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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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시즌이 찾아왔다. 매년 연례행사로 치워야 했던 중요한 행사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행사기간 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포켓 속에 넣어 다니며 읽기 좋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 이번에도 선택을 받았는데,

제목부터 뭔가 있는 것 같은 이 책은 예루살렘의 한 숙소에서 에르큘 포와로가 창문 넘어 우연히

"너도 알지, 그렇지? 그녀는 죽어야 해."라는 두 녀의 대화를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논란이 된 문제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이후 추리소설가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지만 그녀의 전성기는 1930년대라 할 수 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ABC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그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걸작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는데

결정적인 배경에는 고고학자와의 행복한 재혼생활이 있었다.

남편을 따라 중동을 여행하다 보니 중동을 배경으로 한 명작들도 줄을 이어 출간되었는데,

'나일강의 죽음',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등 좀 생소한 중동에서의 사건들도 하나같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 작품도 그녀의 중동 배경 작품 중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인데,

여간수 출신의 독재자 계모의 횡포에 꼼짝 못하던 5명의 자식들이 계모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도중

계모가 죽으면서 그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사실 대가족의 악독한 군주 역할을 하는 어머니와 자식들 사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도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선 대놓고 자식들이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면서

왠지 냄새를 너무 피워서 어느 정도 감이 오긴 했다.

늘 살인사건을 몰고 다니는 포와로가 사건에 개입하면서 용의자들을 심문하는데 포와로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심리적인 측면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인 연막전술이 상당히 작용해 범인이 아닌 엉뚱한 사람들이

서로 범인이라고 오해하며 숨겨주려고 증거를 조작해 더욱 사건을 꼬이게 만든다.

그래도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는 이런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어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데 다른 작품과는 달리 나름 훈훈한 마무리를 선보여서 색다른 결말이 아닌가 싶었다.

그동안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 특히 포와로가 등장하는 작품 중에선 비교적 단조로운

느낌을 주었는데 아무래도 연쇄살인이 아닌 노부인 한 명만 죽어 자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그런 느낌을 준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등장인물이 거의 모두 용의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치밀한 심리게임을 벌여서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 표 포와로 등장작품

이구나 하는 만족감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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