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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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사라지지 않는 여름>.

제목만큼이나 강렬하고 시원한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에밀리 M. 댄포스의 데뷔작이자, 클로이 모레츠가 주연으로 제작한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의 동명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해, 여름 손님> 이 많이 생각났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티모시 샬라메의 연약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잘 그려낸 영화 <콜 미 바이 유어네임>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시원하고도 더운 여름 날, 두 주인공을 둘러싼 감정과 아름다운 배경, 그리고 OST 까지 먹먹함을 더했다.

이번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10대 소녀 주인공 카메론 포스트가 겪는 감정과 고백들이 담긴 이야기다.

스포는 아니고 책을 펴면 맨 처음 부모님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 날은 평범할 것 없는 13살 소녀의 하루이자 친구인 아이린과의 잊지 못할 기억의 한편이자 더이상 철없는 아이가 아닌 부모 없는 새로운 삶을 마딱뜨리는 날이 된다.

<사라지지 않는 여름> 1권에서는 주인공 카메론이 1989년 여름, 그리고 1991년~1992년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며 담담하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담겨있다. 있었던 사실을 일기처럼 보여주고 어린 날 느꼈던 감정을 지금의 입장에서 해석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준다.

아마 이런 게 에밀리 M. 댄포스 작가만이 색깔이라고 느껴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 카메론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엄마 아빠는 우리 일을 몰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행이라는 감정이다. 아이린과의 그해 여름 일어난 가볍고도 무거운 일은 부모님의 죽음에 이렇게 묻히게 될 것이라는 안도감.

아마 어린 나이에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사회적 시각을 정확하게 읽고 일반적으로 받은 교육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 같다.

한차례 이런 감정이 지나간 뒤 카메론은 뒤늦게나마 진짜 감정과 슬픔과 죄책감을 마주한다.

나도 이런 비슷한 감정을 겪어본 적 있어서 이 장면을 읽을 때 먹먹함과 현실감과 참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꼬집어주는 것 같아 위로도 받았다.

너무 충격적이고 생각치못한 일을 겪으면 생각의 회로가 굳나보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뭔가 말도 안되는 것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서 하나씩 하나씩 사실과 감정이 정리되면서 진짜 느껴야할 감정들과 생각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카메론이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떠나보내게 되서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말로 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애도와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이 떠올랐다.

이제는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될 카메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일 것 같다.

부모님은 떠났지만 카메론의 삶은 계속 된다.

할머니와 루스 이모와 함께 살아가는 카메론은 수영도 계속하고 린지라는 새로운 인물도 만난다.

하지만 어린시절 아이린에게 느낀 감정과는 다르지만 점차 자신의 성적지향을 알게되고 받아들이고 맞서게 된다.

이런 부분들도 그동안 영화나 책에서 봤던 것들과 다르게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 주는 매력인 것 같다.

그리고 아마 내가 읽어본 작품 중에서 <사라지지 않는 여름>처럼 10대 소녀의 눈으로, 마음으로 쓴 글도 없었던 것 같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과 사회적 편견에 부딪힌 진짜 세상을 만나는 카메론.

아직 <사라지지 않는 여름> 2권도 읽어봐야 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계속 책을 들고 읽고 싶어진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그날 오후에 나는 아이린 클로슨과 함께 상점을 털고 있었다.

그 전날 엄마와 아빠는 매년 여름 그랬듯이 퀘이크 호수로 캠핑 여행을 떠났고, 빌링스에 살던 할머니가 우리 집에 나를 돌봐주러 왔는데 조금 졸랐더니 아이린이 자고 가도 된다고 허락했다. "캐머런, 허튼 장난 치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 할머니는 허락하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여자들은 여자들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아이린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의 얼굴은 또다시 바짝 맞닿았따. "너 나한테 절대 키스 못 할걸." 아이린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도전이야?" 내가 물었다.

아이린은 '당연하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아이린에게 키스했다. 그 애가 다음 말을 잇기 전에, 아니면 그 애 엄마가 이제 씻고 저녁 먹으라고 부르기 전에.

나는 아직도 그때 문밖에 서 있었을 아저씨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전에는 나에게도 여전히 엄마 아빠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뒤에는 없었다는 것 말이다. 아저씨 역시 그 사실을 알았다. 6월 말의 어느 더운 밤 11시에 굳은살이 박인 손으로 문을 두드려 나에게서 부모님을 앗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름방학, 루트 비어, 훔친 풍선껌, 도둑 키스. 열두 살짜리치고는 몹시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었던, 어지간한 것들은 다알고, 모르는 건 기다리기만 하면 어렵잖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무엇보다도 내 곁에 언제나 아이린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할머니가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고, 나가보니 주 경찰관이 찾아와서 전해주기를, 사고가 났고, 그래서 엄마와 아빠, 그러니까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 해주었다고 했다. 그때 내가 처음 한 생각,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아이린과 나 사이의 일에 대해 모르시는구나. 아무도 모르는구나. 할머니가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나서도, 적어도 내 귀에 그 이야기가 들리고 나서까지도 나는 곧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엄청난 사건, 내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버린 어마어마한 소식을 이해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엄마와 아빠는 우리 일을 몰라. 엄마 아빠는 몰라, 그리니까 안전해, 하는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될 엄마와 아빠는 세상에 없는데.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으나 메쓰거움, 따끔따끔하게 몸에 퍼져나가는 열기, 상상조차 되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을 헤엄치는 듯한 기분 속에서, 살아 있는 엄마 아빠를 마지막으로 본 뒤 내가 했던 모든 일이 환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키스, 풍선껌, 아이린, 아이린, 아이린. 그 모든 것은 전부 죄책감이었다. 마음이 미어질 것 같은 생생한 죄책감이었다. 나는 타일 바닥에 누운채 죄책감 속에 한없이 가라앉았다. 스캘런 호수의 다이빙대에서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 때처럼, 폐가 아려올 때까지 깊이, 더 깊이 내려갔다.

나는 린지를 사랑하지 않았고 린지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에는 별로 개의치 않았으며 이 때문에 서로를 더 좋아하기도 했다.

그 여름 내내 린지와 했던 일은 아이린과 나누었던 경험만큼 강렬하지 않았다. 그때가 더 어렸는데도, 아이린과 있었을 때는 함께하는 어떤 행동이나 감정도 우리 둘보다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린지와 함께 있을 때면 모든 게 반대였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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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보세요
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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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커포티, 레이먼드 카버, J. D 샐린저와 함께

이 사람이 쓴 단편은 무조건 믿고 보는 작가 중 하나, 커트 보니것!

여러 직업을 거쳐가며 다양한 인생을 산 만큼 글에도 그런 기록들이 묻어있어서 좋아한다.

그동안 나온 책들을 조금씩 아껴가며 곁에 두고 읽고 있었는데

(심지어 연설문을 모아놓은 에세이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도 정말 좋다)

커트 보니것의 미발표 단편집을 문학동네에서 크리스마스 즈음 내줘서 올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걸로 충분했다.

웃기고 슬프고 무섭고 재밌고 막 그렇다.

진짜 커트 보니것만이 쓸 수 있는 글이고 커트 보니것만이 생각할 수 있는 문체와 시선이다.

시니컬한 시선 속에 따뜻함도 숨어있고 오싹함 속에 아주 현실적인 삶을 투영하기도 하고...

14개의 단편을 하나하나 아껴 읽어가면서 또 한번 커트 보니것 컬렉션에 좋은 책을 끼워넣었다.

 

 

 

 

컬럼비아와 하버드, 아이오와 대학교 대학원에서 글쓰기를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소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무엇이라고 가르쳤는지 묻자, 커트가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모든 장면, 모든 대화가 서사를 전진시커야 하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깜짝 결말이 있어야 하고." 반전 요소는 커트가 지닌 관점의 역설을 나타내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이야기되고 글로 쓰였을 때, 결말의 반전이 이야기를 뒤집으며 의미를 부여해준다.

서문_시드니 오핏

커트 보니것의 단편들에 미발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 실린 단편들이 출판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커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에이전트와 편집자들, 그리고 그의 아들 마크가 증언하듯 커트는 작품을 고치고 또 고쳤다. 커트의 문체가 가볍게 툭툭 내뱉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줄거리와 문장, 단어에까지 완벽을 추구한 장인이었다. 브리지햄프턴과 이스트 48번가에 있던 그의 작업실 쓰레기통에 종이 뭉치가 가득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서문_시드니 오핏

글쓰기에 대한 커트의 야심의 고백에 가장 가까웠던 것은 자신의 소설 창작 규칙 중 하나를 내게 읊어주었을 때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시간을 사용하되 그 사람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 것."

서문_시드니 오핏

이 편지는 자기연민이 가득한, 설교조의 엉터리 편지야. 하지만 작가들은 이런 유의 편지를 쓰는 것 같더군. 나는 GE를 그만두었고, 만약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1951년 밀러 해리스에게 보내는 커트 보니것의 편지


비밀돌이

-"비밀돌이랑 이야기해봤으면 당신도 이유를 알 것 아냐." 엘런이 말했다. "알지 않아?"

헨리는 계속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팔릴 거야, 팔릴 거야, 팔릴 거야." 그가 중얼거렸다. "맙소사. 정말 잘 팔릴 거야."

"그건 우리 마음속 최악의 부분에 직통으로 연결되는 물건이야, 헨리." 엘런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도 저걸 가져선 안 돼, 헨리. 그 누구도! 그 작은 목소리는 지금도 이미 충분히 시끄러워."

첫번째 단편글부터 강렬한 펀치를 날리는 것 같았다.

'비밀돌이'라는 신제품을 발명한 어느 남자. 회사에 치이고 가정에 치이고.. 그러다 우연히 비밀돌이라는 발명품을 만든다.

사람들이 마음놓고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바로 이 제품으로, 헨리는 대박이 나서 부자가 될 거라는 큰 꿈을 품는다.

"이야기할 사람!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 바로 그거지."

라는 비밀돌이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알고보니 비밀돌이는 내 마음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 속 가장 어두운 심연을 건들이고 아픔을 들먹이고 말그대로 인생 최악의 부분에 직통으로 연결해서 사람들을 한방 먹이는 상처의 아이콘이자 촌철살인 기계였다.

커트 보니것의 시니컬한 풍자가 돋보이는 단편.

과거에 쓴 글이겠지만 비밀돌이라는 단어 대신, SNS 를 넣어도 무방하겠다.

위로가 위로가 되지 못하는 세상. 아픔이 더 큰 상처로 돌아오는 이 세상을 커트 보니것은 이미 예전부터 느끼고 예상했나보다.

이 단편의 스포일지 모르겠으나 결국 헨리는 현명한 선택을 한다.

만약 세상에 비밀돌이가 있다면... 하고 상상해봤는데

책 속에서는 주인공 헨리가 이 발명품을 상품화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시중에 나온다면 잘 팔릴 수도 있겠다는 싶었다.

그래서 결과는.. 사람들의 행복은... 플러스가 될 지, 마이너스가 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며 살 수는 없지만 굳이 없는 불행까지 만들어 살 필요가 있을까.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고민이 있고, 많은 걱정을 안고 산다.


푸바

-"언젠가 해봐야겠군요." 그가 말했다.

프랜신이 난간 위로 몸을 기댔다. "왜 언젠가라고 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우울하면 지금 당장 수영하면 되잖아요?"

"업무시간중에요?" 퍼즈가 말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프랜신이 물었다.

"없죠." 퍼즈가 말했다.

"그럼 하세요." 프랜신이 말했다.

"수영복이 없어요." 퍼즈가 말했다.

"수영복 입지 마세요." 프랜신이 말했다. "그냥 알몸으로 하세요. 훔쳐보지 않을게요, 리틀러 씨. 전 여기 있을게요. 기분이 정말 좋을 거예요, 리틀러 씨." 프랜신을 그렇게 말하고는 퍼즈에게 아직 그가 보지 못했던 자신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거칠고 강한 면이었다. "아니면 수영을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겠네요, 리틀러씨." 프랜신이 불쾌하게 말했다. "불행을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보니 불행한 게 그렇게 좋은가보죠."

-시원하고 깊은 물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즐거운 충격이었고, 자신이 창백하고 앙상하다는 느낌을 모두 벗겨냈다. 처음 몸을 던졌다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그의 폐는 웃음과 고함으로 가득찼다. 그는 개가 짖듯 소리를 질러댔다.

퍼즈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것이 즐거워 좀더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먼 곳에서 대답이라도 하듯 훨씬 높은 목소리로 소리치는 게 들렸다. 프랜신이 환풍구를 통해 그의 소리를 듣고 소리친 것이었다.

 

 

 

 

 

시니컬한 커트가 있다면, 그 단면에는 따뜻한 시선의 보니것이 있다.

단편 <푸바>는 내게도 즐거운 충격을 준 글.

평범하고 따분한 일상은 사는 남자에게 프랜신이라는 새로운 직원이 좋은 활력소가 되었다.

우리 모두에겐 이런 아이같은 면, 피터팬 같은 모험심이 숨어있는데 말이다.

어른이라서 하지 못한 것, 조심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일, 창피할까봐, 남들이 싫어할까봐 못한 일, 실패할까봐 안전을 택한 일.. 등 어른이 되면 제약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렇게 평범해진다.

고작 안쓰는 회사 수영장에 업무시간에 한번 들어간 것 뿐이지만

사소한 행동 하나는 환풍구에 메아리 퍼지듯 더 큰 결과의 시작이 되는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보면 어떻겠냐고 가볍게 잽을 날리는 커트 보니것의 글이 참 좋다.

이 외에도 섬뜩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카메라를 보세요>도 기억에 남았고

실제 있을 법한 드라마같은 반전의 <지붕에서 소리쳐요>, <우주의 왕과 여왕>, <설명을 잘하는 사람>도 좋았다.

그리고 '역시 커트 보니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SF 딘퍈 <작고 착한 사람들까지>.

언제나 느끼지만 이 작은 책 한 권이 물리적인 크기보다 더 큰 생각을 하게 해준다.

커트 보니것을 사랑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읽고 싶다면, 시니컬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흘러가는 이야기와 눈을 끄는 묘사가 읽고 싶다면 바로 여기 <카메라를 보세요>, 치즈.

*이 글은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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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맵 STARTUP MAP - 고객가치 중심 아이템 발굴부터 돈 버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 방법까지!
이경식 지음 / ceomaker(씨이오메이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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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흐름을 깨닫고 중심을 잡으며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이경식 저자님의 <스타트업 맵>은 아이템 발굴부터 남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법까지 실제 삼성전자의 보르tv 제품을 만들었던 사례와 스토리까지 직접 들려주었다.

남과 달라야 하지만 남들보다 먼저 이 흐름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도전과 혁신을 두려워하지말고 새로운 기술과 변화로 한발 나아가야 한다.

이경식 저자님이 실제로 겪고 느낀 것과 함께 이 책을 펼쳐봤다.

포괄적인 사회의 흐름부터 고객의 특성과 타겟 분석, 그리고 그러한 코어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원츠와 니즈를 파악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발굴한 사업 아이템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새로운 기회는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 기회를 함께 찾아봐야겠다.

 

 

 

-기업 생존을 위해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 하는 부분은 19세기 진화론자로 유명한 다윈이 그의 저서에 남긴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가장 강하거나 똑똑한 종이 아닌 가장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이 문장에서 나오는 종이란 단어를 기업이란 단어로 바꿔보면, "가장 강하거나 똑똑한 기업이 아닌 가장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로 급변하는 사업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졍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생존을 위한 전략방향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고객여정지도에서 중요하게 보는 두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의 '접점 Touch Point'이다.

상품 매장, 기업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등 고객과 기업, 또는 상품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접점은 고객이 그 기업이나 상품에 대해 좋든 싫든 감정을 느끼는 곳이기 때문에 보다 친화적이고 강한 인상을 심어 주어야 한다.

...

둘째, 고객의 '행동 분석'이다.

고객여정지도는 앞에서 살펴본 인구 통계학, 소득 수준, 지역, 교육 수준 등 단순한 통계지표 분석을 넘어 실제 고객이 활동하는 행동 패턴을 상세히 정리한다. 여기서 고객이 어떤 성향을 나타내고, 선호하거나 불편해하는 경험들이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여정지도는 실제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과정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시각적으로 정리함으로써, 타깃 고객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하는데 활용도가 큰 기법이다.

 

 

 

 

-이알알씨 ERRC 전략이란 말 그대로 상품 콘셉트를 구체화함에 있어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가 약한 것은 과감하게 빼거나 줄이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는 늘리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이알알씨 전략을 바탕으로 가치 곡선 형태로 보르도 TV의 최종제품 콘셉트를 만든 것이 그림 58이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 기존에 있는 기능들은 대부분 유지한 채 어떻게 새로운 기능을 더 적용할지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이알알씨 전략에서는 빼거나 줄일 것을 먼저 고민하라고 하니 이 부분을 진행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방안보다는 고객의 관점에서 있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과감하게 빼거나 줄여, 고객을 위한 핵심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이알알씨 전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이다.

이 <스타트업 맵>을 읽다보면 실제 실무에서 사용하는 고객여정지도나 니즈,원츠, 디멘드의 속성, 그리고 코틀러의 마켓 4.0 등 다양한 이론을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경식 저자님이 삼성전자 근무 당시 혁신적으로 성공을 이끈 보르도 TV의 탄생 비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바로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버리는 빼기의 힘, 이알알씨 전략이다.

욕심이 과하고 장점만 계속 부각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강조하지 못하게 된다.

일하다가도 많이 느끼는 현상들이다.

바로 이럴 때 고객의 가치에 집중해서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고 버리는 전략 포인트가 더 눈에 띄었다.

마치 카피같기도 하고 말이다.

책 한 권 속에 고객과 사업아이템,그리고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법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창업을 꿈꾸는, 또는 창업을 한 사람들에게 <스타트업 맵> 일독을 권한다.

*이 글은 씨이오메이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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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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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맘 때,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연말에 조금은 따뜻하고 조금은 헛헛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뭉클뭉킁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며, 크리스마스 풍경을 걸으며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12월의 어느 날>은 크리스마스 영화같다.

우선 작가인 조지 실버부터 알아봤다.

그녀는 '남부끄럽지 않은 로맨티스트'라고 스스로를 설명하면서, 22살 생일에 자신의 발을 밟은 남자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한 편의 영화같은 사랑을 한 작가다!

그런 작가가 한 편의 영화같은 로맨틱 장편 소설을 하나 썼다!

지금 읽으면 딱 좋을, <12월의 어느 날>.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로리, 잭, 세라, 오스카다.

주로 로리와 잭의 입을 빌려, 2008년부터 2017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이 책은 펼쳐진다.

12월의 어느 날 차안에 있던 로리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잭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둘은 눈이 마주친다.

둘다 운명을 느끼고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순간 버스는 떠난다.

그리고 오랫동안 로리는 이 버스보이를 찾아다니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절친 세라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는데, 그게 바로.. 역시 운명의 장난일까, 바로 그 버스보이, 잭이다.

참 영화같고 드라마같고 하지만 그게 인생같은 한 대목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절친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그저 축하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또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책에서 직접 읽어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세라에게도 오스카라는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결국 세라와 잭은 더욱 가까이, 그리고 로리와 오스카는 관계가 깊어진다.

하지만 예기치않은 사건, 사고들로 4명의 주인공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 책은 12월에 꼭 읽었으면 좋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책이다.

조금은 현실적이고 조금은 고약하지만 그래도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과연 두 주인공 로리와 잭은 이어질 것인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둘의 사랑 또는 넷의 각자의 사랑을 응원하면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

 

 

겨울철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죄다 병균 과적으로 쓰러지거나 죽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10분째 기침과 재채기 세례를 받고 있다. 그뿐 아니다. 내 앞에 서 있는 여자가 또다시 내게 비듬을 턴다면, 그때는 내가 이 미적지근한 커피에다 여자를 담가버릴지도. 아니 남은 커피를 여자에게 부어버릴지도 모른다. 어차피 커피는 여자의 두피 각질로 그득해 더는 마실 수도 없다.

죽도록 피곤하다. 술 취한 인간처럼 흔들대는 이 초만원 2층 버스의 위층에서도 절로 잠이 들 정도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휴가다. 일에서 놓여나 너무 기쁘다.

2008년, 12월 21일 _로리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기다리는 버스가 이 버스는 아닌지, 남자는 들고 있는 하드커버 책에 계속 열중해 있다. 남자가 시선을 끈 이유는 눈앞에 일어나는 밀고 밀리는 북새통 따위 안중에 없는 무심함 때문이다.

... 우리의 시선이 똑바로 만난다. 눈을 돌릴 수가 없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내 입술이 달싹댄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갑자기 그리고 난데없이, 이 버스에서 내려야 할 것만 같다.

... 제발 버스에 타요. 그가 별안간 움직인다.

... 안 돼! 안 돼! 이 정류장에서 떠나기만 해봐, 그러기만 해봐! 이러지마, 크리스마스잖아! 소리 지르고 싶다.

...

관객이 있었다면 아카데미상도 아깝지 않을 60초짜리 무성 영화였다. 만약 누군가 내게 첫눈에 빠진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제부터 나는 그렇다고 해야 한다. 2008년 12월 21일의 어느 눈부신 1분 동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2008년, 12월 21일 _로리

운명적인 장면이다.

일에 찌들어 피곤한 주인공 로리와, 버스보이 잭의 첫 만남.

둘은 범상치 않은 운명을 느끼지만 역시 인생은 타이밍.

버스는 떠나고 둘은 만나지 못했다. (한동안은 말이다.)

2008년을 시작으로 영화같은 일이 펼쳐지는 바로 그 순간의 시작.

둘 다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다르게 행동했다면 이 책은 다르게 쓰여졌을까?

 

 

 

 

"저 남자를 사랑해?"

그녀가 머리를 내저으며 시선을 돌린다. 내겐 물어볼 자격이 없기 때문에. 특히 이런 질문은.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야, 잭." 그녀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 눈에 어린 연약함이 나를 더 개자식으로 만든다.

"알았어." 내가 말한다. 진심이다. 그녀를 당겨 포옹하고 우리의 우정을 있어야 할 자리에 도로 가져다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내 안의 뭔가가 로리와의 포옹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신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폭풍 치는 눈을 들여다본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기분이 이상하다. 오늘 저녁의 내 행동만이 아니라 지난 모든 일에 대해 사과하는 기분이다. 오래전 그날 버스 정류장에서 본 기억이 없다고 거짓말해서, 눈보라 속에서 키스해서, 항상 빌어먹을 실수만 해서, 미안하다고.

실제로는 10초나 흘렀을까, 하지만 내게는 10분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놓는다.

나는 미소 짓는다. "먼저 내려가, 금방 따라갈게."

그녀가 다시 끄덕인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로리는 어른이 됐다. 이제 나도 그래야 할 때다.

2012년, 3월 10일

기억을 떠올린다. 세라를 처음 만난 날. 잭을 처음 본 순간.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뒤얽히고 복잡해졌는지. 우리는 삼각형이다. 하지만 변의 길이는 항상 변했다. 어느 것도 어느 한 순간도 동등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울 때가 온 것 같다.

2013년, 2월 16일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큰 행복을 주지만 어쩌면 가장 많은 아픔을 주고 상처를 주는 존재도 될 수 있는 것 같다.

버스보이 잭이 개자식이! 되는 순간들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사람이 아프고 인생에서 큰 일이 생기면 고약해진다.

바로 잭처럼...!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떠나가게 하고 본심과 다르게 퉁명스러워지지만 그럴 때 일수록 주변사람에게 잘해야한다는 교훈도 얻게 된다.

잭이 로리에게 남자친구인 오스카를 사랑하냐고 묻는 장면.

결국 "미안하다"는 말로 끝나게 되는데 미안해의 마법처럼 그 안에는 많은 사과와 후회와 감정이 담겨 있다.

스포는 아니지만 잭은 로리에게 버스에서 만난 기억이 없는 척, 세라 옆에서 처음 봤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잭도 그 날을 분명 기억하고 크게 느끼고 있었다.

잘생기고 남자답고 매력있게 나오는 잭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용기도 없고 심보도 나쁘고 자기만 아는 사람인 부분도 많아서

나도 모르게 로리를 응원하게 되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잭, 그리고 뒤돌아 걸어가는 로리.

잭은 그때 로리가 낯설게 느껴진다. 자기와 떨어진 사이에 로리는 이제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가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장면.

그리고 이어서는 로리와 절친 세라와의 이야기다.

자세한 내막은 <12월의 어느 날> 책을 읽어야 알 수 있지만 이 4명의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진짜 다양하고 각자를 응원하게 되고 안타깝고 그랬다. 아마 이 책이 영화로 나오면 진짜 좋을 것 같다고 느낀 포인트도 바로 이런 것 같다.

로리도 더이상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홀로 서기를 다짐하는 장면이 로리의 입으로 말하고 있지만 4명 모두에게 느끼는 감정일 것 같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관계,

그리고 사랑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도 마음에 품고 있는 이 복잡한 감정들 속에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는

<12월의 어느 날>을 읽다보면 모두 풀린다.

따뜻한 연말 더 따뜻한 책으로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다.

*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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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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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여름밤 (줄여서 서밤)님의 책은 전에도 <나에게 다정한 하루>라는 책으로 읽어봤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심리상담가인 작가님의 전문적 지식과 위로가 더 와닿는 책이었다.

이번에는 사랑과 이별, 결혼과 만남 등을 주제로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라는 신간이 나왔다!

제목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 행복해질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가 아니라 '불행'을 초점에 맞춰서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라는 질문이다.

어쩌면 이건 부정적인 관점이 아니라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왜냐햐면 지금 불행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불행해질지 궁금해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만남이 불행해지지 않을까 초조해하고 오히려 불행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라

이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가야할지, 그리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상대방만이 아니라 함께 조율하고 맞춰나가야하는 부분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밤 읽는 서늘한여름밤 님의 책이 더 차가운 관계를 더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

 

 

지금 너를 사랑하는 이유

-나의 결핍이 다 채워지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때로는 두려웠다. 나는 단지 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너를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기도 했다. 6년째 네 옆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내가 깨닫게 된 것은, 결핍이 채워지는 건 관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결핍이 채워지자 네가 주는 사랑 뒤에 가려 있던 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핍에 가려 있떤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너를 만나면서, 네가 아닌 누구를 만나도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너와 연애하기로 선택했다. 네가 나를 사랑해서,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되어서.

흔히들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외로워서 만나는 것 같다.

외로워서, 혼자는 쓸쓸해서, 남들 다 만나서 하는 연애의 끝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어디서 글을 읽었는데 진정으로 혼자 설 수 있고 외로움도 껴안을 수 있을 때, 그럴 때 사랑을 해야한다고 했다.

명문인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더이상 외로워서가 아니라 더 처절히 혼자있을 수 있을 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되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 불행해질까

-우리는 언젠가 함께 있으면서 불행해질지도 모른다. 오늘 쓴 이 글이 무색하게 이별할지도 모른다. 너와의 결혼이 첫 번째 결혼일지 마지막 결혼일지 모를 일이다. 나는 결혼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언젠가 부모님이 왜 그렇게 싸우고 서로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너도 결혼해봐"라는 말은 늘 내 안에 저주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 결국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사이도 이렇게 변해가는 거겠지.' 하고 좌절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두려움이 찾아올 때 나는 너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사랑할까?"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너는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 날 사랑해? (응) 내일도 날 사랑할 것 같아? (응) 그럼 된 거야." 그렇다. 그러면 된 것이다. 불행한 미래가 길모퉁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사랑하는 오늘이 있다.

결혼은 믿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믿는다.

나 때는 말이야, 아주아주 유명한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

지금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당시 현빈은 라이징스타였고, 여자 주인공인 김선아는 극 중 30세의 역할인데도 노처녀라고 사람들이 놀리고 결혼을 종용하는, 지금 돌아보면 아주 빻은 시대관을 가진 드라마인데 그 당시 진짜 재밌었고 지금 봐도 애틋한 장면들도 많다.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투닥투닥 싸우고 울고 웃고 연애질을 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우리도 헤어질 수 있겠구나.

연애란 게 그런거니까.

하지만 두려워 하지는 않겠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사랑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 김삼순을 사랑하는 것."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책을 읽으면서 이 장면이 많이 생각났다.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오늘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

헤어질 수도 있고 이 사랑이 식을 수도 있고 갑자기 마음이 변할 수도 있고 영원한 것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에 사랑하는 마음마저 조절하고 덜 사랑한다면

나는 그게 더 불행할 것 같다.

다가올 불행까지 끌어안고 오늘을 사랑할 용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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