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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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의 책은 '장외인간''사랑외전' 등을 읽어봤는데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촌철살인의 비판정신이 매력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장외인간' 이후 그가 오랜만에 내놓는 소설인데 에세이 등으로만 계속 외도를 해왔던 그가

 

본업으로 돌아왔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할 수 있었다.

 

제목부터 파격적인(물론 기대한 그건 아니다ㅋ) 이 책은 총 10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데, 

 

특유의 시니컬한 정서가 지배하는 작품이 많았다.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의 첫 작품엔

 

아들을 판검사로 만들겠다는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섬뜩한 것은 그가 아들이 허튼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라 아들에게 줬다는 점이다.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기엔 살벌하기 짝이 없는 냉혹한 부정이 소름끼치는 작품이었다.

 

'청맹과니의 섬'엔 다람쥐들만 살던 섬에서 갑자기 다람쥐들이 사라지는 뜻밖의 상황과 사랑과

 

사업에 모두 실패하여 자살하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다람쥐가 섬을 탈출한 비밀이 예상밖이었다.

 

일만근심을 덜어준다는 '해우석'을 찾는 남자와 백여 점의 작품 중에서 오직 한 점만 선택된다는

 

'명장'의 얘기는 편견과 아집에 빠져 제대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허상을 잘 보여주었다.

 

'완전변태'에선 성적인 '변태'를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물론 그런 변태도 등장한다)

 

곤충의 '변태'를 의미했다.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도 재밌었지만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얘기가 왠지 판타지같은 느낌을 주었다.

 

'새순'에선 남의 일에는 무관심한 세태를 유쾌하게 풍자했고, '파로호'에선 '이따위 찌라시가 신문이면

 

우리 집 화장실에 걸려 있는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라는 신문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이

 

6. 25.때의 얘기와 얽혀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냈다.

 

돈으로 상을 사고 파는 한심한 미술계의 작태를 고발한 '유배자'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교회의 추악한 현실을 과대망상에 빠진 남자를 통해 풍자한 '흉터',

 

마지막으로 조건만 따지며 배우자를 고르는 사업이 되어 버린

 

한심한 결혼문화를 절묘한 반전으로 요리한 '대지주'로 마무리하였다. 

 

전체적으로 이외수 특유의 비판정신이 담긴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속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작가 스스로 이런저런 논란을 일으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해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의 문학적 감수성은 인정해줄만 했다.

 

개인적으론 작가가 본연의 임무에 보다 충실해 좋은 작품이나 자주 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의 외도나 엉뚱한 일로 물의를 빚어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그런 일은

 

작가로서의 능력만 소모시키는 일이니 소설에만 전념하는 이외수 작가의 완전변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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