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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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로 19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 작가 타고르에 대해선 사실 그다지 아는 게 없다.

이 책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거나 일제 식민지로 있던 조선을 '동방의 등불'이라 했다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정도 외에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 어떤 느낌의 작품인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류시화 시인의 번역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 책을 읽으니 타고르 스타일이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벵골어로 쓴 시집 '기탄잘리'에서 53편, '바침', '어린이', '건너는 배', '노래의 꽃목걸이'에서

50편을 선정해 타고르 본인이 영어로 번역한 시집 '기탄잘리'를 원본으로 하고 있는데,

'기탄잘리'에서 '기트'는 노래, '안잘리'는 두 손 모아 받친다는 의미로 '노래의 바침'을 뜻한다고 한다.

총 103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특이한 점은 제목 없이 숫자로만 1 ~ 103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연작시는 아니고 각각 개별적인 독립된 시들인데 전반적으로 당신이라 칭하는 신적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경건하고 마음의 평화와 삶의 의미를 찾는 구도자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 종교에 바탕을 두고 절대자에게 구원을 갈망하는 그런 내용은 아니고

좀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삶과 인생의 참된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정갈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딱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과 유사한 정서라 할 수 있었는데 타고르의 이 시집에 아마도 한용운

시인이 상당한 영향을 받아서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을 남긴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당시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던 점에서 '당신'의 의미에 조국을 비롯한 다양한 해석이

부가될 수 있었던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100년도 넘은 시들이지만 세월을 초월하는 가치를

담고 있어서 지금 읽어도 요즘 나오는 시들과는 다른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냥 쓱 훑어보면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워 몇 번이고 되새김질이 필요한 듯 싶었다.

분량이 많지 않아 그냥 가볍게 읽으면 금방 1회독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의미를 꼭꼭 씹어가며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선 '기탄잘리' 본문 외에도 예이츠의 서문과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해설까지 실려 있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타고르의 삶과

작품세계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영시 원문도 실려 있고 인도풍의 그림과 사진까지 곁들여

조금은 낯선 인도와도 만나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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