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ㅡ 3막 1장
중에서 ㅡ
햄릿 : 이대로냐 , 아니냐 , * 그것이
문제다
어느 쪽이 더 장한가 , 포학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으로 받아내는 것 ,
아니면 환난의 바다에 맞서 무기 들고
대적해서 끝장내는 것 ? 죽는 것 ㅡ 잠드는 것 ,
그뿐 . 육신이 상속받은 가슴앓이며
수천가지 타고난 고통을 한번 잠들어
끝낸다고 한다면 , 그것은 간절히
원할 만한 대단원 . 죽는 것 , 잠드는 것 ㅡ
잠들어 , 혹 꿈이라도 꾸면 ㅡ 그래 , 그게 걸려
.
이 뒤엉킨 삶의 결박 풀어 던졌을 때 ,
저 죽음의 잠 속에 찾아들 꿈 떠올리면 ,
우리는 망설일 수밖에 ㅡ 그런 까닭에
이리도 긴 인생이란 재앙이 빚어지는 것 .
누가 견디랴 세상살이 채찍질과 멸시를 ,
압제자의 횡포 , 세도가의 오만불손을 ,
홀대당한 사랑의 아픔 , 느려터진 법집행을 ,
관리들의 방자함 , 인내와 덕 갖춘 이가
하찮은 자들에게 당하는 능멸을 ,
벌거벗은 단검 한자루면 만약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 누가 견디랴 무거운 짐 ,
고단한 삶에 짓눌려 툴툴대며 진땀 흘리랴 ,
다만 죽음 뒤 그 무엇 , 저 미발견의 나라 , *
국경 넘으면 길손 돌아오지 못하는
저 나라가 두렵기에 , 의지는 갈피를 잃고 ,
미지의 고초를 향해 날아 달아나느니
차라리 지금 겪는 고초를 견딜 따름 .
하여 , 심사숙고 탓에 우린 모두 겁장이 되고 ,
하여 , 결단의 타고난 혈색 위로
사념의 창백한 병색을 드리우며 ,
드높은 뜻 품은 중차대한 계획도
이런 까닭으로 물길 틀어져
실행이란 이름을 잃고 마는 것 . 가만 ,
어여뿐 오필리아 ! 요정이시여 , 그대 기도에
내 온갖 죄도 기억해주소서 .*
ㅡ본문 90 / 91 / 92 쪽에서 ㅡ [3막 1장
]
오필리아 : 오 , 그리 훌륭하던 분이
이리 허물어졌구나 !
조신 , 군인 , 학자의 눈 , 혀 , 칼이요 ,
아름다운 이 나라의 희망이자 꽃이며 ,
수신 * 의 거울이자 행실의 모범으로
만인이 우러르던 분이 아주 , 폭삭 무너졌구나 !
그리고 나 , 여인 중 가장 상심하고 비참한 여인 ,
음악 같은 맹세의 꿀을 빨던 나는 ,
달콤한 종소리 같던 저 고상하고 지고한 이성이
어긋난 음정으로 거칠게 쨍그랑대고 ,
활짝 핀 젊음의 비길 데 없던 자태가
광기에 결단난 꼴을 보는구나 . 오 내 신세 ,
옛 모습을 보고 나서 , 이 모습을 볼 줄이야 .
ㅡ 본문 95 쪽에서 ㅡ [3막 1장 ]
*
표시는 각주가 달린 단어 , 각주 번호와 내용은 임의생략 .
워낙에 유명한 대사라 옮겨본다 .
부러 소리를 내서 발음하며 나라면 어떤 식으로 저 ,
내닫는 호흡들을 , 비통한 순간들을 읊을까
고민하며 , 그러나 내 고민은 내 육성은 갇혀
애쓴 발음 역시나 방백이 될 뿐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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