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전 11 - 은월왕 전기, S Novel+
다나카 요시키 지음, laphet 그림, 김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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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1권 감사~ 다음권도 빠르게 출간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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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황신    중에서 



종은 오랜 세월 비바람에 시달렸을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혹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쓰치미카도 님의 재앙을 기다리며.
아카네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종은 무엇 때문에 자기가 그 자리에 놓여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비상시가 되면 어떤 소리를 내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을 당연히 종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 참된 쓰임새는 다른 데 있었다.
봄이면 산에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창공에 뭉게구름이 걸리고 가을이면 단풍이 비에 젖고 겨울이면 봉우리마다 하얀 고깔모자를 쓴다. 새가 날아들고 들개가 짖고 어미 곰이 새끼를 거느리고 숲을 나와 냇물을 건넌다. 종은 그런 풍경과 사건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품은 불온한 비밀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 왔을 것이다.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인생을 살아 오면서 기쁨과 슬픔과 때로는 소소한 행복을 겪고, 때로는 사무치는 고독에 눈물을 짓던 아카네와 같지 않은가. - P510

"나는 산에서 죽지 않고 내려왔어. 아무 보탬도 되지 못한 내가 살아남은 것은."
필시 누군가는 이 일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근성을. 인간의 업을. 죄는 잊혀도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 그런 선한 바람 때문에 죄악을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소심한 내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야 해."
산속 괴물을. 최후에 눈물지었던, 그러나 만족스러워하던 아카네의 그 눈빛을.
"지금은 그것으로 족해. 그거면 됐다고 말해 줘, 야지." - P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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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미야베 월드 제2막 (총5권)
미야베 미유키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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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오랜만에 다시 읽는 미야베미유키. 2 막. 나의 첫 시작은~ 한이 변질되어 악을 키우고 저주를 낳으니...[괴수전] 그 속에 감춰진 잔인함에 쓰린 속을 다스린다. 기묘하고 안스러운데 또 흥미로운 단편모음[그림자밟기], 앞서 읽은 글 보다 조금은 가벼운 모시치의 사건수첩 [맏물 이야기]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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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별이랑 > 밝게 흐르는 글이 좋아요

한 해 두 해 지나며, 나의 추리 소설 읽기는 상,중,하 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북플이 보여주는 2015년 오늘의 글을 다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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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박물관 넓은 마당에 녹나무가 잎을 한껏 피워냈다. 여기선 잎도 꽃처럼 피어난다. 청자는 하늘색을 쓴다. 하늘의 빛은 사시사철, 아침저녁이 다르다. 매일 매시 매 순간이 다르다. 장인은 청자를 빚을 때 자신의 머리 위 하늘빛을 담았던 것일까. 스스로의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고 우주에 단 한 번뿐인 그 순간, 빛깔을 담았는지도 모른다. 장인은 순간의 색을 쓴다. - P212

가난한 것처럼 보이는 라오스에는 엄청난 보물이 있었다. 첫 번째 보물은 사람이었다. 라오스에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떤 관광 상품보다 매력적이었다. 내가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던 여남은 살 먹은 아이들, 뒷골목을 걸어가던 내 앞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던 아이들, 티 없이 맑은 웃음과 선의……. 그런 것들을 우리는 잃어버렸다. 기억조차 잊어버렸다가 거기서 간신히 되살려낼 수 있었다. 내가 라오스 사람들에게서 찾아낸 소중한 가치는 한때 나 자신의 일부였던 것들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선의와 호의, 무구함……. 그런 것을 찾아서 외국 사람들은 라오스로 모여든다. 거기서 내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가치는 그런 것이었다. - P258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남이 뭐라든 행복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라오스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 행복, 그것도 라오스의 보물이다.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도 없고 달러를 주먹 가득 쥔 사람들이 마음대로 살 수 없는. - P259

실크로드는 이미 어린 시절 내게 나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꿈길이 뻗어 간 곳을 끝까지 가보고 상상한 것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는 게 아닐까. 나는 아직 채 어른이 되지 못했다. 세상에는 가보아야 할 길이 아주 많이 남았으니.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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