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다산책방


 오베라는 남자 , 『브릿마리 여기있다 의 작가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로서 원제 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라고 한다.  오베라는 남자』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이후의 후속작들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이 책을 꼭 읽어야할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피하려고 해봤지만, 워낙 이곳저곳에서 출현하면서 눈길을 자극하기에 결국 이렇게 읽어보게 된다. 삶의 어느 한 순간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현재가 녹아내리며, 완전히 놓아버릴 때까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과 천천히 헤어짐을 배워가는 가족의 이별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 전 일이기는 하지만, 내 아버지도 서서히 찾아온 치매로 3년여를 앓다가 뇌일혈로 돌아가셨는데, 그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먹먹한 기억이 떠올라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알츠하이머병을 다룬 부드럽고도 마음 깊이 울리는 이야기다. 한번도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당신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 하는 의문을 처음으로 되짚어 보았다. 늦은 결혼으로 늦게 얻은 딸 넷을 하나도 짝을 찾아주지 못하고 본인의 죽음과 이별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 그리고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당신의 존재에 대한 아쉬움……, 이런 것들을 어떻게 감내하셨을까?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이 세상과 작별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손자와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 점점 작아져가는 광장(머릿속 기억)에 대한 두려움, 사별한 아내를 향한 그리움, 평생 데면데면하게 지내왔던 아들에 대한 미안함 등 노인이 느끼는 감정들이 솔직하고 아름답게 녹아들어 있다.
할아버지와 노아는 날마다 점점 작아지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있다. 항상 '노아노아'라고 반복적으로 부르는 손자와 함께 낯설고도 어딘가 익숙한 이곳에서는 할머니의 정원을 가득 채우던 히아신스의 달콤한 향기가 난다. 수학을 사랑하는 것 말고도 통하는 게 많은 두 사람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할아버지는 문득 아내에게 반했을 때, 그리고 진정으로 깊이 사랑한 아내를 떠나보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을 더듬는다.
아직까지는 처음 만난 날처럼 생생하지만,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두렵다. 할아버지는 가끔 노아의 아빠 테드와 나란히 벤치에 앉을 때도 있다. 수학 대신에 글쓰기와 기타치기를 좋아한 테드는 늘 멀게만 느껴지는 아빠를 애타게 바라본다. 점점 더 희미하고 혼란스러워지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노아와 아들인 테드, 할아버지는 히아신스 향기를 맡으며 아무 두려움 없이 작별하는 법을 배워간다.

소설이라기에 분량이 상당히 적고 책 두께도 얇아서, 2학기 반장 선거를 마치고 반장이 된 아이의 엄마가 모임을 주체하고 브런치를 거하게 쏘는 바람에 흥겹게 진행된 모임을 마치고 그동안 벼르던 펌을 하려고 미용실에 예약을 해놓고 웨이브 펌을 하는 동안에 후딱 읽어낼 수 있었다. 머리숱도 많고 머리카락이 두꺼운 탓에 펌이 잘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 항상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책 한 권을 후다닥 읽어내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2017.8.21.(월)  두뽀사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