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핸드포드의 <월리를 찾아라>가 지방 소도시의 홍보공간에서 재현된다. 책 속에서 우리는 단지 재미를 위해 월리는 찾는다. 월리를 위해 400명의 인파가 그림마다 등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월리는 찾아달라고 간청한다. 홍보 공간을 활보하는 사람들 사이에 월리가 있지만 그를 찾는 일에는 무심할 뿐이다. 절박한 심정의 월리는 군중 사이를 애처롭게 돌아다니지만 연민과 동정을 받을 수 없다. 그와 같은 월리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 안에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있다. 군중의 외면과 월리들과의 경쟁을 넘어선 전쟁. 윤고은의 <월리를 찾아라>가 구축한 세계다.


소설의 주인공 제이는 스물일곱살로 주말에 이벤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의 친구 장은 예식장에서 하객 대역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장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두며 회의를 느낀다. 다른 역할로 살아가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연민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월리 역을 하려고 애쓰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군중 속에 섞여 있으면서 절대 숨어있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도록 강요받는 청년들은 그 비루함 속에서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책임감을 갖고 일하며 하루하루 소모된다. ‘월리의 역할을 하는 청년들은 이 소설에서 무한 경쟁 시대에서 하루하루 에너지를 고갈당하며 무익한 삶을 사는 젊은이들을 비유하고 있다


월리를 찾아라는 어린 시절 인기를 끌었던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책이었다. 복잡한 그림 속에서 월리를 찾았을 때의 즐거움과 반가움을 현실 문제에 투영하며 비틀고 있는 상상력과 구성력은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월 리가 한명이 아니라 발견되지 못한 월리들의 존재를 추측하는 대목은 현실의 비정함과 개인의 소외를 잘 드러낸다. 또한 번식된 듯 많아진 월리들과의 갈등을 드러내며 연대의식과 공동체주의가 제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인물과 공간의 설정, 사회적 문제의식을 함의하고 있음에도 이 소설의 결말은 다소 허망하며 문제를 관통하지 못하는 비켜선 결말이다. 그렇다고 이를 거리두기의 여운을 남긴다고도 볼 수 없는데 이미 주인공의 동선과 사고에 집중하고 이야기를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흥미를 상쇄하는 결말이라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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