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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평점 :
한국은 중간쯤 똑똑한 사람들한테 별로 친절한 나라가 아니라는 걸 희미하게나마 이미 깨닫고 있었다 .
" 나 이제 모임 안 나갈 거야 . 활동도 못 하고 ."
" 왜 ? "
" 공부해야지 ."
그렇게 말하자 창우가 전에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 비웃음 ? 분노 ? 불쾌 ? 하여간 비읍으로 시작되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섞인 표정이었다 .
" 가진게 많은 애들이 더 한다니까 ."
" 뭐 ?"
" 그렇게 유난 떨며 공부해서 뭐 될건데 ? 공부 잘하니까 좋아 죽겠어 ? 아주 걸쭉한 인물이 되겠다 ?"
(중략)
" ...... 걸출한 인물 , 이겠지 ."
숨을 고른 가영이 지적하자 창우가 얼굴을 붉혔다 . 창우에게 다시 물을 수 밖에 없었다 .
" 너 나한테 그런 말들 얼마나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어 ? 얼마나 참았어 ?"
" 너희 같은 애들 욕심부리는 거 맞잖아 . 남들보다 훨씬 많이 가졌으면서도 더 원하지 . 대충 좀 하면 안돼
? 보통으로 살면 안돼 ?"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냐 ? 누가 보면 내가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알겠다 . 나 무서워서 공부해 . 무서워서 한다고 ."
ㅡ본문 238/ 239/ 240 쪽 중에서 ㅡ
폭력적이고 이상한 광기의 집단이라 여긴 중학교를 졸업하고 우수한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첫 성적표를 받고 두배 세배도 아닌 제곱으로 떨어진 등수를 보며 아찔해진 가영이 날고 긴다하는 수재들의 모임에서 그나마 300명 중 150등만 지키자로 마음을 다잡는 동안의 초조함 .
창우가 가영을 좋아한 면은 우수하기도한데 , 더 우수하게 보인 것이 어쩌면 아둥바둥하지 않는 여유였는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그 여유라는 환상이 유일하게 자신과 가영을 묶어주던 공기라면 그걸 끊겠다는 거니까 화가 날 법도 하다 . 그 와중에 단어정정이나 해주는 여자들의 신물나는 화법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 싶어서 피식 웃었다 . 보통은 말문이 막히거나 우기는 사람이 어이없을때 꼬투리 잡는 용도로나 쓰는 줄 알았는데 , 가영이 너..가차없구나... 싶기도 하고 . 원래 그런 면이 가영의 솔직함 일 수도 있고 .
아니면 정말 궁지에 몰렸는지도 모르겠다 . 헤어지는 방법으로는 서로 비겁했는데 , 돌아보지 않기로 작정한 마냥 , 나중에라도 서로 후회 쯤은 했을까 ...궁금해진다 .
가영은 중학교 때에도 늘 세계문학을 보던 학생였다 . 그걸로 한때 왕따를 당하기도하는 , 왜 그게 왕따의 이유가 되는지는 몰라도 , 참 많은 이유가 괴롭힘의 이유구나 싶어 씁쓸했다 . 책 좀 좋아하면 , 좀 다르면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히는 중학생들의 사회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 분명 우리 사회의 익숙한 곳에서 일텐데 ... 보고 배운것이 아니면 뭘까 ..하고 슬퍼지니까 .
여러 생각이 드는 단편이었다 . 창우야 , 너나 가영이나 그저 최선을 다해 사는 학생이었지 있고 없고를 뭘 알겠니... 싶기도 하고 , 가진게 없다는 논리가 창우를 보는 다른 학생에겐 적용이 안될까 싶어서 또 서늘해지기도 하고 ,
엉뚱하지만 , 후르츠 바스켓의 내용 중에 삼각김밥의 매실 장아찌는 등뒤에 ㅡ 라는 말이 있다 . 원래 남이 가진 것만 더 커보이기 마련이고 자신이 가진 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 , 등뒤에 있어서 그렇다고 ...그러니 서로의 등을 좀 잘 봐주어야 한다 ..뭐 그런 얘기 였는데 ... 그 말이 책 속의 니 들 (이미 졸업한 니들에게 ) 시간을 돌려서 위로가 될까 모르겠다고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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