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미 대통령을 공격한 제로라는 집단의 정체는?

제로 Zero - 나의 모든 것이 감시 당하고 있다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5월

대통령 휴양지에서 골프를 치고 있던 미 대통령을 드론으로 위협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중계한

제로라는 집단이 등장하자 전세계는 충격에 빠진다. 제로라는 단체가 실시간으로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개인정보를 낱낱이 수집하는 거대한 인터넷 기업과 권력 기관들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제로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혈안이 된 가운데 데일리의 기자 신시아도 여기에

참여하게 되는데...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를 통해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의 공포를 얘기했는데 각종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모든 정보가 자신은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실시간으로 수집을 당하고 있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실시간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기록이 되고 곳곳에 있는 CCTV와

블랙박스 등으로 자신의 모습이 찍히고 있으며 인터넷에 접속해서 검색한 기록이나 블로그를 비롯해

각종 댓글도 고스란히 어딘가에 저장되고 있다. 이런 각종 기록이 빅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를 범죄에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끔찍한 범죄자의 활약을 다룬 제프리 디버의 '브로큰 윈도'를 떠올려보면 개인정보의 노출을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느낌도 든다. 이 책에서도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세상을 좌지우지하려는

세력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내놓은 상품이 바로 스마트안경이다. 스마트안경을 통해 눈으로 보는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을 수 있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곧바로 알 수 있게 되고 정말 생각하기도 어려운 온갖 정보를 제공해서 스마트안경만 쓰면 세상에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스마트안경을 쓰다가 지명수배자를 발견하고 무리하게 쫓아가다

딸 비올라의 친구 애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스마트안경이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님이

밝혀진다. 신시아도 직접 스마트안경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보는데 심지어 연애 코치까지

해서 놀라운 기능에 감탄하지만 이를 이용해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자들의 정체를 밝히려다가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영화에서 종종 사용된 소재로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 책에서 그려지는 음모론은 단순한

소설의 내용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에 읽은 '대량살상수학무기'란

책에서도 빅 데이터를 악용하여 얼마든지 진실을 왜곡하고 약자들을 탄압할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세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음을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잘 보여주었다. 물론 스마트안경 같은 첨단 기기들은 탐이 나지만 

내 모든 정보가 타인들에게 모두 노출되어 발가벗겨진 채 돌아다니는 듯한 섬뜩한 세상이 될 수

있음은 빅 브라더가 존재하는 무서운 세상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었다. 낯설지 않은 소재임에도

현실감 있는 스토리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과연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어떤 삶을 가져다줄지

흥미로운 상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