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통계학
찰스 윌런 지음, 김명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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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들에서 귀무가설이란 용어를 마주쳤는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인터넷 상에선 정확한 의미를 알기가 힘들었다. 그저 통계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라는 정도. 숫자엔 영 젬병이었는데 벌거벗은 통계학이라니 쫌 만만해 보였다. 흥미를 유발하는 목차도 그렇고. 이 책의 목적은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수학적인 직관을 길러주는 것이었는데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책의 도입부에 나오는 간단한 예를 들자면, ‘근무중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일수록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훨씬 높다`라는 기사가 있다고 치자. 이 기사가 은폐하고 있는 것은 휴식시간에 흡연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점, 그래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튼 이 책을 통해 귀무가설이 어떤건지는 알게 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까다로운 개념들도 나오고 수식도 나오고 하는데 느낀건 난 수학적 직관은 없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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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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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로저 펜로즈의 시간의 순환에 이어 무모한 도전 두번째 되겠다. 그 말인즉슨 본문에 수식이 등장한다는 소리인데 사실 이 책의 구매를 결정하게 만든 주 요인은 내용보다도 저자의 이름과 보시다시피 핑크핑크한 표지였달까ㅎ 이 책은 그러나 결론적으론 전혀 핑크핑크하지 않을 뿐더러 우중충할 정도로 난이도 있는 책이었는데 수식도 수식이지만 물리법칙을 설명하는 파인만의 방식이 전에 없이 굉장히 낯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령 양자역학의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을 여러 책에서 봐왔지만 그래프로 설명하는 방식은 또 최초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파인만의 입장에서라면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없었겠지만 수포자인 나의 입장에서라면 수학이 베이스로 깔려있는 그의 설명방식엔 어느 정도 접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엔 없었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는 요령을 어느정도 터득했다면 디테일은 버리고 논리만 취한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굳이 세세한 디테일에 집착하며 머리를 쥐어 뜯기보다 모든걸 포기하고 읽으면 외려 이론 그 자체보다 과학의 방법론에 대해 많은걸 이야기 해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또 한번 정신승리해 본다.

“우리가 가진 법칙들을 확신하지 못하는 영역들로 확장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여기에서 에너지 보존을 확인했을 뿐인데도, 어떻게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도 에너지 보존법칙이 성립해야 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여러분은 가끔 신문에서 물리학자들이 아껴온 어떤 법칙이 오류로 밝혀졌다는 기사를 읽기도 한다. 그러면 아직 관찰하지 않은 영역에서 어떤 법칙이 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일까? 만일 아직 살펴보지 않은 영역에서 어떤 법칙이 참이라고 결코 말해서는 안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된다. 당신이 발견한 법칙들이 오직 이미 관측을 마친 것들이어야만 한다면 당신은 결코 어떤 예측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유일한 효용은 앞으로 더 나아가서 추측을 시도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은 항상 위험을 무릅쓰는 추측이며, 에너지와 관련해서 가장 그럴듯한 추측은 에너지가 다른 곳에서도 보존된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과학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 대하여 설명하는 순간 당신은 확신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보지 못한 영역에 대하여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하는 일들은 아무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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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개념들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엮음 / 동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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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페미니즘의 여러 주요 개념들을 백과사전적 구성으로 묶은 책으로 읽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들을 던져준다. 페미니즘을 다룬 몇권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책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 지식의 외연을 넓여주긴 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건 결국 비판적 사고와 논리라는 거였는데, 가령 트위터를 켜면 언제나 타임라인에 차고 넘치는 수많은 젠더관련 논쟁과 정보에 대해 즉흥적인 감정으로 간단히 리트윗을 누르며 동의를 표하거나 부화뇌동해 우르르 몰려가 비난을 퍼붓긴 매우 쉽지만 한발짝 뒤로 물러나 실제로 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명료하게 정리하려고 시도해 보면 그게 의외로 그리 녹록치가 않다는 걸 알게된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한 입장을 비판적으로 헤아리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 해야 한다고 믿는데, 감정만을 따르다가는 어느샌가 스스로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대부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몇몇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었는데 이를테면 ‘젠더’ 챕터에서, 존재에서 당위를 도출하는 잘못은 너무나 빈번해서 자연주의의 오류란 이름이 붙여져 있을 정도인데 페미니스트들은 그들이 우려하는 생물학적 결정론과 구분짓는 이 얇은 막을 왜 견디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코라’ 챕터는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아예 황당무계해서 ‘에테르`나 ‘플로지스톤’ 정도로 밖에는 생각이 안들었다. 이미 수명이 다했으나 철학자들의 지적유희를 위해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그 밖에도 몇가지가 더 있지만 이정도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수 많은 개념과 용어들 그 자체는 도전 골든벨에 나갈 것도 아닌데 모조리 암기 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들을 붙들고 머릿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씨름을 하는 과정자체가 사고의 근육을 키우는데는 매우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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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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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와 첫 챕터를 읽어 내려가며 ‘어머, 이건 사야해..‘란 생각이 드는 걸 억누를 수 없었다. 사실 ‘이기적 유전자`라든지 ‘메이팅 마인드’, ‘섹스의 진화’ 등등 여기 저기서 익히 들어왔던 내용들이어서 전혀 새로운 정보랄만 한 건 없었지만 단지 한 챕터를 읽는 와중에도 그렇게 머릿속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던 것들이 차분하게 제 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은혜로운 경험을 주는 책을 사지 않는건 또 일종의 죄악이 아닐까 싶어서……..
일찌기 칼 포퍼는 반증 가능한 것이 과학이라 하였다. 실증적 근거 없이 오로지 내적 논리에만 의존했던 프로이트 심리학은 따라서 과학의 범주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화심리학은 무엇보다 검증 가능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 지향이 지금과 같이 형성된 진화적 압력을 다루는 일종의 메타이론이다. 즉 현재의 우리가 보이는 행동의 기저에 진화를 통해 적응한 심리기제가 있다는 것. 그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단연 성과 짝짓기 문제다. 남혐/여혐 논쟁으로 온통 시끄러울 때 몇 권의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하나로 수렴했는데 그것은 ‘애초에 왜 판이 그렇게 짜였는가?’라는 것이었다.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게 된 그 기원 말이다. 진화심리학이 제공하는 설명은 그것이 단지 완력 같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유전적 이익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남성은 왜 여성보다 폭력적인가. 여성은 미래의 배우자에 대해 소득과 지위에 집착하는 반면 남성은 왜 육체에 집착하는가. 등등. 사실로부터 당위를 도출하는 자연주의의 오류(어쩌면 유혹)를 사뿐히 즈려밟고 넘는다면 진화심리학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과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란건 우리는 스스로 이성으로 본능을 다스리고 있는 고고한 존재라 여기지만 우리는 기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본능의 영향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수한 통계와 실험 결과들이 실제로 그렇게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리버 색스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보면 코르사코프 증후군에 걸린 환자의 일화가 나오는데 그는 기억상실과 그로 인한 공백을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냄으로서 채운다. 뇌가 합리화와 자기기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끊임없이 좀 더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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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은 왜? - 두 위대한 철학자가 벌인 10분 동안의 논쟁
데이비드 에드먼즈 외 지음, 김태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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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10월 25일 캐임브리지 킹스칼리지의 한 강의실에선 철학사에 있어 두고두고 회자 될 미증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초청 연사로 나온 칼 포퍼와 그의 강연을 듣던 희대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격렬한 논쟁을 벌이던 도중 비트겐슈타인이 부지깽이를 집어들고 포퍼를 위협한 것이다. 그리고는 제지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강의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 사건의 현장에 버트런드 러셀을 비롯해 여러 명이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 책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이 두 인물의 삶을 역추적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간다. 비트겐슈타인의 저작은 취미삼아 읽기엔 너무 가혹할 뿐더러 애초에 감히 읽을 엄두가 나지도 않지만 그를 지적영웅으로 떠받들었던 빈학파의 논리실증주의에는 흥미가 생겨 희미한 냄새나마 맡고자 제일 만만해 보이는 책을 골랐다.
빈학파는 헤겔, 칸트 등의 독일 관념론을 비판하며 철학의 주요기능은 형이상학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에 의해 사용되는 개념을 날카롭고 명징하게 다듬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이 보기에 관념론은 안개같은 흐릿함, 허풍, 혼란이 뒤섞인 잡탕일 뿐이었다. 또한 이들은 철학에서 과학적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믿었는데 따라서 가만히 앉아 골똘히 생각하는 것만으로 진리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 칸트의 주장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인해 그저 오류일 뿐이었음이 밝혀진 셈이었다. 그간 이런저런 철학책에 등장하는 형이상학적 진술을 되풀이 읽으며 현실과의 아무런 접점을 찾을 수가 없어 명치께가 답답해짐을 느끼곤 했는데 논리실증주의자들의 주장은 무릎을 탁 치며 그래, 이거야!를 외치게 만드는 그런 뭔가가 있었다. 송과선의 기능에 대해 헛다리를 짚었다는게 과학적으로 밝혀진 이상 데카르트의 극장에 대해 더 이상 무의미한 논쟁을 지속 할 필요가 있을까? 뇌과학과 영혼의 존재는 또 어떤가? 따라서 비트겐슈타인은 진정한 철학적 문제는 없으며 언어적 수수께끼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논리실증주의 였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내부적으로 해결해야할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었고 이 책을 통해서는 그런 모든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는 매우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론 포퍼와 비트겐슈타인의 라이벌 구도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지라 성장과정을 서술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길고 좀 지루했지만 재밌고 가벼우며 또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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