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북유럽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을 필두로 해서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등

북유럽파 작가들의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스산한 북유럽 날씨처럼

온몸를 서늘하게 만드는 일품 스릴러들 덕분이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작가 카린 포숨도 현지에선 각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우리에겐 

인지도가 낮은 상태여서 과연 어떤 작가일까 궁금한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북유럽표 스릴러와는 사뭇 달랐다.

일단 주인공인 화자가 범인인지라 범인을 맞추는 본격 미스터리도 니고

범행의 동기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라고도 하기 어려웠다.

굳이 분류하자면 사이코패스의 심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스타일의 주인공의 묘한 심리와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된다.

호수의 얼음이 깨져 빠져 죽는 남자를 목격하고도 모른 채 하고 유일하게 소통하는 알콜 중독자가

자신의 지갑을 훔치려 하자 분노해서 망치로 때려 죽이는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나는 느닷없이 경찰이 찾아오자 당황한다.

하지만 그가 죽인 남자에 대한 혐의가 아닌 병원에서 자연사로 죽은 줄 알았던 환자가 실은 목이

졸려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엉뚱한 누명을 쓰고 수사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아닌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처한 릭토르.

과연 그는 누명을 벗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 릭토르를 보니 왠지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와 상당히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미가 결여된 무색 무취한 뫼르소가 처벌받는 모습과 릭토르가 누명을 쓰고 처벌받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 묘하게 겹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릭토르는 나름 감옥에서

마가레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적응한다.

이것 또한 좀 어색한 상황인데 그가 병원에서 환자들을 학대한 사실이 밝혀져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싱겁게도 가볍게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된다.

하지만 자유인이 된 기쁨도 잠시 그에겐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뭔가 허전함 느낌이 든다.

야간시력이라는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은 그다지 활용되지도 못하고

인생이 예측불허인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흐름 속에서

결국에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만다는 인과응보의 결말이 되고 말았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누군가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릭토르의 모습은 단순히 사이코패스,

히키코모리의 일로 치부하기엔 현재를 살아가는 상당수의 사람들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기술의 발달로 소통할 수 있는 매체와 방법은 많지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릭토르와 같이 절망의 나락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좀 더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