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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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고 한 팬질 ,

 

날짜를 보니 윤의 졸업식이 있던 날 날아온 메일이었다 . 나는 그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기절하듯 뻗었으므로 메일 따윈 열어볼 짬도 능력도 없었다 . 16일에야 땀에 온통 젖어서 깨고 온 몸엔 멘소래담 냄새를 폴폴 풍기며 그 덕에 더 쌀랑하게 느껴지는 거실에 나앉아 습관처럼 메일과 전전 날의 블로그 기록을 살피며 와 있는 댓글에 차례차례 답글을 했더랬다 .

메일 중에 발견한게 moonrise님이란 분의 짧은 인사 , 그리고 이 책 독서만담을 보내고 싶다는 내용의 얘기가 있었다 . 안그래도 보고싶어 근질근질하던 차였는데 이게 웬 횡재 ! 아, 늦었구나 싶어 얼른 답 메일을 보냈다 . 그렇게 두어차례 서로 감사의 말을 꾸벅꾸벅하고 책을 기다려 받았다 . 메일에서 득달같이 배송에 넣었다더니 다음날 바로 도착을 해줬고 , 나는 일단 도착 인증사진을 찍어 앞으로 읽게될 독서리스트에 꼭 타임테이블 찍듯 인스타와 활용하는 sns에 책 자랑질을 했다 . 그리고 어제 , 늦은 시간부터 책을 잡고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 책을 말그대로 즐겼다 . 클클대면서 , 재미 보장이란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

 

그런데 읽으며  놀란 건 몇 꼭지만 빼곤  내가 이 내용들을 전부 서재 , 그러니까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읽어 왔었다는 것 ,  그 사실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이토록 저자의 팬이었다니 , 왜냐하면 이 분이 북홀릭 (잡식성책장) 님이라는 인지를 하게 된게 오래전이 아닌  비교적 최근의 일(물론 이 책을 내기 전)이기 때문이다 . 아마도  습관처럼 다른 분들의 리뷰를 하루 시작과 함께 몇개씩 꾸준히 읽기를 해왔던 중에 , 폰이라는 놀랍지만 조악한 화면 특성상 닉네임은 따로이 기억하지 않으면서 이 분의 글 꼭지를 늘 찾아 읽었었다는 말이 되고마니 , 나로서는 그게 참 신기한 일이었다 . 책 자체가 아주 두껍지는 않지만 280 매라는 분량에서 처음 만나는 글은 겨우 두서너 꼭지 뿐이라는 걸 , 생각해보면 책 한 권의 분량을 같이 시간을 보냈다는 셈이 되는데 이 우연을 어찌 팬질이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


많은 리뷰어 분들의 닉네임과 글을 하나로 묶어 '이건 이 분의 글이로군' 할 만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데는  내 뇌 한계를 핑계로 댈 수 있겠지만 , 그 많고도 긴 시간 한사람이 완성한 글을 꾸준히 읽으면서도 정작 그를 몰랐다는 것이 신기하다면 신기하고 또 어떤 면에선 이처럼 무심하면서 다른 쪽에선 애호해왔다는 기이한 사실을 매 단락마다 깨달았으니 이 또한 웃긴 일이지 싶었다 .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하는 까닭엔 바로 북홀릭님인 저자와 댓글로 인사를 튼 개기가 이  책 맨 처음의 주제라는데 있다 . 그저 많고 많은 괴짜 중 한 사람이겠거니 했던 블로그 주인장은 친절하게도  절판본과의 탐욕 편에 거론된 그 위대한 < 20세기 일문학의 발견> 이란 책들이 뭔지 알 수 있겠냐는 내 질문에 애써 관련 책들이 나열된 곳의 주소를 남겨 주기까지 해서 내 메모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고  , 그리고부턴  이 북홀릭 이란 닉네임은 그렇게 내게 메모장의 한 쪽처럼 각인이 되었다 .

 

블로그란 한정된 화면에서나 보던 익숙하고도 구성진 또 익살스런 한탄과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말그대로 찌질을 지향하는 것처럼도 보이는 ' 그 남자는 그렇게 어느 날 내 기억에 들어와서 다시는 (응?) 나가지 않았다 ' 고 ,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문장을 인용해 떠들어 대면서  지금까지 해왔듯 나는 그 찌질한 어느 날에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가며 오래 이웃하게 되길 바라게 된다 .

 

어쩌면 저자로서는 마음이 꿍할 수도 있겠다 . 이번 책이 처음도 아니고 무려 다섯번 째 책이란 걸 감안하면 , 그러나 책이란 성질이 그렇듯 읽지 않으면 , 그 전은 그 책이 아무리 세상에 있다고 해도 안 읽은 사람에겐 없는 세상인 것이니 , 나의 장황한 첫 인사에 아주 살짝만 삐치시기를 바라며 , 명저 "오래된 새책 "이 절판본 또는 희귀본으로 마구 몸값이 오르기 전에 찾아 또 읽어봐야겠다 . 

가깝다 느끼는 이웃님들의 리뷰로 이 책의 호기심을 키웠고 , 원래 책에 관한 책은 가급적 읽지 않으려 하던 내 애씀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져 버렸다 . 그러니 앞으론 읽더라도 마구 늘어나는 책 욕심만은 경계에 경계를 거듭하며 그저 즐겨야지 , 세상엔 별 사람도 많고 역시나 읽지 못한 (않은?) 책이 여전히 많다는 것에 좌절과 기쁨을 동시에 놓으면서  .하핫~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인지라 대부분의 이웃서재 주인장들은 책을 사랑한다 . 그게 ' 정신적 사랑이건 육체적 사랑 ' (육체파와 정신파, 본문 60쪽) 이건 , 저자의 말처럼 표현의 차이이지 사랑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일테다 . 그것이 ' 국내에서 출간된 책의 판매 부수가 2 천권을 넘지 않아 , 인구 5 천만 명 중 단 2 천 명만이 같은 책' (본문 7 쪽 ) 을 읽고 공감을 한다고 해도 , 그 많은 사람 중에 길게 혹은 짧게 늘어진 시간선(삶) 을 떠올리면 시대도 출판사도 읽는 사람의 지역마저도 모두 뛰어 넘어하는 공유와 공감이 되니 어쩐지 더 소중해지고 뭉클해지고 하는 것이 나만은 아닐거라고 믿게 된다 .


그런 현상을 한때 곱씹으면서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 나는 "경이로운 공감지대 "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이 책의 만담들은 특히나 더 각별해진다 . 그 화면의 글들이 이처럼 종이에 찍혀 나왔다는 것이 .  아 , 다음은 어떤 분의 글이 이처럼 책으로 만들어질까 ! 우리가 익숙하게 읽던 누군가의 글 중에서 !?  그런 마음과 함께 많은 글사랑 책사랑 이웃님에게 한 권의 책을 내고 만나게 하는 그 과정에 용기가 될 책으로 이 책을 , 계속하는 만담처럼 놔주고 싶다 . 어떤 읽기나 쓰기를 말하는 책 중에 용기가 다리가 될 역할로 말이다 .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책을 냈고 작가라는 직업을 하나 더 얻었다 . 부끄러움이 많아 다른사람 앞에 서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내가 제법 말문이 트인 것도 독서 덕분이다 . 직장에서 필요한 글쓰기를 두려워 않게 된 것도 독서 덕분이다 . (본문 7 쪽)

 

그 감탄은 종종 그 책을 재독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 뒤쪽에 숨어 있는 책들을 정리하는 것은 마치 미지의 동굴을 처음 답사하는 듯한 설렘을 선사한다 .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이 금방 잊힌다고 한탄할 이유가 전혀 없다 . (본문 46 쪽)

 

늘 그렇듯 즐거운 생활을 보여주는 박균호 (북홀릭 , 잡식성책장)님께 , 또 좋은 느낌으로 책을 보내주신 moonrise 님께 깊은 고마움 전하며 , 꾸벅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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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19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책으로 만난 인연은 항상 아름답고 정답습니다. 정성스러운 서평 정말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7-02-19 20:03   좋아요 1 | URL
워낙 책이 명저잖습니까? ^^ 또 읽어도 역시 재미있더라고요! 완전 심리스릴러 ! 특히 아내님과의 냉전 편~! ㅋㅋㅋ

북프리쿠키 2017-02-19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주문했습니다 흐흐~

박균호 2017-02-19 20:08   좋아요 2 | URL
에궁 고맙습니다 !!

[그장소] 2017-02-19 20:43   좋아요 2 | URL
북프리쿠키님도 , 받으시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게 된다는걸 아시겠군요!^^

박균호 2017-02-19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저라요 ㅠㅠ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헛갈리지 않도록 이름을 실명으로 변경했습니다...ㅎㅎ

[그장소] 2017-02-19 20:34   좋아요 1 | URL
저야 이제 헷갈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저자 이름, ^^
음, 스스로도 명저라고 해야 한다고 (쑥스러우실테지만) 생각해요 .
이야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 타인을 웃음짓게 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않다는걸 많이들 아실텐데..^^
재미 , 소소한 울림 , 그런데서 감동이라는 물결을 만나니까요!

박균호 2017-02-19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오래 오래 좋은 책 이야기 나눠요. 많이 배우겠습니다.

[그장소] 2017-02-19 20:41   좋아요 1 | URL
꾸벅꾸벅 ~ 아이쿵~ 제가 해야할 얘긴데요!^^
오래 오래요!^^

하나 2017-02-20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여러개 읽어봤는데 다 평이 좋더라 구요. 거기다 그장소님의 글을 읽다보니 너무 너무 재밌어지는 걸요. 책을 읽기 전에 이렇게 서평만읽어도 재미있다니... 기대되는 책이네요. 구입해야겠어요.

[그장소] 2017-02-20 11:50   좋아요 0 | URL
오옷~ 책얘길 리뷰처럼 ㅡ안한다는 양철나무꾼 님말씀이 맞아요. 그게 잘어울리고.. 재미있어요~ 하나님~^^?( 아 하나 님 닉넴 쓸때 ...기발하군 뭐 그러네요~ 아멘 나오고!^^)

박균호 2017-02-20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자로서 ‘재미‘와 ‘웃음‘을 보장합니다...ㅎㅎ

박균호 2017-02-20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누구신가 했더니 예스24 ‘인강‘님 이셨군요 ㅎㅎㅎㅎㅎㅎㅎ 제 블로그에 매일 출근하시는 분...새삼 신기하고 반갑습니다.

[그장소] 2017-02-20 11:48   좋아요 1 | URL
ㅎㅎㅎ아셨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예스24를 들어가면 제 쪽에선 첫화면에 ㅡ 보이거든요..



2017-02-2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28 10:24   좋아요 0 | URL
아 ㅡ ㅎㅎㅎ전 진작에 친구 해놓고 들락거렸는데 .. 언 강이 숨트는 새벽 ㅡ이랍니다! 인 강이 ㅋㅋ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