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취한 미술사 - 달콤한 잠에 빠진 예술가들
백종옥 지음 / 미술문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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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이란 소설도 읽었지만 인간의 삶에서 상당한 부분을

잠으로 사용함에도 여전히 잠은 풀리지 않은 비밀들을 간직한 신비로운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그래서 잠과 꿈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들도 적지 않은데 이 책은 잠과 꿈을 다룬 서양 미술작품들만

한 자리에 모아서 신화, 꿈, 일상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먼저 '신화 속의 잠'에선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아리아드네, 프시케와 에로스, 사티로스, 아르고스,

엔디미온을 다룬 그림과 조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신이 함께 한 시절'이란 책을 읽어서

그런지 훨씬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아리아드네는 미노타우루스를 죽이러 온 테세우스가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 사건으로 유명하지만 낙소스 섬에서 잠시 잠든 사이에 테세우스가 그녀를

버리고 떠나면서 디오니소스와 인연을 맺게 된다. 자신의 연인이 바뀔 줄 모르고 잠든 아리아드네를 

다룬 작품들에 이어 잠자는 에로스(큐피드)의 정체를 확인하는 프시케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들도

여러 작가의 다양한 버전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불러온 이후의 고난을 생각하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잘 보여주었다. 제우스가 안티오페를 유혹하기 위해

변신했던 사티로스나 암소로 변신한 이오를 지키다가 헤르메스에게 처치된 아르고스, 달의 여신

레네의 사랑을 받으며 영원히 잠에 빠진 엔디미온까지 잠과 얽힌 에피소드를 가진 신화 속 인물들을

소재로 한 유사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음 장에선 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주로 성경 속의 일화들이 다뤄진다. 아기 예수를 임신하게 된 마리아와 결혼하라는 계시를 받는

요셉의 꿈이 대표적이이었는데 이런 계시적인 꿈만이 아니라 누구나 가끔씩 꾸는 악몽을 비롯해

프로이트의 주장처럼 무의식의 재현인 꿈들과 상상력과 미지의 세계를 표현한 꿈들까지 다채로운

꿈들을 그린 작품들이 등장했다. 신화나 성경 등에 나오는 잠과 꿈의 얘기들을 그림으로 다룬

작품들이 있는 반면 우리의 일상 속 자는 모습을 다룬 그림을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데

달콤한 낮잠이나 여인들의 잠자는 에로틱한 모습까지 잠과 꿈에 얽힌 미술작품들을 잘 선별하였다.

잠은 휴식과 이완이며 치유와 충전의 행위로 잠은 꿈을 통해 깊고 광대한 무의식에 접속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의 영감을 얻는 과정이기도 한데 이런 잠의 역할이 예술의 역

할을 연상시킨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이렇게 잠과 예술의 의미 있는 역할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잠을 주제나 소재로 한 예술작품들을 잘 정리하여 소개해주어 잠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적절하게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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