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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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김언수 지음

문학동네

 

 오늘로 고3 딸의 지리한 중간고사가 일단 끝난다. 수능준비에 바쁜 아이들에게 아무 소용도 없는 중간고사를 치루게 하여 시간 낭비라는 불평을 고스란히 듣고 있다. 책읽기 좋은 이 계절에 읽은 국내 작가의 소설은 바로 2006년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2002년 가을문예공모, 2003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 김언수의 장편소설 『캐비닛』이다. 구입해서 읽은 소설, 『뜨거운 피』 를 통해서 김언수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세상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담는 '13호 캐비닛'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스무 편이 넘는 에피소드가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어서 완성도 높은 형식미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1부 '캐비닛'에는, 「루저 실바리스는 왜?」, 「심토머」, 「은행나무」, 「전화를 받으세요」, 「하프문과 프린스」, 「윌리엄이여, 말해다오 붕붕거리는 이 오후의 무료함을」, 「토포러」, 「도플갱어」, 「권박사」, 「메모리모자이커」, 「피노키오」, 「금요일, 블라인드를 내리다」, 「고양이가 되고 싶어요」, 「마법사」, 「병실」, 「캔맥주를 마시다」로 구성되어 있다.

2부 '천국의 도시'에는, 「타임스키퍼」, 「네오헤르마프로디토스」, 「바벨의 시계」, 「외계인 무선통신」, 「그녀가 먼지 날리는 환풍기 아래서 밥을 먹다」, 「저도 여기 있어요」, 「다중소속자」, 「프락치」, 「거래 그리고 캐비닛 앞의 암고양이」, 「나는 인간이라는 종이 수치스러워」, 「샴쌍둥이」, 「블러퍼」, 「그녀와 저녁을 먹다」, 「저도 심토머인가요?」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3부 '부비트랩'에는 「부비트랩」, 「유언집행주식회사」, 「푸른 리트머스 종이」, 「도시가 낯설어지다」, 「악어가 있다」, 「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작품의 화자는 178일 동안 캔맥주를 마셔대고 하릴없이 캐비닛 속 파일들을 정리하는 삼십대 직장인이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의 낡은 캐비닛은 온갖 기이한 존재들로 가득하다. 황당무계하다고 할까? 허무맹랑하다고 할까? 172일 동안 자고 일어난 토포러들, 잃어버린 손가락 대신 만들어넣은 나무손가락에 살이 붙고 피가 돌아 육질화되어가는 피노키오 아저씨,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가지고 태어나 스스로 임신까지 하는 네오헤르마프로... 작가는 이들을 '심토머'라 부른다. 실제로 존재하는 용어인지조차 알 수 없다. 여기 소개되는 책이 실제로 있나 싶어서 네이버에서 검색까지 해보았지만, 모두 작가의 창작물인 듯 싶다. 토포러든 심토머든 네오헤르마프로디토스든 현실성이 전혀 없어보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너무 완벽하게 근거(?)를 제시하기에 그런가? 싶기도 했다는~
소설 『캐비닛』은 심토머들의 기록과 이를 정리하는 화자의 이야기이다. 심사 당시 '새롭지 않은 새로움(김윤식)', '돌연변이들의 박물지(류보선)', '정밀하고 세련된 작품(은희경)', '유창한 서술, 익살맞은 재담, 날카로운 아포리즘(황종연)', '불량한 서술자(전경린)'이라는 평을 받으며, 일곱 명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고 하니, 나 역시 그저 상 받을 만하다고 박수를 보낼 뿐이다.

2016.10.18.(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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