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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이현민 지음 / 새빛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지만 가끔 내가 아는 미술 작품이 등장하면 반가운 맘이 든다.
단순히 배경 장식으로 그림이 쓰이는 경우도 많지만
가끔은 화가나 그림 자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술을 소재로 우리가 어렵게 여길 수 있는 미술을
보다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다.
총 14편의 영화와 영화에 얽힌 미술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상당수가 내가 본 영화들이라 그리 낯설지 않았다.
'까미유 클로델', '폴락', '아르테미사아', '바스키아' 등 예술가들의 삶 자체를 다룬 영화들이
여러 편 소개되었는데, '까미유 클로텔'을 제외하곤 내가 안 본 영화들이고
화가들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인지라 신선한 느낌도 들었다.
폴락이야 액션 페인팅으로 워낙 유명한 사람인지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유럽 중심의 미술계의 무게중심을 미국으로 옮기며
회화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사람이란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르테미시아는 세계 최초의 여성 화가라는 상징성을 가졌는데,
그녀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와 비슷한 용감한 여성이라 할 수 있었다.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바스키아 역시 낙서로 여겨지던 그라피티를 미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화가였는데,
그의 멘토라 불렸던 앤디 워홀과의 인연까지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다간 화가였다.
'다빈치 코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다빈치가 동성애자여서
모나리자가 여자가 아니라는 얘기나 모나라자의 도난사건과 이탈리아의 반환 요구 등
흥미로운 얘기가 많았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 '최후의 만찬'을 폭격 속에서 지켜낸 사연은
작가의 말처럼 남대문을 어이없는 방화로 태워버린 우리와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책으로 더 인상적이었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라는 작가를 알게 해주었는데,
그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17세기 네덜란드에 세계 최초 자유미술경제시장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귀족과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미술작품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된 그야말로 '황금 시대'였다.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에 얽힌 역사적인 진실 공방이나 일상에서의 누드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스캔들을 일으킨 마네와 강렬한 색깔로 야수파의 대표 화가가 된 마티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된 스티브 잡스가 반할 정도 창조적인 예술가의 표본이 된
미술계의 슈퍼스타 피카소 등 여러 예술가와 작품에 얽힌 다채로운 얘기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중예술인 영화를 통해 어려울 수 있는
미술의 이면에 담긴 얘기를 통해 미술의 매력이 뭔지를 알려주었다.
스토리텔링의 시대가 되다 보니 스토리가 있어야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데
미술도 역시 스토리가 있으면 더 와닿게 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