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지갑 놓고 왔다 ㅡ 웹툰 

금요일 저녁 내 참새 방앗간에 참새는 어김없이 와서 주말 내내 재잘 재잘거리다 갔다 . 초겨울 바람 냄새를 잔뜩 묻히고 와선 콧물 감기에 걸려 숨 쉴 때마다 씩씩대다가 돌아갈 즈음엔 나한테 목감기와 감기 기운을 바톤처럼 넘겨주곤 포로롱 돌아갔다 . 그래도 고 작은 녀석이 아픈 것보단 내가 아프면 , 내 몸 쯤은 내가 어찌해 볼 수 있으니 훨 마음이 덜 무겁다 . ‘ 월요일이야 ~ 엄마 ~ 오늘이 주말 끝이란 게 믿어 지지 않아 ! ‘ 하고 떠들던 윤이 목소리 . 그게 다 환청만 같다 .
더블 사이즈 잠자리에서 둘이 포개져 누워 뒹굴 대느라 나는 아주 힘겹 다가 막상 윤이 돌아가면 그 애가 나눠주던 체온이 막 그립다 . 어린 새 가슴팍처럼 두근대고 따듯하던 그게 썽클하니 빠져나간 자리 ... 


둘이 같이 살을 맞대고 머릴 맞대고 웹툰하나를 정주행했었다 . 제목이 아 , 지갑을 놓고 왔다 ㅡ 이다 . 
이 웹툰은 여자들이 보면 좋지만 , 남자들은 더 더욱 꼭 보면 좋겠는 그런 내용이었다 . 

어린 시절 울타리라 믿던 가족이 어느 날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탓에 똑똑하던 노루의 엄마 노선희는 사람의 얼굴이 모두 조류로 보인다 . 
친한 친구의 얼굴도 , 부모의 얼굴도 ,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 모두 닭아니면 백조 , 두루미 , 엄마는 칠면조로 그리 보인다 . 너무 큰 충격 앞에 주변인들의 얼굴과 시선에 대한 회피였던 셈인데 자신은 그 이유를 그냥 자신이 잘못해 그리보이는 거라고 생각 하고 살던 노선희와 그녀의 어린 딸 노루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 

그림체가 무척 심플한데도 아주 조금씩만 색을 넣어도 이야기는 서늘했다가 따듯했다가 가슴 아팠다가 한다 . 이런 그림체로도 다 전달되는 스토리 전개라니 작가가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하며 읽었다 . 

딸과 엄마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 이 웹툰엔 너무 리얼하게 그려진다 . 엄마와 딸 , 딸과 엄마의 갈등은 자식을 낳아도 바로 아무는 상처가 아니란 이야기부터 , 자신이 받은 상처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그상흔이 곧바로 아이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까지 넘 아프게 그려낸 얘기였다 .

집을 나온 딸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집을 나올 당시의 마음상태를 표현한 아 , 지갑 놓고 나왔다 ㅡ는, 얼른 핑계를 대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맘 . 붙잡아주길 원하는 마음등등 ...... 제목만으로도 그여정의 힘겨움이 드러나 코끝이 찡함은 물론이고 눈시울이 빡빡하게 아파왔던 시간였다 . 

시간이 되시는 분들 , 괜찮은 웹툰을 보고 싶은 분들은 단행본으로도나온 이 작품을 봐도 좋겠다 . 

ㅡ 
겨울 방학이 한참 남았다고 투덜투덜 대던 윤의 빈 자리가 큰 이 밤 ... 이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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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1-08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받은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고 치유받지 못한다면 그 상흔이 곧바로 아이에게 이어진다는 말이 너무 아프죠..?
그 뿌리를 끊을 수 있다면..

[그장소] 2017-11-08 12:35   좋아요 0 | URL
아..네~ 그런데 어른이되도 스스로 치유는 더 못하는것 같아요 . 익숙해진 것들이 문제인지.. 어른은 몸만 큰 애구나 , 그래요 . 그러니 이걸 끊으려면 무조건의 큰 사랑이 있어야 해요 . 일방적인 지지 믿음 신뢰 따위가 잔뜩 잔뜩 든 ..큰 애정보따리요. ㅎ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