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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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민음사

 

 책 표지가 눈에 띄여서 선뜻 구입을 결정했는데,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라며 딸아이가 더 반가워한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탓에 먼저 읽게 되었는데, 우리 소설이라 등장인물을 굳이 외우려 들지 않아도 되는 점이나 이해나 몰입이 수월해서 후딱 읽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사회 비판적 문제에서 SF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돋보이는 젊은 작가의 소설이다. 일본 대중 문학의 기수 오쿠다 히데오에 비견되며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작가 장강명의 장편소설이다. 책을 넘겨 목차를 보면서, '아! 단편소설인가?'하는 착각이 일었으나 이내 두 번째 장을 읽으면서 그것이 단순한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표지에 씌여진 '장편소설'이라는 글귀를 아무 생각없이 넘겨버린 나의 무심함에 다시 한 번 한탄을 해본다.

27살이라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계나가 무난한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떠나게 된 상황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나의 20대 후반을 돌아보면서, 취직이 안되고 직업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 특히 몰입이 잘 되었다. 고만고만한 학벌. 그저그런 재력. 뛰어나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외모를 비롯하여 자아실현에 대한 평범한 의지라든가, 출세에 대한 소박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적당한 수준으로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어쩌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주인공이 평범한 방법의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는 왜 그 때, 그토록 힘들고 어렵던 이곳을 벗어나 외국으로 거처를 옮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나는 행복해지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한탄을 하면서 대충 수준을 낮춰서, 후회할 것을 알면서 떠밀리는 듯 결혼으로 정착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요동치며 맴돌았다. 장강명이라는 이름의 이 작가는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은 마치 20대 후반인 보통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처럼, 생생하고 경쾌하게 전달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고 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젊은 여성이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넋두리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나와 띠 동갑인 남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단작 표백이 청년 문제를 생산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통찰하고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사회와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오타쿠라는 '개인'의 영역을 통찰했다면, 이 책, 『한국이 싫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와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의 한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깊이 있는 주제를 장강명 특유의 비판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장과 독자를 끌어당기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15.10.3.(토)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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