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스페셜 에디션 홀로그램 은장 양장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수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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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2024년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수상작품집>이 올해도 출간됐다. 소설 장르와 형식이야 다양할 수 있지만 특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은 판타지나 SF소설, 공포소설 등 흥미로운 장르로 몰입도 높은 재미를 주기 때문에 믿고 읽을만하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로 재탄생될 수 있는 스토리 확보가 공모전의 목표여서인지 조만간 다른 장르의 작품으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민경 작가의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는 고등학생 시절 한 할머니를 돕는 선행을 베푼 덕분에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정화시킬 수 있는 마법능력을 가진 마법소녀였던 화자의 이야기다. 학창시절에는 마법소녀였으나 성인 후에는 마법 능력을 잃고 콜센터 상담사 일을 하며 막연히 정식마법사가 되기를 꿈꾸던 화자는 우연히 다른 학생 마법소녀를 만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의미있는 마법 사용을 가르치고 일깨우고 정식마법사가 되는 행운을 얻게된다. 남을 돕는 우연한 일 덕분에 선물처럼 마법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 마법을 타인에게 퍼뜨리고 가르치는 순수한 선행이 진정한 마법이 될 수 있다는 전개가 동화나 만화처럼 귀엽다.


김호야 작가의 '내림마단조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바이러스 억제제도 개발된 시대, 좀비를 노예처럼 부리는 사회에서 이미 좀비가 된 아들과 그런 아들을 지키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좀비는 젓갈로 만들어 농가의 가축사료제로 재활용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위험 현장 투입 도구나 프릭쇼의 구경꺼리나 서바이벌 게임의 사냥감으로 활용되며 좀비 말살자경단과 또 좀비 인권보장과 해방을 주창하는 집단의 갈등이 심화된다. 한때 사람이었던 좀비를 함부로 대하는 세상에서 노동으로 고통받는 좀비 아들을 어찌해야할지 딜레마에 빠진 아버지의 아픔을 통해 노예, 동물 등 다른 생명체들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리예 작가의 '슬롯파더'는 도박중독자이자 가정폭력범으로 집나갔던 아버지가 10년 만에 슬롯머신이 되어 집에 돌아오고, 손잡이를 당길 때마다 지폐 다발이 떨어져 잠시 경제적 여유를 얻게 된 모녀의 이야기다. 가만히 두면 돈이야 나오겠지만 돈이 되면 도로 사람 아빠가 될까봐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에 자꾸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모녀는 기계 플로그를 뽑아 중고로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슬롯머신에게 기대했던 경제적지원을 끊고 모녀 사이에 쌓인 앙금과 오해를 풀면서 더욱 돈독한 모녀사이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에게 벌어진 판타지로 보인다. 


임규리의 '인형 철거'는 회사원이면서 부업으로 인형 수리를 하는 주인공이 한 폐가를 인수해 인형수리가게를 만들고자 추진하던 중 저주에 빠진 인형들 사이에서 위험에 빠지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소중히 했던 애착인형이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는 이야기다. 그 속에 어린아이였던 주인공이 겪었던 아동학대와 외로움, 공포 속 등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드러나고 이를 함께했던 인형과의 소중한 기억, 또 인근 아이를 지키고 돌보려는 따뜻한 선의가 위기에서 이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길지 않지만 빠른 전개와 미스테리한 설정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규림 작가의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는 스토리작가이며 뚱뚱한 은둔형 외톨이인 화자가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 딸과의 이야기를 편집장인 이단에게 들려주는 편지 형식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서먹해져 의사소통이 단절된 딸을 대신해 모습을 변화해가며 방문해 딸의 소식을 전해오던 '율'과 소통을 이어가며 이러한 세세한 이야기와 감정을 꾸준하게 털어놓은 편집장 이단이 사실 안드로이드였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한다. 전염병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타국으로 떠났던 딸이 죽고 안드로이드 율도 타인이 인수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던 딸은 소중한 딸의 모든 기억을 갖고있을 율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설 결심을 한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고 마음을 나누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각 단편이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 단막극이나 유튜브 영상보다 몰입해서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웹툰처럼 귀여운 표지에 발랄한 이야기들이 읽는 즐거움을 주는 스토리의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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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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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2024년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수상작품집>이 올해도 출간됐다. 소설 장르와 형식이야 다양할 수 있지만 특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은 판타지나 SF소설, 공포소설 등 흥미로운 장르로 몰입도 높은 재미를 주기 때문에 믿고 읽을만하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스토리 확보가 공모전의 목표여서인지 조만간 다른 장르의 작품으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김민경 작가의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는 고등학생 시절 한 할머니를 돕는 선행을 베푼 덕분에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정화시킬 수 있는 마법능력을 가진 마법소녀였던 화자의 이야기다. 학창시절에는 마법소녀였으나 성인 후에는 마법 능력을 잃고 콜센터 상담사 일을 하며 막연히 정식마법사가 되기를 꿈꾸던 화자는 우연히 다른 학생 마법소녀를 만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의미있는 마법 사용을 가르치고 일깨우고 정식마법사가 되는 행운을 얻게된다. 남을 돕는 우연한 일 덕분에 선물처럼 마법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 마법을 타인에게 퍼뜨리고 가르치는 순수한 선행이 진정한 마법이 될 수 있다는 전개가 동화나 만화처럼 귀엽다.

김호야 작가의 '내림마단조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바이러스 억제제도 개발된 시대, 좀비를 노예처럼 부리는 사회에서 이미 좀비가 된 아들과 그런 아들을 지키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좀비는 젓갈로 만들어 농가의 가축사료제로 재활용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위험 현장 투입 도구나 프릭쇼의 구경꺼리나 서바이벌 게임의 사냥감으로 활용되는 동시에 좀비 말살자경단과 또 좀비 인권보장과 해방을 주창하는 집단의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때 사람이었던 좀비를 함부로 대하는 세상에서 노동으로 고통받는 좀비 아들을 어찌해야할지 딜레마에 빠진 아버지의 아픔을 통해 노예, 동물 등 다른 생명체들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리예 작가의 '슬롯파더'는 도박중독자이자 가정폭력범으로 집나갔던 아버지가 10년 만에 슬롯머신이 되어 집에 돌아오고, 손잡이를 당길 때마다 지폐 다발이 떨어져 잠시 경제적 여유를 얻게 된 모녀의 이야기다. 가만히 두면 돈이야 나오겠지만 돈이 되면 도로 사람 아빠가 될까봐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에 자꾸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모녀는 기계 플로그를 뽑아 중고로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슬롯머신에게 기대했던 경제적지원을 끊고 모녀 사이에 쌓인 앙금과 오해를 풀면서 더욱 돈독한 모녀사이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에게 펼쳐진 판타지로 읽게 된다.

임규리의 '인형 철거'는 회사원이면서 부업으로 인형 수리를 하는 주인공이 한 폐가를 인수해 인형수리가게를 만들고자 추진하던 중 저주에 빠진 인형들 사이에서 위험에 빠지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소중히 했던 애착인형이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는 이야기다. 어린아이였던 주인공이 겪었던 아동학대와 외로움, 공포 속 등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드러나고 이를 함께했던 인형과의 소중한 기억, 또 인근 아이를 지키고 돌보려는 따뜻한 선의가 위기에서 이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길지 않지만 빠른 전개와 미스테리한 설정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규림 작가의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는 스토리작가이며 뚱뚱한 은둔형 외톨이인 화자가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 딸과의 이야기를 편집장인 이단에게 들려주는 편지 형식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서먹해져 의사소통이 단절된 딸을 대신해 모습을 변화해가며 방문해 딸의 소식을 전해오던 '율'과 소통을 이어가는 화자는 이러한 세세한 이야기와 감정을 꾸준하게 편집장 이단에 털어놓는데 이 이단마저 안드로이드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혼란스러워한다. 전염병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타국으로 떠났던 딸이 죽고 안드로이드 율도 타인이 인수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던 화자는 소중한 딸의 모든 기억을 갖고있을 율을 찾기 위해 집 밖을 나설 결심을 한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고 마음을 나누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각 단편이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 단막극이나 유튜브 영상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재미있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웹툰처럼 귀여운 표지에 발랄한 이야기들이 읽는 즐거움을 주는 스토리의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다양한 신진작가들의 이야기들도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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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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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이미 망쳤다고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는 솔직하고 용감한 자기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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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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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하얀 천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강렬한 표지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책의 장르가 공포였다면 거기서 관심을 끊었겠지만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소제목, <망가지기 쉬운 영혼들>이라는 제목 때문에 눈여겨 보았다. 관심 끄는 책소개 키워드도 있었다. 멕시코. 나는 멕시코계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멕시코계 미국이민 2세대이며 노동자의 딸이라는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최근들어 이렇게 자기 안팎을 다 뒤집으며 솔직하게 자기고백을 털어놓은 여성 에세이를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록산게이의 <헝거(hunger)>가 떠올랐다. 초반에는 불안과 욕망으로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들을 만나고 그로인해 여성의 몸이 가질 수 있는 취약한 병에 걸려 괴로움을 호소하는 그녀를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선을 넘는 농담을 서슴치 않고 과장된 반응과 대화로 소통하는 그녀에게 좀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녀의 삶 곳곳에 스며들었던 불안과 결핍, 상처를 이해하면서 그녀를 나약한 인간 자체로 이해하게 되었다. 스페인 식민지배의 아픔과 경제적 빈곤의 그늘하에 살았던 멕시코의 역사와 문화, 그녀가 어린시절 살았던 성매매가 이루어졌던 빈곤 지역의 환경, 유색인종인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으로 백인 우월주의가 판치는 땅에서 차별과 소외, 무시와 희롱에 노출되었을 그녀의 삶은 평탄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카톨릭 교리를 강조하는 환경, 끈끈하게 엮인 대가족의 기대와 관계에서 오는 압박으로 자의식이 강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민감하게 생각하던 저자는 자유와 탈출 의지를 느꼈을 것이다. 



그녀는 부모님의 도움없이 열심히 공부해 대학, 대학원을 거치며 장학프로그램을 이용해 스페인으로 유학도 가고 또 작가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외 여러나라에서 머무는 기회도 얻는다. 하지만 관계를 쌓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여러 한계에 부딪혀 좌절된 욕망과 불안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졸업 후 홍보회사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억압하는 업무환경을 못견뎌 퇴사하고 불안을 못이겨 자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결혼에 실패하고 원치않는 임신과 임신중절 수술 후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불교의 교리에서 방향을 찾고, 여러 여성 페미니스트, 여성작가들의 책들에서 지혜를 구하고 의지해 방황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얻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글쓰는 일을 하고 무엇보다 그녀를 아끼고 여성을 존중하는 배우자를 만나 안정감을 찾고 딸을 낳아 엄마가 된다. 거침없고 강한 농담을 해대던 저자는 자신이 힘들 때 돕고 보살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사랑하는 배우자와 딸아이에게 더없는 상냥한 후기를 남긴다.



그녀는 여성이고 가난한 유색인, 이민자로서 엄마가, 또 할머니가 겪었을 불안과 정신적 외상을 헤아리며 그들이 후손에게 남기고 싶었던 가치를 부정하려 들었던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또 딸에게 어떤 가치를 남겨야 할지 고민하고 사명감을 가진 멋진 엄마가 되었다. 책에는 리베카솔닛, 버지니아울프 외에도 멕시코 후아나 수녀 등 여성 성장을 돕는 작가들의 말들이 인용되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에 힘이 실린다. 



내 삶은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망쳤다고 좌절하면서도 계속 늪으로 빠지며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녀의 이야기가 손을 잡아줄지도 모르겠다. 책 표지는 멕시코계 여성화가 패트리샤 오르티즈의 '초월Transcendence'이라고 하는데 원서의 표지는 이 그림이 아니고 무지개빛 추상화에 가깝다. 이 표지 그림은 한국출판사에서 고른 것인지 모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원서 제목은 'crying in the bathroom' 욕실에서 울다, 쯤이 되려나. 온갖 것들에 상처받고 욕실에서 몰래 울면서 어려움을 참고 살아낸 여성들, 또 지금도 울고있는 연약한 영혼들에게 다독이며 용기를 주는 책이 될 것 같다.


​#망가지기쉬운영혼들  #에리카산체스 #동녘 #에세이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극도의 고난과 희생을 자처하면서 어떻게든 진리를 찾기 위해 부유하고 안락한 궁전을 떠난 석가모니를 생각하면 "너는 꼭 험한 길만 찾아가더라"라는 엄마의 꾸지람이 떠오르곤 한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사람들이 꿈꾸는 모든 것을 가진 왕자였지만 고통의 본질을 깨달아 무지에 사로잡힌 인류를 해방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버렸다. 리베카 솔닛은 "거꾸로 흘러가는 동화"라는 아름다운 말로 이 여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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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법정 -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
곽재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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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곽재식 작가의 책이다. 공학박사이자 작가로 SF, 로봇, 미스터리, 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흥미로운 소재의 책을 펴내 주목받는 작가라 이 책도 기대가 되었다. '미래에서 온 50가지 질문'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미래 법정>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서 맞닥뜨릴 법한 갈등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하고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은 마치 미래 법정의 배심원 자격으로 주어진 논제에 주장을 펼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기 다른 주장의 양면성을 살펴보고 어떤 해답을 찾아야 할지 고심하게 된다. 작가는 조만간 미래에 닥칠 것이고 이미 어느 정도는 맞이한 이런 과학 윤리의 문제의 딜레마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미리 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50가지 질문은 목차만 봐도 과학토론 수업시간에 나올법한 질문들이다. 각각의 질문이 나오는 상황도 지루하지 않게 에피소드로 구성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할까'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해 사람이 실업자가 된 세상에서 로봇을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만 큰 수익을 거두는 미래사회를 이야기한다. 사람은 소득세를 내지만 로봇은 로봇세를 내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로봇을 많이 보유한 기업에 세금을 물리자니 로봇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문제가 속출하고, 또 사람이 물건을 만들게 하자니 경쟁력이 떨어져 공장이 문을 닫고 기업 운영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기업들은 로봇세 제도가 없는 타행성 화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이곳에서도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로봇세를 물게 한다고 해도 로봇과 단순 기계를 어떻게 구분짓고 명확히 할 것인지, 로봇세를 걷는다면 얼마나 걷게할 것인지 이는 어떤 기관에서 정할 것인지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내비게이션이나 전자렌지 등 기계를 이용하면서도 의심하지 않은 채 살고 있지만 어떤 인공지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공지능의 판단을 무조건 믿어야 할까', 로봇이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능률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정부를 압박하고 제도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상황을 이야기로 보여준 '일자리를 지키려는 단체행동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같은 질문은 최근 뉴스들과 이어보아도 연결된다. 



이같은 하나의 가상 에피소드에 이어 저자는 유사한 주제를 다룬 책이나 영화에서의 예시를 들어 설명해 좀더 확장된 시각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관련 이슈에 대한 데이타와 현 정보들을 제시해 각 주제를 좀더 깊이있게 고민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선정한 질문들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SF작가 답게 이야기도 재미있는 가운데 철학적으로 접근해 생각해 법한 내용도 있어서 좋았다.  



흔한 교통사고 이슈를 다루는 방송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만 봐도 법이나 제도가 현 상황의 문제나 사각지대를 따라가지 못해 정당한 법집행이 이뤄지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못한 채 피해자만 속출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인류의 삶을 이롭게 하고 개선하고자 개발한 과학기술이 오히려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인류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래 문제를 예측하고 고민해보는 것은 먼 미래의 픽션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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