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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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겠다는 나의 짧음을 실감하며 참으로 오래도록 붙잡고 있는 글. [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식물에게 다정하고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찰스 다윈 이였기에 끌어낼수 있는 진화론을 언급하고,  뇌전증을 말하며 도스토옙스키를 인용하고,  프로이트의 세계를 안내하기도 하는 작가의 글에 때론 반짝이면서 혹은 졸다가 다시 읽어가면서 감탄하고 있다.   

이 글을 어찌 하룻밤에 다 읽을 수 있을까?   나는 한달로도 모자라서 아직도 꾸물꾸물 중이다.  

일화 하나하나 마다 내게는 새로운 배움이고 놀라움이니 여러모로 신선하다.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환자와 여러 현상들을 소개 하면서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작가의 글에 공부하는 것처럼 말고 쉽게 넘겨보겠다는 1인 누구였던가....단순히 병으로 치부했던 증상이 마치 초능력 같고, 진화론 저 밑바닥 생물로 취급했었더니 뛰어난 신경과 감각이 있고...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게는 어렵긴한데 의외의 곳에서 재미있는 부분도 있는 글이다. 

 

 

투렛증후군은 강박행위, 틱, 불수의 운동, 정체불명의 소리가 특징인데, 이 경우에도 운동속도가 현저하게 빨라질 수 있다. 어떤 환자들은 날아가는 파리를 맨손으로 잡을 수도 있는데, 한 환자에게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자기는 특별히 빨리 움직이는 것 같지 않고, 그 대신 파리가 천천히 날아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 본문 p 62~63 중에서.



곤충도 대단하지만, 무척추동물 중의 천재로 소문난 두족류(문어,갑오징어,오징어)의 경우에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먼저 그들의 신경계는 규모가 훨씬 커서, 문어는 5억 개의 신경세포를 뇌와 팔에 배분하고 있다(참고로, 생쥐는 겨우 7,500만 ~ 1억 개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문어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조직화되어 있어, 수십 개의 독특한 기능을 발휘하는 뇌엽이 존재하며 포유류와 유사한 학습계와 기억계를 보유하고 있다.
- 본문 p 87 ~88 중에서.


자연은 뇌를 만들기 위해 최소한 두 가지의 색다른 방법을 채택했다. 사실 동물계에는 문phylum의 수만큼이나 많은 뇌가 존재한다. 상이한 동물들을 갈라놓는 심오한 생물학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모든 동물들은 나름 다양한 수준의 정신을 발달시키거나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동물들 중 하나일 뿐이다.
- 본문 p 8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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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속 이유조차 억지스럽고 무의미한 한파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보게 하는 글을 만난다면,  한번 두번 세번  곱씹어 본다.   나는 잘 하고 있는가?  

 

 

 

 

 

츠지무라 미즈키 [거울 속 외딴 성]

 

만약에...

눈앞에 판타지가 펼쳐져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당신은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누군가를 갈망하고 아파하는 '아키' 와 고코로에게 말을 건네는 '기타지마 선생님'은 나로하여금 기나긴 장애물 마라톤이라는 뜀박질에서 지친이에게 '조금더 힘내'라고 화이팅을 외쳐야 되나,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안아줘야 되나 조금더 복잡한 과제를 주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긴 터널을 건너며 어떤 과정을 지나오든 상처를 디딤돌로 따뜻한 가슴을 가질 수 있다면이야....

 

 

'넌 잘못한 거 없어.'

나는 아프고 상처받은 이에게 [거울 속 외딴 성] 아이가 듣고싶어하는 이 말을 과연 잘 전달해줄 수 있을까?  

세상에는 차가운 비판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꽁꽁 얼었던 마음이 녹아드는것을 알고있으면서...

 

[거울 속 외딴 성]은 아마도 우리의 마음이겠지.  

다만, 잠시 부딪치는 찰라처럼 어쩌다보니  길을 가다 만나는 작은 돌맹이가 있고 거친 풀무더기가 있고...  어쩌다보니 외길에서 마주오는 누군가를 만날수도 있는거겠지.   그러나, 더이상 마음이 아픈 이들이 어둠에 잡아 먹히는 것도,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도 그만두고 반드시 존재할 판도라의 상자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거울이 깨지고 외딴 성에서 나온 이들에게 세상은 크게 바뀐게 없어도 위태로운 유리벽 같았던 이들 마음은 든든한 보호막을 거듭 둘렀으리라 믿는다.   

 

모르는 곳에서 홀로 웅크리고 있을 수많은 고코로,아키,마사무네,리온,후카,스바루,우레시노,미오... 들이여 오늘은 무사히 안녕하시길.

 

무서웠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도대체 모르겠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 본문 p 135 중에서.

누군가가 ‘넌 잘못한 거 없어.‘라는 말을 해줄지 모른다.

- 본문 p 135 중에서.

사이가 나빠진게 아니라고 하면서 자기가 먼저 사과한다거나 상대에게 당한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상대방이 미안해하고 있을 것을 기대했었다는 우레시노의 말은, 그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여주듯이 모순에 가득 차있었다. 거기에는 허세도 있고 본심을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 본문 p 233 중에서.

나는 오늘 학교의 그 교실에 가는 게 아니다. 학교에 가는 게 아니다.
나는 오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다.
그 장소가 어쩌다보니 학교일뿐인 거다.

- 본문 p 357 중에서.

"지지 마."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엄숙했다.
"특별히 무리해서 그 애들이랑 싸우거나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아이들한테 또 무슨 일 당하는 아이가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 그런 애들은 어디에나 있을 거고,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

- 본문 p 48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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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2018-11-19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었어요~ 별이랑님의 마지막 문장에 저도 같은 마음이 되네요~

별이랑 2018-11-19 13:43   좋아요 0 | URL
이미 지나온 길이고 판타지가 믹스된 글인데도 너무도 현실적이고, 관련 뉴스가 자주 뜨니까 뭐라 끄적일 말도 없어져요.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하는 방법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 더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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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는 비밀스런 대화가 이어진다.   과연 우리가 그 대화에 어느만큼 참여할 수 있을까?

나의 사사로운 정과 기분에 의해서, 또한 나의 이익에 따른 계산에 의해 살짝 개입하는 행위는 어디까지가 자연의 범위일까?  모든게 우주의 진리 아래 순환하는 곳에서 던져진 인간의 행위는 그를 진화로 이끌 수도 있고, 도태로 만들 수도 있다.

 

숲 해설가로 자연을 엿보는 이 글은 선명한 수학 공식 같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 갑이 좋다, 을이 좋다'라고 하지 못하고, 먹혀서 끝나는 듯 싶지만 반전이 있는 자연 생태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꺼리만 던져 놓을뿐이다.   

 

그들이 보는 비밀 하나 둘 따라가 볼까나~ 

 

 

 

 

 

 

 

 

 

과거 언젠가 커다란 원시림이 쓰러진 흔적이 있는 듯한 이곳에는, 햇빛이 슬며시 뚫고 들어와 토양을 비추고 있다.   이 정도의 빛은 충분한 양의 당을 생산하기에 어림없는 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자라는 풀은 노지 식물에 비해 영양물질이 적고 쓴 맛이 나거나 질기다.   

-  본문 p 80 중에서



노루들에게 숲은 소위 게으름뱅이들 천지인 곳이다.   몇몇 작은 구역에서 말라빠지고 딱딱한 풀과 약초가 자라고, 나머지 구역의 대부분은 어리고 질긴 너도밤나무만 있다.   숲을 돌아다녀봐야 먹을 것이라곤 나뭇잎밖에 없다.   나뭇잎의 맛도 대부분의 동물들은 좋아할 맛이 아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일지라도 똑같은 음식을 한 달 내내 먹어야 한다면, 며칠만 지나도 질려서 이 음식은 꼴도 보기 싫을 것이다.   특히 새끼들을 위해 젖이 나와야 할 때, 노루는 매일 영양가도 별로 없는 똑같은 풀떼기만 먹느니 안 먹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본문 p81 중에서.



음....

고라니, 노루, 멧돼지가 농작물 근처에 서성이며 남겨 놓는 흔적들이 단순히 야산이 없어지고 그들의 서식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는데, 다르게 생각해봐야 되겠다.    

때론, 콩잎 새순을 몽조리 뜯어먹고, 또 때론 고구마 잎을 먹어 치우며 땅을 헤쳐놓기도 하는데 자연의 연결 고리로 보면 그들 나름의 영양 보충 이였구나.     열량 높은 음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넉넉한 공간에서 햇빛을 맞으며 잘 자란 식물은 맛있는 유혹 이였겠다.      아하~ 

  

일단, 

숲과 노루 까지는 아주 조금 살펴봤으나, '나'를 기준으로 삼았던 것에서 '자연'을 기본으로 사물을 보면 신비로운 것도. 해악하다 했던 것들도 모두 당연한 이치일 뿐... 어디선가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벌어지고 있겠지.     






어미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먹이를 찾으러 다니려면 암컷과 수컷 새끼(대개는 쌍둥이다) 모두 집에 남아야 한다. 이 녀석들은 풀이나 덤불 깊숙이 숨어 있다가 적이 다가오면 적에게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노루의 이런 행동을 홀로 남은 외로움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에 있는 노루들을 집으로 데려가지만, 오히려 노루들은 도중에 배고픔에 시달리다 굶어죽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녀석들은 어미젖이 아닌 병으로 주는 우유는 마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본문 p 83 ~ 8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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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보라해서 들여다보니,  자꾸만 땅으로 스며들려 한다.

가을이라서 그래?     바람이 서러워서 그래? 

 

당신께 위로가 되어줄 수 없어도 조용히 지켜주는 눈은 되어 볼까 한다.

 

 

그리고, 가을을 함께하는 시 한편.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거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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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열림원. 본문 p 56  <거리에서> 중에서

 

 

 

 

 

이른 새벽부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

누군가 조용히 손을 잡아주고 누군가 등을 안고 있어도 그 속을 알 수 없고 모두가 그 안에선 홀로 주인공인 세상...  

당신은 고독을 무서워 하고 있을까?   

 

 

 

그 남자는...

이제 막 성인의 길목에 들어서 현실의 벽을 마주한 누구 였을까?

지난 추억에 잠겨 복받치는 감정에 겨운 그 누구 였을까?

다가올 겨울이 무서운 그 누구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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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22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책도 참 좋은 글들이 많았네요.
역시 책은 재독의 맛인가봅니다.
추석 잘 보내십시오~

별이랑 2018-09-22 14:39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 님,
좋은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오래 묵은 글을 다시 보면 촌스러움과 정겨움이 왈칵! 이죠? ㅎㅎ
 

 

 

가을에는 파랗게 높은 하늘도 이유가 있고,

조심히 익어가는 과실이 애틋하며,

아침 이슬에 반가워 하다가 또 깊어가는 밤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음 깊은 곳을 시 한편으로 채워보라는 듯 때마침 시 읽는 이벤트를 하는 곳이 있어서,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속  길게 풀어놓은 사연중 <저녁의 소묘 5> 를 함께 한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저녁의 소묘 5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저녁이 오고

 

 

연둣빛 눈들에서 피가 흐르고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 한 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본문  p 137  중에서

 

 

 

작가의 저녁은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시간은 단단해져가는 나무들이 있고, 상처투성이 고목이 되어 온몸에 옹이구멍 투성이로 저녁을 맞이하는 애틋한 나무도 있고......

그래도.

가을에는 평온한 밤이 되어주길 바라며, 시인의 투명하고, 어둡고, 진한 저녁까지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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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9-22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아래로 바다가 있는 느낌납니다.
시집도 읽으시고~별이랑님도 욕심쟁이십니다ㅎㅎ
추석 잘 쇠십시오^^

별이랑 2018-09-22 17:06   좋아요 1 | URL
대기시간이 길어서가방에 대충 던져놓은 글이 얇은 시집 이였을뿐이죠 ~
연휴에도 좋은 글 가슴 두드리는 문장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