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 의도된 선택인가, 어리석은 판단인가! 선택이 만들어낸 어리석음의 역사
제임스 F. 웰스 지음, 박수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양한 소재와 관점에서 역사를 조명한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 책과 같이 어리석은 판단을

기준으로 역사를 고찰한 책이 과연 있었을까 싶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완벽과는 거리가 먼

불완전한 존재이다 보니 어리석은 생각과 잘못된 판단, 실수를 반복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측면에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겠다는 저자의 발상 자체가

기발하면서도 과연 어떤 얘기들이 담겨 있을지 호기심을 자아냈다.

 

먼저 어리석음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시작하는데, '학습에 의해 변질된 학습', 즉 인위적으로 변질된

학습이라고 정의한다. 좀 추상적이어서 잘 와닿지는 않지만 어리석음이 우리가 처한 환경이나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지식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부적응적 행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자기 파멸로 이끄는 어리석음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어리석음을 설명하기 위해 '스키마'란

용어를 사용하는데(도식, 외부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환경을 조작하는 감각적, 행동적, 인지적 기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학습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스키마는 인간이

지각적 영역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행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신의

집합이다. 적절하고 적합한 스키마는 좋은 스키마고 현재 당면한 상황과 문제에 부적절하면 나쁜

스키마인데, 좋은 스키마를 쓸데없이 변형시켜 파괴하거나, 자신이 해를 입으면서까지 나쁜 스키마를

고집하는 것이 바로 '어리석음'이라고 설명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긴

했지만 저자가 나름 정의한 어리석음이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는 대략 윤곽이 잡혔다.

 

이런 어리석음은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저자가 서양인이다 보니 동양 쪽 역사상 어리석음에

대해선 1장에서만 간략하게 처리하고 대부분 유럽 중심의 어리석음의 역사를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를 시작으로 해서 로마, 중세, 르네상스, 종교개혁 등 역사의 큰 흐름에 따라 그 시대를

관통한 어리석음의 코드들을 일목요연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각 시대의 어리석음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서양문화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의 경우 과도한 플라톤적

이상화를 어리석음의 근원으로 보았고, 로마의 어리석음은 지적 실패에 잠식당한 성공 이야기로, 중세의 어리석음은 실수의 반복으로 표현하는 등 시대별로 인류의 어리석은 행동은 물론 우리가

어리석은 것으로 판단하지 못한 일들까지 어리석음의 사례로 망라하고 있어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상당한 분량임에도

수많은 인류의 잘못들을 담아내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역사가 어리석은 자들의 기록이며

선배들이 저지른 잘못을 반복하지 않은 게 역사를 배우는 이유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