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라임 청소년 문학 27
은이결 지음 / 라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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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라임 청소년 문학 027

은이결 지음

라임

 

 책 제목부터 특별나게 그냥 구멍이 아니고 샵, #(해시태그)구멍이다~ 해시태그(hash tag)란 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다. 또 여기서 떠오른 메타데이터(metadata)란 데이터에 관한 구조화된 데이터로, 다른 데이터를 설명해 주는 데이터로 속성정보라고도 한다. 해시 기호(#) 뒤에 단어나 문구를 띄어쓰기 없이 붙여 쓴다고 해시태그라는 이름으로 뜨겁게 사용 중이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중학교 3학년, 열여섯 살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중학생들의 이야기라고 그나마 고등학생이 된 작은 딸이 읽어줄리는 만무하고 읽혀야하나 읽어야하나를 놓고 며칠을 혼자 고민하다가, '에잇~!'하는 심정으로 후다닥 읽어버렸다. 내일부터 첫 번째 중간고사를 치루는 아이가 다른 책들도 모두 중간고사 이후에 읽겠다고 미뤄놓은 상태인데, 중학생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어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밤 늦게까지 내일 치룰 과학 시험공부를 하고 핸드폰에 매달려 새벽 두 시를 넘기는 아이인데, 점차로 설득과 대화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는 포기에 익숙하고 자기 비하에 능숙한 요즘 아이들의 구멍 난 일상,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구멍이 되고 만 현실과 그에 대한 항변을 담아낸 단편소설집이다. 어떤 단어에 해시태그(#)를 달아서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정보가 모두 딸려 나오는 것과 마친가지로,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구멍’이라는 키워드로 한데 묶을 수가 있다. 이 단편 소설집에는 「그 여름의 소문」, 「서툰 배웅」, 「#구멍」의 세 편의 단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시할머니 산소 이장과 산소에 잔디를 씌우는 일로 새벽같이 나가버린 남편을 대신하여 안방의 커튼과 서재방에 롤 스크린을 혼자 달면서 힘에 겨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두 딸 아이 모두 시험공부를 하고 있기에 대놓고 도와달라는 부탁조차 하지 못한다.  
한 때, 분위기에 휩쓸려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뒤 친구들, 세현이와 주호의 배신과 점차로 부풀려진 소문 속에서 괴로워하는 배형규(「그 여름의 소문」), 박병규라는 친구를 사고로 잃은 후에 죄책감에 몸서리치는 남중과 동네 친구들, 웹툰을 좋아해서 별명이 툰광인 동우와 늘 어뜨케를 입에 달고 다녀서 별명이 하우인 강이와 성태 네 명(「서툰 배웅」)은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매사에 반듯하고 완벽한 가족 안에서 홀로 구제 불능 구멍으로 사는 일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김우현(「#구멍」)의 이야기에는 열여섯 살 소년들의 다양한 고민과 복잡다단한 심리가 섬세하게 녹아들어 있다. 한 작가가 썼기에 서로서로 연결되는 것 같으면서도 세 편의 이야기가 서로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은 독특한 맛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조용한 비명을 들으면서, 나 역시 쑹쑹 뚫린 구멍을 잘도 감추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힘겹게 살아왔지만, 참으로 살아내기 힘든 세상 속에 우리가 모두 던져졌다는 생각이 든다.

2017.4.23.(일)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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