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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ㅡ양의 미래
가장 자주 펼쳐본 것은 서른다섯 나이에 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소설가의 단편들이었다 . 여러 소설가의 단편을 모은 책 안에 그 소설가의 단편 두 개가 실려 있었다 . 초기에 쓴 것과
죽을 무렵에 쓴 것이었다 . 첫번째 것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었으나 두번째 것은 병신 같았다 .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강박적으로 사로잡히고 울적해하고 비참해하다가 마침내는 더는 글을 쓸 만한 힘이 없다 ,
그런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괴롭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
소설가는 마지막 순간에 걱정되지 않았을까 . 내가 죽을 때는 어떨까를 나는 생각했던 것 같다 . 병신 같은 건 싫다고 생각했다 . 특히나 마지막에
병신 같은 걸 남기고 죽는 건 싫다 . 걱정이 될 테니까 말이다
. 세상에 남을 그 병신 같은 것이
.
ㅡ본문 43 쪽 ㅡ
병신 같은 것이 남겨지면
걱정이 되지 않나 , 라니 ...
남의 얘길하듯 표현하는 관점이면서 또
동시에 자신의
입장에서 그 병신 같은 것을 대변하려는
상냥함 . 신선함 . 신산함 .
그 찌질한 것이
본래 자신의 한 부분인냥 , 마치
팔 한짝 다리 한 짝 내어 놓고 가듯 표현하다니 ,
작가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퉁퉁 대듯 말하지만 사뭇
걱정을 품고 묻는다 . 뒤에 남는 것들을
생각해보라고 ...
잘 추스려 가야하지 않겠냐고 .
별 것 없는 삶이어도 세상 끝에 버려진
신발 한 짝처럼
떨궈 놓고 가서야 쓰겠냐고 ...
상냥하게 등을 두들겨 달래듯 말해준다 .
잘 챙기셔야죠 ..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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