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오늘의 젊은 작가 8
김엄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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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오늘의 젊은 작가 08

김엄지 지음

민음사


 시리즈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갖춰야 한다는 약간의 집착(?)증을 가진 내가 괜시리 뭔가에 꽂혀서 하나씩 읽어가며 하나씩 구입하고 싶어하는 시리즈 중 하나가 바로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인데, 그 시리즈의 8권이다. 가능하면 신간은 하나씩 구입하고 싶어서 며칠 전에는 김혜진의 소설인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 를 구입했다. 지난 2010년에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래 무개념한 주인공, 무개념한 주인공보다 더 생각 없는 서술자, 단순하다 못해 평면적인 서사 등 독창적인 이야기 구조와 비교 불가한 개성적 문체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 온 작가 김엄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너무나도 젊고 깐깐해 보이는 외모에 놀라면서 도대체 이 젊다 못해 어린 작가가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일까? 하는 궁금함에 도저히 차분해 질 수가 없었다. 마치 딸아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며 책장을 뒤척거리고 있다. 심란했던 사고와 명절을 보내느라 생각보다 길어진 휴식을 끝내고 책읽기를 천천히 다시 가동시키려고 하는데, 제대로 몰입을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너무 오래 쉰 탓일까? 아니면 새롭게 시작한 생활이 힘에 겨운 탓일까? 아무튼 쉽지 않다. 
2014년 계간지 「세계의 문학」 봄호에 게재된 소설로, 게재 당시 "익명적인 세계에 참여해 있는 익명적인 존재"를 통해 나아지지 않는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이라는 "악무한의 사슬"을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선한 충격과 기대를 동시에 선사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달린 댓글을 보면 책을 읽다가 덮었던 기억이 있다는 평가에서 부터 격찬에 가까운 평을 달기도 하는데, 좋다, 싫다를 떠나서 재미있다, 어렵다, 난해하다 뭐 이런 차원에서 쉽게 뭐라고 답을 내리기가 힘겹다는 느낌이 든다.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영위하며 식욕, 수면욕, 성욕 등 기본적인 욕구만 소심하게 추구하는 주인공 E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이며 성취 없는 일상을 간결한 문체와 불연속적 장면, 그것의 무한한 반복을 통해 서술함으로써 생의 불가해함과 권태로운 일상이 동반하는 고독의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주인공 E를 비롯해서 다른 등장인물을 고유의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알파벳으로 또는 성으로 만 명기하는 것도 조금은 불편하고, 이들의 생각이나 표현 방법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왜 굳이 이 책을 읽어야하나? 싶은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만, 중간에 책을 덮어버리는 것은 나 스스로가 그저 재미로만 독서를 하는 불량독자인 것을 인정하는 것 같고, 수준 미달이라는 자책을 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래도 조금은 인내를 하면서 독려했다고나 할까? 물론 아휴~ 이건 정말 아냐!라고 할 만큼은 아니었고,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이 그닥 녹녹한 현실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017.10.13.(금)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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