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

오후에 눈이 찌르듯 아프기 시작해서 억지 잠을 청했다 . 감기가 오려는지 목도 숨 쉴 때마다 아프고 발작적인 기침이 나길래 모처럼 열어 둔 창을 닫고 가짜 어둠을 만들어 누웠다 .

잠 속으로 빠지면서 둥 실 떠오르는 내 의식을 느낀다 . 나는 잠으로 빠져들고 있구나 그런 감각을 한다 . 어둔 구석에 있는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 문을 누군가 두드린다 . 나는 몹시 성가신 몸짓으로 문을 연다 . 가까스로 든 잠인데 어째 방해를 한담 쯧 ㅡ 혀를 차곤 문을 연다 . 한 친구가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두서없이 전하길 저 쪽에 사는 친구 k 가 나를 , 내 방문을 기다리고 있으니 사정이 괜찮다면 가주길 청한다 .

문을 두드린 것을 미안해 하던 친구 뒤로 보니 길은 진작에 어두워졌다 . 급한 일인 것 같아 자전거를 내오고 친구의 밤길 걱정을 뒤로 하며 자전거에 올라 이웃 동네 일 친구의 집을 향해 패달을 밟는다 . 처음엔 처음 타는 자전거 처럼 이리저리 길에 휘둘리던 자전거 바퀴가 이내 안정적으로 원을 그린다 .

k 가 사는 곳은 내가 있는 곳에서 큰 반 호를 그리는 듯한 산(?) , 호수(?) 의 모퉁이를 거쳐서 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 길은 오래된 낡은 쪽길 처럼 자동차의 양 바퀴가 닿는 곳만 흙길이고 그 가운데나 양 옆은 온통 길게 자란 풀 밭이다 .

더러 삐져나온 큰 돌에 덜컹이면서 이리저리 핸들을 돌려가며 온전히 길만 보며 패달을 밟는다 . 뭔가 물컹했고 순간이었다 . 아주 극히 짧은 순간이었는데 등에 소름이 돋는다 . 뱀이구나 ... 나는 길을 가로놓인 침대 삼아 누운 녀석의 몸 어딘가를 휙 밟으며 지나친 것이다 . 당황해서 핸들이 흔들리고 곧 자전거의 몸체가 휘청휘청 넘어질 듯이 위태로워 진다 .

간신히 다시 핸들을 안정적으로 잡았다 느낀 순간 길 앞은 뱀들의 무리가 서로 엉킨 채 고개를 파묻고 잠들어 있다 . 가능함 그들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자전거를 풀 밭으로 살짝 돌리려는데 그 쪽도 뱀의 무리가 엉켜 꿈틀거린다 . 이 밤에 늬들은 왜 이런데서 잠을 잖다니 ㅡ 불안하게 패달에 올린 발이 이 것들에 닿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잔뜩 실린 채 허둥대다가 그대로 밤의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다 .

풀들과 뒤엉켜 구르며 아, k 는 어쩌지 ... 뱀들과 엉켜 구르는 게 아니길 동시에 그런 생각들을 한다 . 내가 구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

그러다 눈을 뜬 나는 조금 울었나 ... 꿈 속에서 ㅡ반원으로 호를 그린 언덕 길을 가진 곳 따윈 이 동네 어디도 없다 . 꿈 속의 내 집은 대체 어디였고 그 너머 마을이었을 것인 k의 마을은 어디 있는 것일까 ...
숨 가쁘던 꿈 속의 동네를 잠이 깨서 떠올려본다 . 꿈 속에선 그린 듯이 가까이 느끼던 곳이었는데 현실에선 가본 적도 없는 곳이다 . 다시 잠이 들면 알아 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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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3-26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잠이 들면 이젠 L이 찾아와 길을 나서고 개구리를 밟는다는....

[그장소] 2017-03-26 02:02   좋아요 0 | URL
푸하핫~ Agalma 님이 아는 L ? 내가 아는 L 은 누가 될지 ... 개구릴 밟는 꿈까지 꾸고 싶진 않은데.. 꿈이었어도 감각은 꽤나 현실적이어서 실제 뱀을 밟아 본 적도 없으면서 소름이 돋는 다는 ...^^;;

페크pek0501 2017-03-26 1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따르면 꿈속에 나오는 길은 언젠가(어릴 적일 수도 있는) 가 본 길이라고 하더군요. - 책 읽어 주는 오디오로 들었어요.
백 퍼센트 맞는 말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어요.

글이 참 좋네요...

[그장소] 2017-03-26 16:20   좋아요 0 | URL
그 비슷한 모퉁이가 희미하게 기억에 있긴 해요 . 완만한 호를 그리는 언덕 ㅡ 지금은 그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없게 변했지만 있긴 했네요 . ㅎㅎ 기억은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이란 생각이 요즘 자주 들어요 . 이것도 노화현상 중 하나일까요? ^^?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