 묻히고 와선 콧물 감기에 걸려 숨 쉴 때마다 씩씩대다가 돌아갈 즈음엔 나한테 목감기와 감기 기운을 바톤처럼 넘겨주곤 포로롱 돌아갔다 . 그래도 고 작은 녀석이 아픈 것보단 내가 아프면 , 내 몸 쯤은 내가 어찌해 볼 수 있으니 훨 마음이 덜 무겁다 . ‘ 월요일이야 ~ 엄마 ~ 오늘이 주말 끝이란 게 믿어 지지 않아 ! ‘ 하고 떠들던 윤이 목소리 . 그게 다 환청만 같다 .
더블 사이즈 잠자리에서 둘이 포개져 누워 뒹굴 대느라 나는 아주 힘겹 다가 막상 윤이 돌아가면 그 애가 나눠주던 체온이 막 그립다 . 어린 새 가슴팍처럼 두근대고 따듯하던 그게 썽클하니 빠져나간 자리 ... 


둘이 같이 살을 맞대고 머릴 맞대고 웹툰하나를 정주행했었다 . 제목이 아 , 지갑을 놓고 왔다 ㅡ 이다 . 
이 웹툰은 여자들이 보면 좋지만 , 남자들은 더 더욱 꼭 보면 좋겠는 그런 내용이었다 . 

어린 시절 울타리라 믿던 가족이 어느 날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탓에 똑똑하던 노루의 엄마 노선희는 사람의 얼굴이 모두 조류로 보인다 . 
친한 친구의 얼굴도 , 부모의 얼굴도 ,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 모두 닭아니면 백조 , 두루미 , 엄마는 칠면조로 그리 보인다 . 너무 큰 충격 앞에 주변인들의 얼굴과 시선에 대한 회피였던 셈인데 자신은 그 이유를 그냥 자신이 잘못해 그리보이는 거라고 생각 하고 살던 노선희와 그녀의 어린 딸 노루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 

그림체가 무척 심플한데도 아주 조금씩만 색을 넣어도 이야기는 서늘했다가 따듯했다가 가슴 아팠다가 한다 . 이런 그림체로도 다 전달되는 스토리 전개라니 작가가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하며 읽었다 . 

딸과 엄마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 이 웹툰엔 너무 리얼하게 그려진다 . 엄마와 딸 , 딸과 엄마의 갈등은 자식을 낳아도 바로 아무는 상처가 아니란 이야기부터 , 자신이 받은 상처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그상흔이 곧바로 아이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까지 넘 아프게 그려낸 얘기였다 .

집을 나온 딸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집을 나올 당시의 마음상태를 표현한 아 , 지갑 놓고 나왔다 ㅡ는, 얼른 핑계를 대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맘 . 붙잡아주길 원하는 마음등등 ...... 제목만으로도 그여정의 힘겨움이 드러나 코끝이 찡함은 물론이고 눈시울이 빡빡하게 아파왔던 시간였다 . 

시간이 되시는 분들 , 괜찮은 웹툰을 보고 싶은 분들은 단행본으로도나온 이 작품을 봐도 좋겠다 . 

ㅡ 
겨울 방학이 한참 남았다고 투덜투덜 대던 윤의 빈 자리가 큰 이 밤 ... 이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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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1-08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받은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고 치유받지 못한다면 그 상흔이 곧바로 아이에게 이어진다는 말이 너무 아프죠..?
그 뿌리를 끊을 수 있다면..

[그장소] 2017-11-08 12:35   좋아요 0 | URL
아..네~ 그런데 어른이되도 스스로 치유는 더 못하는것 같아요 . 익숙해진 것들이 문제인지.. 어른은 몸만 큰 애구나 , 그래요 . 그러니 이걸 끊으려면 무조건의 큰 사랑이 있어야 해요 . 일방적인 지지 믿음 신뢰 따위가 잔뜩 잔뜩 든 ..큰 애정보따리요. ㅎ호
 
침팬지와의 대화
로저 파우츠. 스티븐 투겔 밀스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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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의대화
#nextofkin 
#로저파우츠 
#스티븐투켈밀스 
#허진_옮김 
#열린책들 
#두번째_리뷰

"인간과 침팬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분 좋은 책이다 .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구분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깊이 고민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 < 퍼블리셔스 위클리 > "



이기호 작가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ㅡ라는 소설집을 보면 ' 동물원의 연인 ' 이란 단편이 있다 . 여친이 생기면 김밥을 싸서 소풍이란 걸 가보고 싶던 한 남자의 소박한 로망이 , 소풍 장소가 한적한 동물원이 되면서 , 소박+ 로망이란 이 어색한 언어 조합처럼 가난한 동물원의 재정 탓에 동물들의 굶주림을 목격하면서 비극이 되고 , 영화처럼 우아한 피크닉과 로망에 맞는 장소는 애초에 한적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한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다룬 얘기다 . 

미술관 옆 동물원이 왜 미술관 옆 동물원인지 , 동시에 깨달은 때도 이 책 때문이었다 . 부의 옆에 있어야 , 곁 불이라도 쬔다는 말이 아닐까 ... 하는 , 단순한 호기심이나 변덕에 의해 그것들은 거기에 나란히 놓인게 아니었구나 하고 ... 

버려진 말이나 , 곰이나 , 호랑이나 ,  호사가의 취미로 들어왔다가 변덕에 버려져도 또 가는 곳 역시 비슷한 부의 공간인 곳이 대부분 일 것이다 . 동물원은 아마 가장 마지막에 버려진 동물들이 가는 곳일지도 모른다 . 물론 이건 위험한 추측에 지나지 않는 다 . 부러 누군가 동물들을 잡아서 사람들에게 순수하게 구경시킬 목적으로 우리에 가둔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게 더 이해가 안가는 쪽이니까 . 

사람들이 흔히 그런다 . 고향이 따로 있나 . 정붙이고 살면 고향이지 . 하면서 오래전에 태어난 사람일 수록 자신이 탯줄을 묻은 땅을 잊지 못한다 . 마치 유전자에 그 고향의 유전자를 새겨 나오기라도 한 냥 .  그말은 , 태어나서 유년을 보낸 기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의 다른 증명이 아닌가 한다 . 물론 현대의 고향 개념은 모두가 병원이 되버려서 의미가 없지만 ,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고향이나 집 , 주소지에서 나고 자란 기억을 가진 사람은 이 침팬지와의 대화가 주는 손짓의 의미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넘어 슬픈 몸짓이란 것을 , 이해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 

우리가 살면서 바라는 건 사실 그리 큰 것들이 아닐게다 . 시쳇말로 맘이 맞는 좋은 반려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  그 이전에 연애다운 연애 한번 해보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가 발등의 불인 경우가 더 많다 . 눈 앞 현실에 급급해 공부에 떠밀리고 , 미래에 떠밀리고 , 좀 더 나중으로  미루고 사는 게 얼마나 많은가 .  

그러다보니 자기 현실에 치여 더 먼 것들의 일은 , 하다못해 동네고양이가 죽어나가는 일이나 , 유기견들이 죽어나가는 일에도 무감각해진다 .
사람도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사는 세상인데 , 동물 늬들이 뭐라고 ! 안방까지 들어오고 난리야 ! 하는 강팍한 마음 . 

그런 마음은 사람 사이에서도 선을 긋는다 . 매일 신문 기사에 독거 노인이 부양 가족이 없음에도 가족부란에 자식이 있어서 정부의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말에 , 벌 떼처럼 몰려들어 쓰인 댓글을 보면 다문화지원이 문제라는 말 일색이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 독거 노인 문제에 다문화가족 지원책이 문제라니 , 사람살이의 문제에도 이런데 하물며 동물 윤리의 문제라 ... 바로 감동이 올까 ? 

헌데 , 가장 먼 것은 때로 가장 가까운 것이기도 하고 , 혐오의 대상은 바로 내 안의 것이기 쉽다 . 오늘 한 이웃님의 리뷰를 보다 보니 해골바가지의 물을 먹은 원효대사의 일화와 함께 더러움과 깨끗함이 둘이 아님을 깨우친 얘기가 있어 한참을 들여다 봤다 .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건 , 사고하기 때문이라고 데카르트가 말한다 . 그런데 이 사고의 소통과 해석을 인류끼리 하니 그런 오해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라 . 침팬지 워쇼는  수화를 배우고 사람과도 소통을 하며 , 자손에게 수화를 가르치기도 한다 . 아마 워쇼의 자손들은 그것이 자신들만의 언어인 줄 알거다 . 인간과 합작해 만든 언어인 줄 모르고  ,   더 나아가 원래 그들은 나름의 체계에서 소통하던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 돌고래처럼 .

늦은 밤 한 동네에 개 한마리가 짖으면 연달아 개들이 울곤 했다 .
그 뭔지 모를 신호가 다음 날 경사일지 애사일지는 인간의 귀는 모른다 . 다만 예감이 있을 뿐이다 . 저 울음 뒤에 무시해선 안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인간들의 오랜 선경험이 낳은 지혜로운 예감 말이다 . 

그 예감이 말한다 . 지금 , 이 책에서 나누는 로저와 워쇼의 손짓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 그 먼 경종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 않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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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01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세계적으로 침팬지를 실험용으로 사용 가능한 나라는 단 두 곳뿐입니다. 미국과 가봉입니다.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침팬지들이 동물원에 갇힌 침팬지보다 불쌍해요.

[그장소] 2017-11-01 12:35   좋아요 0 | URL
이제 더는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전에 이미 임상 실험에 쓰인 침팬지들이 있고 그 들의 수명이 인간에 못지않은 긴 시간이란 점을 염두에 두어야해요 . 아무리 어린 침팬지때 실험참가대상였다해도요. 남은 삶은 누가 책임져 주지 않으니 그게 문제라고 로저 파우츠는 걱정이 컸어요.
그리고 자연인이 아닌 상태의 사육은 그자체로 이미 뭔가를 박탈당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동물원이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초원의 대지가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