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문학동네

 

  지난 13일에 읽으려고 시작했다가, 마치 과제를 떠안은 듯 읽어내야  만 하는 책이 줄을 서고 있는지라 일단 급한 불을 꺼야해서 접었두었었다. 아무런 부담감 없이 그저 인기  작가 은희경의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한 책이라 일단은 다음으로 미뤄두었다가 이제서야 끝까지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에 현석과 정리를 하면서 이복동생 애리가 짝사랑하던 현석과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마치 예전에 다른 책에서 그런 내용을 읽은 것 같이 까마득해져서 순간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이내

'아~! 며칠 전에 앞부분을 읽다가 덮어두었었지!' 하면서 이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기억력이 조잡스러워지는 오십 대에는 이런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면 안될 듯 싶다.

작가 은희경이 `사랑`이라는 흔하디 흔한 주제를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 책으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목차 만 보고 열일곱 편의 단편을 엮은 단편집인 줄 착각하고 순간 긴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남편 김상현, 김현석, 이종태, 이렇게 세 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삼십대 후반의 대학교수 강진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환상을 파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강진희 같은 여성을 나 스스로가 그리 온화한 눈길로 바라봐 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은희경식 사랑법은 그 사랑의 낭만성을 뒤엎어버리는 `순정의 아이러니’로서의 사랑이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가는 사랑이 아니라 배신과 반칙이 횡행하는 규범 없는 사랑이다. 패미니스트를 가장한 것도 아니고, 여성해방을 부르짖는 것도 아니면서, 다소 싱겁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사랑법이란 비극이 예정되어 있는 하나도 안 되고, 불안하고 부담스러운 둘도 안 되는, 애인이라면 셋이라야 족한 사랑이다. 자유분방한 사랑이며,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획일화된 가치나 허위의식에 신랄한 냉소를 퍼붓는 사랑이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억압과 금기들에 의해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사랑이며, 그 억압들로부터 자유로워 지고자 하는 사랑이다. 멋있다고 해야할까? 환상적이라고 해야할까? 헛된 물거품 같은 사랑이라고 해야할까?

괴테가 말했다는

'이십대 사랑은 환상이고 삼십대 사랑은 외도이고 사십대 사랑이 진실이라……'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오십대의 사랑은 뭐라고 표현했을까? 
소설의 제목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팝가수 드리프터스의 노래 에서 따왔다고 한다. 다른 남자들 품에서 즐겁게 춤추는 애인을 쳐다보며 부르는 노래라고 하는데, 왜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초추(初秋)의 양광(陽光) = 초가을의 햇빛이라는 뜻이라는데, 왜 이런 말을 들어본 기억조차 없으니……, 그저 허망할 뿐이다. 안톤 쉬낙의<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시에 나오는 모양이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슬프게 한다.
정원 한 쪽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의 양광이 떨어질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슬프게 한다.

그렇다고 하니 교과서에서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은 꿈이었을까』를 읽어볼까? 하는 기대감을 표출해본다.

2016.8.21.(일)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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