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의 나의

배리 마틴·필립 레먼 지음

RHK알에이치코리아

 

먼저 떠나보낸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집이 개발로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자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집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칼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업UP]은 디즈니 픽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 [업]의 경우는 어른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준다는 찬사를 받으면서 여타의 블록버스터들을 누르고 흥행가도를 달렸다고 하며, 2009년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어 화제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 <나의 삶, 나의 집>은 애니메이션 [업]과 묘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나의 삶, 나의 집>에는 이런 비슷한 감동실화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건설 현장감독관인 배리 마틴과 철거 대상 주택의 주인인 84세의 이디스 윌슨 메이스필드 할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3년 간의 아름다운 우정을 배리 마틴의 추억으로 엮은 실제 회고록이다.
그렇다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디스 할머니도 실존 인물이고, 60쪽에 언급한 작가로서의 이디스의 '작가소개' 역시 진실일텐데... 아쉽게도 네이버에서는 제대로 검색이 되지 않는다. E.윌슨 메이스필드(필명은 도밀리니, 1921~ )의 삶과 생애 자체가 놀랍기만 한 사실인데 말이다. 배우인 미키 루니 미키 루니에게 춤을 가르치고, 전설의 클라리넷 연주자인 재즈클라리넷의 거장  문서 이미지베니 굿맨의 사촌이면서, 트롬번 연주자인  토미 도시의 섹포폰을 사주었고, 라이오넬 베리모어 라이오넬 배리모어에게 동판화를 받았다고 하고, 리하르트 타우버와 실제로 결혼하고 그의 아들도 낳았다는 인연을 말하고 있다.
2006년 봄, 재개발 지역의 쇼핑몰을 이디스의 주택 때문에 ㄷ자 모양으로 지어야하는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건설감독관의 입장으로 현장 트레일러와 10여 미터 떨어진 집에 사는 이디스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배리 마틴. 배리에게는 열일곱 살의 치어댄싱을 하는 딸 켈시와 열여섯 살의 야구팀 투수와 2루수를 맡은 아들 윌리와 아내 에비가 함께 이디스의 친구가 되어간다. 그리하여 3년 후 이디스가 자신의 집 소파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그녀의 곁을 한결같이 지켰다.
<Under One Roof>Under One Roof의 한국어판의 제목은 '나의 삶, 나의 집'이며, 이 책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추천사에 나온대로, "집은 그저 쉬면서 머무는 공간이기 이전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와 인생 전부가 담긴 곳"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곱씹어 보았다.
이디스와 인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이디스 삶의 마지막을 함께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오로지 집밖에 남지 않았다. 이디스는 그녀의 어머니처럼 그녀의 집, 어머니가 돌아가신 바로 그 소파에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기를 바래왔기에 이디스에게 집은 목숨과도 같이 중요한 의미였던 것이다. 이디스는 결코 불쌍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디스에게서 마지막 남은 집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이 모두의 중심에 이디스의 작고 낡은 집이 있다. 재개발 지역의 집을 '허물어버려야 하는' 건설 현장감독관 배리가 오히려 이디스의 집을 지켜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이디스가 자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할 이유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디스 할머니도 참으로 대단한 삶을 살아왔지만, 가족이나 친척도 아니고 아무 관계도 없는 타인인 이디스의 마지막 시간을 같이 보내주는 배리 마틴이라는 인물도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곁에서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와 (췌장)암으로 인해 죽음을 앞두게 된 사람들이나 죽음을 준비해야하는 가족들 모두에게 한 번 쯤은 귀기울여 들어볼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연세가 들어 세상 떠날 일에 한발짝 더 다가선 노인네들과 암 투병 중인 시동생이 떠올라 가슴 먹먹해 진다.

2014.12.14.(일)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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