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이지 않는 그 것 " 

 

이 작가는 문학동네 2016년 제 7 회  젊은 작가상 에서 단편 ' 
인터뷰' 로 만났는데  문체가 상당히 현실적이랄까 ㅡ  또 날카롭기까지한 대화들  , 그런 표현들이 있어 단숨에  반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 제목부터 심상찮다 . 없는 사람이라니 ... 처음부터 없던 존재를 말함은 분명 아닐테고 . 있었던 사람인데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 이 번 작품도 역시나 사람들의 심리를 묘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예리함이 너무 서늘해서 내 몸 , 내 일부가 서걱 잘려나가는데도 마치 
남의 살이 베인 것을 보고 그저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것 같은 둔탁한 통증을 느꼈다 .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못 느끼는 고통의 단계까지 
밀어붙이는 표현들 . 아 , 뭐지...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할 쯤엔 모든 것은 끝나고 없는 순간이 되는 듯한 감각 . 무섭다 . 한 마디로 
...
 

살면서 세상을 내가 움직이고 있다거나 , 완벽히 알고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때가 일반인 , 그야말로 보통의 존재들에겐 얼마나 있을까 ? 자신이 축이어서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될까 ? 설사 그렇다고 믿어도 자신을 감싸고 도는 더 큰 축과 그를 포함한 중심이 있다는 것을 매순간 매순간 느끼는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 그러므로 나 " 란 그저 한 점 . 한 구성의 조각에 지나질 않을 뿐임을  보통은 그리 믿고 살지 않나 ? 신이 아닌 한 어쩔 수도 
없이 . 안심하며 그 점에 속하길 바라곤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그러기에 여기저기 휩쓸리고 목적이 필요하고 다같이 돌고있는 방향을 따르고 하는 
걸 거라고 ...
 

" 벌써 여섯번째 죽음 " 이라는 강렬한 뉴스 멘트 ㅡ 가 첫번째  
소제목이다 . 두번째 소제목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ㅡ 역시 , 고요히 흐르지만 물 밑은 분명한 흐름이 있듯 뭔가 있는 뉘앙스로 전개 
. 별 것 아닌 듯 싶은 대화체가 퍽 현실감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된다 . 이렇게 잽처럼 가벼운 유머를 날리다 언제 훅하고 강펀치 
불행을 먹일지...
 

이 이야긴 무오라는 남자가 이부라는 남자에게 휘둘려 이른바 용역이란 일을 
맡고 (?) 노동조합 시위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그들과 섞이고 호흡을 같이하며  이해 (利害) 를 꾀하는 보이지 않는 악역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 
또  타깃인  도트 (노조시위의 핵심인물) 의 움직임을 조용히 뒤따라 
그는 물론이고 노조의 무리들에게  반동같은 압박감을 주는 그런 역할은 하는데 , 처음엔 무오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돈만 잘 받으면 되는 
단순한 사람이었다가 점점 도트의 열정을 보고  그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열망과 자신의 일이 옳은가 아닌가에 의문을 갖는 사람으로 나온다 . 
어떤면에서 이 글은  무오 라는 사람 하나를 스스로 사고 할 줄 모르는 " 없는 " 사람에서 , 스스로 사고 할 줄 아는  " 있는 " 사람으로 
키우는 얘긴 것처럼 보인다 . 
 

하지만 끝까지 따라가보면 결국 누가 무오이고 이부이며 , 함께 어깨를 
같이 한 동료 반점인지 , 타깃 도트인지 알 수 없어지고 마는 지점이 생긴다 . 두려움에 스스로 망가져 가는 도트나 , 동료인 줄알고 의지했는데 
알고보니 감시역과 같았던 반점이나 , 그런 일을 지시한 이부 , 모든 것에 혼란을 느끼고 마는 무오가 한데 부어 섞인 물감처럼 혼탁하게되서 그저 
한 점같이 느껴져 버리고 만다 . 세상이라는 아주 아주 큰 그림 위에 실수처럼 떨어진 한 점 같이 말이다 . 
 

무오와  이부 ㅡ그리고  반점 , 도트 , 있었지만 , 없는 사람 , 
없었지만 만들어 지는 사람 . 만들어 나가는 사건 . 덮이는 사건 등등 생각이 참 복잡해 진다 . 그 와중에 도트는 점 인 셈이니 반점은 , 
도트에 가까우려나 ㅡ 아님  반 , 점 , 이니까 점도 아닌 것에 해당될까 ㅡ알수 없지만  흥미로운 부분을 가진 글 속 사건 관찰자인 동시에 
행위자로 반점이 가진 위치에 나는 무오보다 더  관심이 가더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  , 점도 뭣도 아닌 반점의 정체 ...어쩐지 계속 더 
신경이 쓰였다 . 아 , 몹시 춥다 ! 
 

지금도 여전히 뉴스에 오르고 있지만 이전에 노조들의 시위로 시선을 잡던 
국내의 한 자동차 회사가 떠오르고 , 그들을 응원하던 국민들의 관심도 동시에 생각나는 소설이다 . 다르게 보면 모든 시위에 이 책을 놔도 될지 
모른다 . 국회의 탄핵 논쟁에도 , 더 크게 각 나라간의 이익을 따지고 있는 자유무역 협정에도 이 시선은 그대로 적용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다만 그 위에서 뉴스를 읽고 보는  나는 , 휩쓸려 떠들 뿐인 나는 , 어디에 점을 찍고 있는가 하는 물음의 이야긴지도 모른다고 장황하지만 
그리 느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