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홉살 쯤...? 바닷가 소읍의 허름한 여관방에서 며칠째인지도 모르게 투숙 중인 여자아이 태련이.
이 아이는 아빠와 여기저기 떠돌고 있다 . 학교도 가지 않고 제때 식사도 챙기지 못하고 툭하면 혼자 덩그러니 여관방에 남겨져 종일 창밖을 내다 보며 노을지는 쪽이나 보고 있는 게 전부이다. 기껏 하는게 바닷가 쪽으로 나가보려고 시도하다가 무허가 촌 같은 곳에 무리 지어 있는 커다란 개들 때문에 겁이나 바다로는 더이상 가보지 못하고 마는 것 모험을 해보고 싶어도 늘 거기까지다.
개들의 마음따위 , 사실 그냥 태련이 마음이 어떤지, 그 얘길 하는 것이겠지 . 무섭고 외롭고 힘들고 울고 싶다고... 개들은 목줄도 없이 무리지어 있는데 자신도 목줄은 없지만 갈데없긴 같고 하지만 저 개들은 더 무섭고 아빠가 밉고 혼자는 더 싫고 ,
지난 여름에...한 드라마에서 남편이 집 침대에서 자신의 친구와 옷을 벗고 있는 광경을 본 여자가 친정에 딸아이를 데리고 가 논밭에 난 길에 앉아 아이에게 약이든 요구르트를 먹이는 장면을 봤다 . 아이는 두려웠지만 엄마가 바라는 거니까 눈물을 머금고 약을 마신다 . 물론 다 마시진 않고 중간에 엄마가 빼았던가...
아빠가 와서 들쳐없고 뛰어서 살긴하지만 , 어린아이에게 퍽 무섭고 두려운 일였고 경험였을거다 .
태련이에게도 아빠는 집나간 엄마를 찾으며 세상 미련없는 놈이라며 , 엄마로 인해 마음 잡고 산 거 알잖냐며 . 협박에 으름장에 울부짖음에 , 급기야 태련에겐 함께 죽을까 하고 묻기까지...결국 돈 떨어지면 공식처럼 죽을 작정인 모양새가 안봐도 비디오같이 (이 단편이 나오던 무렵은 아마도 비디오 였지 싶은)펼쳐진다 .
어린 태련이 보다 다 큰(?) 어른인 , 남자가 어찌나 마음이 작고 어린지... 참 .
남자는 평생 어린애라더니 , 아홉 살 딸아이가 죽을 뻔하면서도 아빠를 짠해하며 미워하기보단 엄마가 왜 아빠를 선택했었나 . 이해하는 마음이라니... 이런 거 싫었다. 자신의 절대적 사랑 밖에 없는 남자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럼 있을때 잘하던가... 잘 참고 사는 아내에게 툭하면 의심에 ,살림부셔 , 일 때려쳐 술먹고 행패에 자신이 원래 그런 걸 어쩌냐며 소리치는 걸로 ...그게 변한걸까?
나중엔 태련 엄마는 그렇게 잘하던 아이에게 마저 정을 떼는 상황이 오고 만다 .
얼마나 지겨웠음 . 사랑이 끝나면 애도 싫은 건 나쁘지만 여자혼자 애를 돌보는 것보단 신체적으로 더 튼튼한 남자가 정신차리고 아일 돌보며 사는게 맞다.
그런데 정신 못차리고 모든걸 작파하고 여기저기 떠돌면서 폐인이되어 떠난 여자나 찾는 모양은 정말 ...
오죽하면 , 태련은 아빠가 아빠 자격없고 어른자격도 없다고 한다 . 물론 속으로만 생각한 거지만... 애들이 더 똑똑한 이 웃픈 현실을 어쩌면 좋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 그래도 태련은 아빠를 이해하려고 한다 . 또 아빠는 태련에게 미안하다고 울면서 사과했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이제 진짜 좀 ..쫌!!!
개들이 저물녁 어떤지...태련이가 그게 궁금한건 아니다... 자신의 혼자인 시간이 그저 싫은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뿐이지... 원래 그시간은 집에서 밥을 함께 나눠 먹는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아무리 둘 뿐이라도...집 밖에 나와서 혼자 떠도는 마음여선 안된다고...그런 얘기 였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