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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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기억하다"

-그다지 소통할 일이 없었던 대학 동기, 마지막 연락도 꽤 오래전이었는데 무슨 용건일까.

그가 물었다.

-맨 처음 데뷔할 때 그 원고, 책으로 나왔나?

나는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프로필마다 있잖아. <마음에 심는 꽃>.

나도 모르게 웃었던 것 같다.

-작가로 산 시간이 스물하고도 네 해째다. 그동안 아무도 그 원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프로필 맨 앞에 적으면서도 나조차 굳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데뷔작이 분명하니 언급은 하지만 그것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수상작도 아니고 우수상. 내 시작은 그랬다. 주목받지 못하는 이등. 일등이 아니니 옆으로 비켜났고 책이 되기에도 어중간한 분량이라 그 작품은 제목으로만 남았다. 그런데 그걸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니.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었다.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워 가며 고친 원고가 대학 노트에 그대로 있었다. 시간을 먹은 종이가 누렇게 변했어도 흑연의 흔적은 선명해서 다만 뭔가를 쓴다는 것에 하루하루를 붙잡아 세우고 견뎌 냈던 서른 초반의 나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했다.

-다소 촌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제목으르 바꾸려고 한 적이 없다. 초고를 완성하고 공모전에 보내고, 프로필에 데뷔작 제목으로 적을 때도 시골집을 벗어난 적이 없는 여자애 같은 젬족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도 고치려 하지 않았다. 이것 말고는 달리 어울리는 제목이 없는 까닭이었다.

-이 작품은 스물하고도 네 해 전, 나의 시작 어떤 지점이다. 그런데 꽤 오래 걸어 온 나의 지금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되려고 한다. 등을 구부려 손끝으로 발을 만지는 기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황선미 작가님의 신간 <마음에 심는 꽃>이 나왔다.

신간인데 가장 오래된 책이다.

작가님의 초고작이자 프로필 데뷔작인 <마음에 심는 꽃>이 2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24년.

24년을 작가로 산 시간이라는 점에서 나에게 그 기간이 꽤 무겁게 느껴지지만,

5년, 10년 훅훅 지나가는 시간을 보는 관점에서는 참 빠르게 달려오셨겠구나, 하는 여러가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건 그동안 수 많은 일들과 경험이 쌓여서 지금의 황선미 작가님이 있을 거라는 느낌이다.

책의 문을 여는 '작가의 말'에서 다정하게 말해주었지만 다소 촌스러워도 따뜻한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힐링 그림책이다.

그 시대 옛날 감성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그런데 아마 지금이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쓰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황선미 작가님의 좋은 점은, 나이를 불문하고 누가 읽어도 좋다는 것.

이제 막 글을 배우는 어린아이가 읽어도 좋고 청소년이 읽어도 좋고 어른이어도 좋다.

시골 학교의 수현, 서울에서 올라온 민우네 가족이 그려내는 이야기.

<마음에 심는 꽃>을 읽으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감정의 한 부분을 탁! 하고 꺼내주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작가님이 시작을 기억하며 초심을 깨내볼 때, 우리도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수현이는 꽃밭이 걱정되었습니다. 아직 꽃이 많이 없어서 풀인 줄 알고 꽃밭을 함부로 밟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줄 알았어!'

수현이는 울컥 울음이 솟았습니다. 어른의 발자국에 제법 자란 과꽃 줄기가 밟혀 있었습니다. 부러진 것도 있고 기우뚱 넘어진 것도 있습니다. 수현이는 쓰러진 꽃들을 세우고 돌멩이로 받쳐 주었습니다.

<마음에 심는 꽃> 책의 주요 배경은 바로 여기 인동집이다.

이름도 인동꽃이 피어서 인동집.

삼촌이 일하기 위해 집을 떠나기 전 수현에게 미션을 준다. 바로 여기 인동집에 꽃밭을 잘 가꾸라고!

이젠 모두 떠나 아무도 없지만 수현은 삼촌의 미션도 있고 꽃을 가꾸는 재미도 있어서 소중히 다룬다.

그런데 어느날!

서울에서 승용차 한 대가 오는데..!

바로 서울에서 온 민우네 가족이다.

이 부분은 수현이 잘 가꿔놓은 꽃을 이 집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니 헤쳐놓아버려 주저 앉아 서러움에 울컥 울음을 쏟는 장면이다.

역시 첫 만남에도 이야기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수현의 꽃밭을 사랑하는 마음, 그 아이에게 꽃밭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그림 속 오버랩 되며 울고 있는 수현에게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싶기도 하다.

괜찮아 수현아. 살다보면 더 힘든 일도 많단다. 가 아니라 ㅋㅋ

얼마나 속상할까, 아마 저 사람들이 처음와서 잘 몰라서 그런걸까야~ 하는 위로 말이다.

수현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부분.

-"어디로 갔지?"

수현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꽃밭으로 달려갔습니다. 돌멩이로 받쳐 두었던 과꽃이 없습니다. 뽑아 버린 모양이었습니다. 게다가 노란 붓꽃이 피었어야 하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방문이 덜컹 열려서 수현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이 하얗고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가 방 안에 앉아 있습니다. 수현이는 당황했지만 곧 괜찮아졌습니다.

"이 꽃들은 내가 키웠으니까 내 것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했어? 왜 네 맘대로 뽑아 버린 거냐구!"

수현이는 화가 나서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수현이는 방 안에 꽂혀 있는 노란 붓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을 보자 더 속이 상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수현에게 소중한 꽃을 없애버리다니!

결국 내꺼니까 함부로 하지 말라고 담아둔 결정타를 날린다.

근데 구석을 보니까 민우가 있었고 꽃병에는 안보였던 노란 붓꽃을 발견한다.

흠, 이래저래 속상하지만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저마다 꽃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니까 말이다.

 

 

 

-"수현아, 인동집에 다녀와라."

어미니가 빨간 토마토를 소쿠리에 가득 담아주었습니다. 수현이는 낯을 찡그렸습니다. 낮에 좋지 않았던 기분이 되살아났습니다.

"낮에는 고마웠습니다. 엄마가 이것 좀 드시래요 하고 말하면 되는 거야."

수현이는 어머니가 들려 준 소쿠리를 안고 나왔습니다. 좋은 얼굴로 토마토를 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하는 수 업이 수현이는 인동ㅈ딥으로 왔습니다.

와, 이 부분은 너무 공감되서 적어봤다.

요즘은 이웃집 사람과 얘기도 잘 안하고 이 시골집처럼 친근하지 않지만 나름 예전에는 어른들끼리 서로 얘기도 자주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어린 나를 이용(?)해 관계의 매개체로 저렇게 선물이나 먹을 것을 나눠주고 나눠받았던 기억이 난다.

직접 주고 받으면 되지 왜 나를 심부름시키는거야, 하는 어린 마음에 귀찮기도 했는데

이제야 <마음에 심는 꽃>을 읽으며 어른들의 마음에 대입해보니까 옆집의 어린 아이가 어른들이 시켜서 선물도 주고 인사하러 오면 진짜 귀여울 것 같고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 그땐 정말 귀찮았지. 하지만 군말 없이 했던 소소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

수현이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민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삼촌이 돌아오는 날, 무슨 선물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수현은 "예쁜 꽃이랑, 머리띠 그리도 동화책"을 말한다.

"나라면 그런 것 안 갖는다."는 민우에 말에 수현은 그럼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어보는 대목.

민우는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라고 대답한다.

아픈 민우에게 꽃밭은 그저 꽃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질 수 없는 시간, 건강, 아름다움, 그리고 수현과 함께 가꿀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의미가 다른 사람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오다니.

잠시 잊고 있었던 책의 제목 <마음에 심는 꽃>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민우라면 선물로 달라고 말했을 '꽃밭'을 떠나면서 수현에게 남겨둔 편지에 "이거 너 가져라. 너 꽃밭 좋아하자나."라고 무심한듯 다정하게 말하는 장면도 인상 깊다.

그래서 과연 그 둘은, 민우네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지내게 될지 이야기 속에 계속 남아있겠지만

오랜만에 잊고 있던 감성들을 꺼내주는 힐링 북을 만난 것 같아서 꽃밭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글은 시공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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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조직 -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조직의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키는가
에이미 에드먼슨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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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팀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힘"

-넓은 의미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거나 응징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수와 우려를 기꺼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앞서도 말했듯 지식 기반 사회에서 이는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아주 사소하지만 확실한 요인이다. 따라서 리더라면 반드시 학습과 혁신을 통해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된 계기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2016년 2월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찰스 두히그 기자는 당시 '강력한 팀을 만드는 조건'이라는 주제로 구글이 5년간 진행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여러 가지 가설을 수립해 성공적인 팀워크의 원동력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였다(이를 테면 '학력', '성비 균형', '친목 도모의 기회' 등 다양한 변수 중 무엇이 가장 팀워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하는 식이었다). 초기에는 팀워크를 좋게 만드는 요인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후 방향을 수정해 조직 안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관습과 규칙에 집중하다 보니 비로소 답이 보였다. 당시 두히그는 이렇게 기록했다.

"연구자들은 학술 논문에서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주제를 발견했고 이를 조직에 대입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마침내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면 구성원은 언제나 문제를 제기해도 모욕당하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으며, 질책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된다.

-기존 팀에서 업무를 지속하든 완전히 새로운 동료와 팀을 이루든, 모든 팀워크느 심리적으로 안정된 근무 환경이 갖춰졌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우선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두려움 없는 조직> 책에서 나오는 핵심 용어 중 하나인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은 "구성원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조직 환경"을 말한다.

두려움이 없는 조직이란 무서움을 느끼지 말고 피하거나 부인하라는 말이 아니라,

바로 이 핵심 용어처럼 구성원이 의견을 냈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안정감을 말하는 것이다.

유연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면서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질 법한 미국에서도 두려움과 침묵에 관한 연구를 하다니!

하버드 대학연구원이 무려 25년을 연구하면서 도출해낸 리더십 프로그램을 <두려움 없는 조직> 책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정도 따라가려면 한참 멀지 싶은 생각에 뒷맛이 씁쓸하지만

그래도 5년 전,10년 전, 15년 전과 비교해서 점차 나아가고 있다는 실정에 위안을 얻는다.

"나 때는 말이야~"가 유행이 될만큼 꼰대문화는 쉬이 없어지지 않겠지만 그리고 여성 CEO는 여전히 드물겠지만 그래도 두려움 없는 조직을 위해, 그리고 두려움 없는 구성원을 위해 이 책을 펼친다.

 

 

 

침묵의 굴레에서 조직을 구출하라

-무의식 계산기는 모든 결과값을 침묵으로 만든다.

-인간관계가 안전할 것이라고 믿게 하라

-나는 '심리적 안정감'을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어떤 의견을 말해도 무시당하지 않고 질책당하거나 징계받지 않는다면, 즉 구성원 모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면 동료들의 눈치 따윈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이나 질문, 우려 사항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은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때야 비로소 생긴다. 심리적 안정감이 흐르는 조직에서는 크리스티나가 경험한 것처럼 '아주 짧지만 결정적인 침묵의 순간'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주저 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각종 문제나 실수에도 쉽게 대처한다. 또 이러한 과정을 내부 발전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옛말에 '침묵은 금이다'라고 한다.

그만큼 쓸데 없는 말을 줄이고 가볍지 않게 말과 행동을 경계하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조직에서 침묵은 금도 은도 아니고 없애야할 제거대상 1순위다.

커뮤니케이션이 그렇게 중요하다는데 침묵이라니요?

하지만 유연하지 않은 조직, 팀문화 속에서 내 의견을 필터링 없이 자유롭게 말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람은 동시에 여러 사회적 지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날의 회의 참여자, 토론의 분위기, 직전 구성원이 발언한 말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결국 내 의견을 말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결국 입을 다물게 되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가마니 이론에 탑승하게 된다.

이름도 멋진 구글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와 에이미 에드먼슨의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이 눈치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는가?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인가?

-도움을 요청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가?

-부하직원이 러디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가?

이 4가지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만 조직이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구글이 가진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 기업문화가 아닐까.

나는 번역책을 보면 한국어판 제목과 함께 꼭 원제를 확인한다.

(이건 책이든 영화든 노래든 모두 마찬가지다.)

원래 가지고 있던 고유의 제목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어떻게 바꾸었는지, 요즘 출판 트렌드에 맞게 어떻게 바꾸었는지, 한국어판도 영어를 사용했어도 기존에 없던 제목을 만들어냈는지 여러 가지를 확인해보는데, 이 책은 원제와 동일하게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점이 재밌었다.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발언권을 얻어 멋지게 의견을 내고 PT하고 브레인스토밍하고 결과물을 내는 드라마 속 장면을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벽은 너무나 높고, 퍼포먼스보다는 조직에서 튀지 않는 것을 1순위 목표로 바뀌는 현실적인 타입이 되어간다.

결국 조직은 구성원들이 모이는 집단이고, 구성원들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두려움 없이 안정감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그 안정감이 결국 더 좋은 조직을 만든다는 것을 긍정적이고 객관적인 연구, 케이스 스터디와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두려움 없는 조직>의 책 표지를 벗겨보면 코발트 블루 색의 양장본 표지와 함께 번쩍이는 고래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마치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도 나고, 어딘가 항해하듯 고개를 치켜든 것이 또 다른 책도 떠올리게 한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 속 유명한 첫 문장,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

이 멋진 고래와 함께 우리는 모두 두려움 없는 조직,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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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 인도네시아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 -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마지막 기회’가 있다!
김재욱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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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신흥국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책 <베트남 & 인도네시아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에서는 신흥국 시장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의 다양한 궁금증과 애로사항을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왜 가치투자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거기에 신흥국 투자를 더해야 하는지, 지금 시작해도 남들보다 10년이 빠른 이유는 무엇인지, 왜 신흥국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다른 주식 책보다 특별한 이유?

하나, 대체 불가한 객관적이사 사실적인 '전문적인 리서치!'

둘, 매년 분기별로 현지 직원의 실제 기업탐방을 통한 '생생한 정보!'

셋, 대한민국 유일의 <베트남&인도네시아 기업보고서>를 발간하는 헥사곤의 '투자 노하우 공개!'

주식을 하나 둘 씩 사 모으다보면 자연스럽게 해외 주식에도 눈을 돌리게 된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글로벌 기업들 (한 때는 차고에서 시작한 스타트업까지) 의 가치를 먼저 알고 투자했다는 어떨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흔히 FAANG이라고 부르는 기업(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주가가 무려 140%나 뛰었다.

이를 뒤이어 펄프스의 도약을 예측하기도 한다.

PULPS는 핀터레스트, 우버, 리프트, 팔란티어, 슬랙을 말하는데 미국의 5개 테크기업이다.

확실히 예상 지표나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분석보고서를 보면 공유가치서비스의 핫함이 또 한번 느껴진다.

미국의 주식 시장에 주목할 때, 우리는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또 다른 기회를 본다.

바로 이 책, <베트남&인도네시아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이 그렇다.

다들 아시아 기업들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고 추후 미래를 내다보면 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눈여겨 보는데

정작 어떤 지표를 보고, 어느 기업에 투자해야할지는 여전히 감인 상황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가이드와 함께, 감이 아닌 분석으로 주식 투자 실전에 돌입해봐야겠다.

 

 

 

 

 

 

종목 선택, 무엇을 어떻게 고를까?

-<핵사곤>에서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산업과 종목에 대해서 분석해 스코어링(Scoring)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의 성장성과 경쟁관계를 분석하고, 여기에 재무적인 수치들을 대입해 최종 투자 의견을 내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앞서 분석했던 것처럼 해당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지 시장 매력도를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방향성과 현재 산업의 발전 단계 등을 조사하여, 현재 산업의 성장률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여기서는 실제로 동종업계의 상위권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액 증가율을 조사하여 점수에 반영하며 가장 우수한 업체들을 상위권부터 선별한다.

-이렇게 선별한 기업들이 바로 a'전략적'으로 투자에 적합한 기업들이다. 바로 이 기업들이 해당 산업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주요 모니터링 산업에 리스트업해 두고 그 변화 추이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여기에 이들 선별 기업의 b'재무적' 적합성을 진단하는데 기본적으로 안정성 지표인 유동비율, 부채, 자본금 등을 점수화하며 여기에서 통과한 업체들 위주로 PER, PBR, ROE, 매출액 등의 다양한 지표를 평가한다.

-산업별로 추가하거나 빼야 하는 지표들과 산업 특성상 평가 기준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모두 반영해 최종적인 c'투자의견'을 도출해내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고르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파트다,

그동안 what to say를 알려주었다면 이제부터는 how to say에 대한 인사이트 도출하기.

이 책에 나오는 <핵사곤>은 저자가 한국 법인 대표와 인도네시아 현지 투자 법인 대표를 겸하고 있는 <헥사곤 인베스트먼트 컨설팅>이다.

진짜 베트남, 인도네시아 전문가가 알려주는 이런 이야기들의 요점 속에서 남들보다 빠른, 또는 남들보다 같은 속도지만 아세안 투자를 모르는 사람보다 10년 빠른 종목을 찾는 것이 관건일 듯하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말하는 포인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싼 종목을 찾으라는 거다.

싼 종목이면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 워렌 버핏도 한 말이라 여러번 강조하는데, 나처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투자가 처음인 사람에게도 알기 쉽도록 계좌 개설 방법부터 국내 증권사별 비교, 간접 투자 방법 등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한 번 읽고 끝이 아니라, 실제 투자에 적용해보면서 책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스마트비즈니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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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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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 줄리언 반스.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치밀한 심리 묘사와 독특한 반전까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에세이도 줄리언 반스만의 웃긴 포인트와 시니컬함이 가득해서 진짜 좋아한다.

드디어 이번에는 그림 컬렉션이자 미술 에세이로 돌아왔다!

역시 이 책에도 줄리언 반스만의 매력이 가득하다.

예술에 대한 박학다식함은 물론이고 고전 작가들에 대해 일침을 놓는 자신만의 감상평, 그러면서도 겸손하고 웃긴 섬세함까지.

역시 글 잘쓰는 사람은 그림도 잘 본다. 촉수가 예민해서 그런가?

줄리언 반스가 가진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같이 걷는다.

목차

1. 제리코 : 재난을 미술로

2. 들라크루아 : 얼마나 낭만적인가

3. 쿠르베 : 그렇다기보다는 이렇다

4. 마네 : 글로 보기

5. 팡탱-라투르 : 정렬한 사람들

6. 세잔 : 사과가 움직여?

7. 드가 : 그리고 여자

8. 르동 : 위로, 위로!

9. 보나르 : 마르트, 마르트, 마르트, 마르트

10. 뷔야르 : 에두아르라고 불러주세요

11. 발로통 : 나비파의 이방인

12. 브라크 :회화의 심장부

13. 마그리트 : 새 대신 새알

14. 올든버그 : 물렁한 것의 유쾌한 재미

15. 이것은 예술인가?

16. 프로이트 : 일화주의자

17. 호지킨 : H.H.에게 말이란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1964년 여름,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기 전 파리에서 몇 주를 보내면서 비로소 나는 내 자유의지로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루브르 박물관에도 분명히 가봤을 테지만, 정작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곳은 크고, 어둡고, 인기 없는 어떤 다른 미술관이었다. 아마 거기엔 관람객이 나뿐이라,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게 하는 모방 압력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곳은 생라자르역 근방의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바닥부터 천장까지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서랍장들의 납작한 서랍들 속에 보관된 수백 장의 스케치를 관람객이 직접 열람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전까지 한 번도 모로의 그림을 의식적으로 본 적이 없었고, 그에 관하여 아는 것도 전혀 없었다 (그러니 플로베르의 전적인 찬탄을 받은 당대 유일의 화가였다는 사실을 알 리도 만무했다). 이국적이고, 보석투성이에, 음침하게 화려하고, 내가 해독할 수 없는 개인적 상징과 일반적 상징의 기묘한 혼합이 담긴 그런 작품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나는 알지 못했다. 바로 그 신비성이 나의 마음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모로를 찬탄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내가 기억하는 한 바로 거기서 생전 처음으로, 내가 그림 앞에 소극적이고 순종적으로 서 있지 않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모로를 좋아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그의 기묘함 때문이다. 그림을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한 초기에는 변화의 힘이 있는 작품일수록 더 내 마음을 끌었다. 그뿐 아니라 나는 미술 작품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물을 취해 천부의 재능으로 신비스러운 어떤 더 강렬하고, 되도록이면 더 이상한 다른 무언가로 변질시키는 것.

-'의식적인 보기'의 과정

-어린 시절 우리 집에 걸려 있던 그 누드화의 밋밋함에 대해 내가 느꼈던 바가 옳았다면, 미술의 엄숙함에 대한 나의 추론은 틀렸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세상에. 서론도 이렇게 좋다니.

혹시 서론을 스킵하고 바로 책의 1장부터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붙잡아놓고 서론부터 함께 읽고 싶다.

우연한 계기로 우연한 그림 앞에 서게 되어 그 그림의 유명세나 작가의 배경 없이 오롯이 그림 자체만으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 순간이다.

첫 순간.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말이 참 좋았다.

그림이나 책, 음악의 공통점이 있다면 언제 만났는지가 중요하다는 거다.

내 나이, 그 날의 날씨, 해가 뜨고 지는 시간, 내가 처한 상황,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등... 언제 만났는지가 그림에 대한 첫 인식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감상은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고 기억 속에 낙인된다.

줄리언 반스는 그동안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가서 그동안 큰 감흥을 못느끼다가 바로 이 의식적인 순간을 처음으로 만났다고 겸손하게 표현했는데,

그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을 만나기 전 아마 수 많은 안목들을 쌓았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좋은 인풋을 마구마구 넣는다! 줄리언 반스의 멋진 감상처럼.

그리고 미술은 삶의 전율을 포착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은 바로 그 전율 자체라는 표현도 너무 좋다. 전율을 느낄만큼!

그림이 단순 묘사와 기교를 넘어 전율이 되기까지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작품, 많은 작가, 많은 사람들, 많은 일들이 있을까.

누가 아무리 좋고 유명하다고 말해도 결국 내 마음속에 꽂히는 단 하나의 작품은 나에게만이 걸작이다.

때론 이유가 너무 많아서 좋고, 때론 어떤 이유도 없이 그냥 좋기도 하다.

내 마음을 두근거리고 전율을 일으키는 것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마네: 블랙, 화이트

b) 적을수록 강력하다

-우리가 명화 한 편을 감상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10초나 30초? 아니면 꼬박 2분? 중요한 화가의 전시회에는 300점을 거는 것이 표준이 되어 있는데, 그러면 그런 곳에서는 좋은 그림 한 점을 감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일까? 그림 한 점에 2분을 쓴다면 300점을 모두 보기까지 열 시간이 걸린다. 마티스나 마그리트나 드가의 전시회에 가서 열 시간 동안 그림을 본 사람 있으며 손 들어보세요.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물론 우리는 골라 섞는다. 눈이 먼저 관심을 끄는 것(또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가려낸다.

-하지만 우리는 관람객이 적은 작은 전시회에서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며, 종종 한 화가의 그림을 많이 보기보다는 적게 볼수록 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증거가 꽤나 많다.

-지난 30년간 내가 본 전시회 가운데 가장 좋았던 것은 1993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것이었다. 이 전시회는 여섯 개의 전시실을 차지했지만 중요한 것은 단 한 점의 그림, 아니 그보다는 단 하나의 소재였다.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이 바로 그것이다. 특정한 시대의 분위기를 살린, 목적이 뚜렷한 이 전시회는 1883년 마네의 사후 처음으로 그가 그린 세 가지 다른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을 한데 모았다. 하나는 치밀하지 못한 붓질, 어두운 색, 챙 넓은 모자가 가득한 맨 처음 그림으로, 보스턴 미술관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각난 그림으로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작이다. 마지막 하나는 가장 잘 알려진 그림, 만하임 미술관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두 그림에서 이상한 힘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힘은 발에서부터 나온다. 고야의 <1808년 5월 3일>에서 총살 집행 부대의 자세는 중대한 요소다. 튼실한 발목, 고정된 무릎, 전문가 다운 올바른 각도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뒷다리 따위가 그 자세인데, 여기에는 나폴레옹의 군사훈련 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둘째와 셋째 그림에서도 그는 똑같이 우리의 주의를 끌지만, 첫째 그림보다는 중심점이 훨씬 미묘하다. 하사관은 처형에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니고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아닌 모습으로, 총을 쏘는 부대원들과 90도 각도를 이룬 채 서 있다. 관객인 우리에게도 관심이 없다.

-발등과 발목을 덮는 각반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관람객의 눈길이 발 때문에 산만해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셋째 그림에서는 발 부분의 바탕색을 어둡게 해서 발이 두드러지지 않게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하사관이 공이치기 당기는 일에 열중하듯 그림에 열중할 수 있다.

-되찾을 수 없는 진실이 무엇이든,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의 검열이 끼친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계속해서 작용하며 후대의 이해를 가로막는다. 문제는 그림만 억압을 받은 것이 아니라, 마네가 이 그림을 보여주려 했던 당대의 사람들, 이 그림을 어떻게 보는 게 가장 좋을지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었을 그들의 반응도 억압당했다는 사실이다. 반응에 대한 자료가 부재하기에, 오늘의 관람객들에게 이 그림은 더욱 분명하지 않게 되었다. 보다시피, 검열은 언제나처럼 성공한 셈이다.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이 작품은 고야의 <1808년 5월 3일>(1814)에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인데 줄리언 반스의 글을 읽기 전까지 3가지 버전과 시기의 작품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각각의 화풍과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아마 마네의 <막시밀리언 황제의 처형>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관점과 몰입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줄리언 반스가 유일무이할꺼다.

덕분에 나도 마네의 몰랐던 작품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나가면서 이 작품을 봐도 유명하다고만 기억하고 넘어갔을텐데, 이제 오늘부터 보게 되는 <막시밀리언 황제의 처형>은 어제까지 본 <막시밀리언 황제의 처형>과는 다르다.

그리고 작품 한 점을 정말 크게 쳐줘서 2분 씩 시간을 배정한다고 한다면 한 전시회에 가서 약 1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친절하게 계산도 해줬다. ("그런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세요.나는 그런 적이 없다." 라는 말도 너무 웃긴다)

어떤 미술사 책에서 작품을 진정으로 감상하려면 하루에 단 하나의 작품만 1분이고 10분이고 1시간이고 계속 보라는 글을 봤었다.

그럼 계속해서 보이는 게 달라지고 느낌이 달라지고 인식이 달라지 그림의 의미가 달라진다.

한 작품에 2분도 사실 꽤 긴 시간인데 하루에 10시간이라니.

그리고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힘들 것 같다.

주말에 전시회에 가면 유명 작가의 내한 작품의 경우, 다같이 한 줄로 줄을 서서 차례차례 펭귄처럼 그 앞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무리로 지나갈 수 밖에 없는 특이한 동선이 만들어지니까.

(앤디 워홀 전시회 마지막 날, 나는 여기가 진짜 롯데월드인줄 알았다.)

그래도 그게 책이든, 인터넷이든, 유튜브로 보든 한번 해봐야겠다.

그럼 줄리언 반스가 말한 1가지 소재의 3가지 그림에서 발견한 미묘하지만 거대한 차이처럼 나만의 감상법이 만들어지겠지.

이번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책 표지도 참 마음에 든다.

명화의 한 장면을 그림 프레임에 넣었는데, 책 표지를 벗기면 진짜 그림의 한 장면, 그것도 턱을 괴고 있는 남자를 중심으로 살짝 미소 짓고 있는 턱수염이 있는 남자, 마지막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며 사색에 잠긴 남자가 나타난다,

맨 뒤에는?

내가 인상 깊게 밑줄 그은 구절이 하나의 메시지로 써있다.

"미술은 단순히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전율이다"

한 작가의 하나의 작품에서도 이렇게 말할 거리들이 많다.

그리고 줄리언 반스는 그림-작가-시대(현재와 미래 모두)-화풍 등 연관된 것들을 모으고 잇고 연결하면서 새로운 관점들을 계속해서 제시해준다.

나도 그림을 이렇게 보고 싶어졌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미술을 잘 모르고 예술을 잘 모르지만 그것이 내게 전율이 될 때까지 해봐야겠다.

*이 글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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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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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다 접어두고, 이제,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뽑아라. 가능하면 가장 크고 묵직한 양장본을 찾아라. 찾았으면, 손에 쥐어보라. 책을 펼치고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접착제가 딱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책장을 휙휙 넘기며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을 느껴보라.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책에 비하면, 컴퓨터 화면이나 태블릿 액정 뒤에 갇힌 전자책은 활성이 전혀 없다.

-이 책은 묵직하고 복잡하고 매혹적인 공예품, 인류가 1,500년 넘게 쓰고 인쇄하고 제본한 책의 역사, 책 제작, 책다움에 관한 책이다. 당신이 보면 아는, 바로 그 책에 관한 이야기다.

와, 제목만큼 강렬하다.

<책의 책>!

책에 관심이 있다면, 책을 사랑한다면, 책 덕후라면 이젠 소설, 인문학, 철학, 경제경영, 사회과학, 역사, 지리 등을 넘어 책에 관한 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나만 그런걸까?)

한마디로 책 자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독서법으로 시작했다.

책과 나. 단 둘만의 시간을 묵묵히 읽어내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있을까? 좋아하는 책을 뭘까? 감명깊게 읽은 책은? 책 읽기에도 정도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책의 내용을 더 머릿 속 기억에 남길 수 있을까? 진짜 고전 오브 고전 작가들은 어떻게 책을 읽을까? 등 등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왠만한 고전 작가들의 독서법 책은 물론 신영복, 박웅현, 김영하, 이동진 등 등... 책 좀 아는 분들의 책을 스승 삼아 읽었다.

아마 책 좋아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책에 관한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그러다가 이젠 독서를 넘어 물리적 '책'에 관한 책으로 관심을 돌렸다.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중에 나와있는, 그리고 번역된 독서법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독서찬양의 자기계발서까지 합쳐봐도, 인터넷 서점에 키워드 '독서법'을 쳐보고 카테고리 검색을 해봐도 이젠 거의 다 읽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알게 된 알베르토 망구엘.

너무 유명한 얘기지만 고등학생 시절 서점에서 일하다가 시력을 잃어가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나게 되었고, 망베르토 망구엘은 그에게 책 읽어주는 사람이 된다. 이건 일이 아니다. 어떤 성스러운 행동이다!

나도 만약 할수만 있다면 보르헤스에게 백 권, 천 권을 읽어주고 싶다.

그에게 보르헤스는 세계이자 책이 되었다.

역시 책을 사랑하는 알베르토 망구엘은 <밤의 도서관>, <독서의 역사> 등 책에 관한 책들을 써나갔다.

세상에 책 내용 뿐 아니라 책 자체에 대해서도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니.

<책의 책>에서도 진성 책 덕후라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나누고싶은 역사와 정보, 이야기들이 많다.

 

 

 

 

천재적 솜씨

-필경사는 이집트 문화에서 유명한 존재였고, 석공과 조각가,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였다. 손에 붓을 들고, 또 여분의 붓 한 두개를 귀에 꽂고 일하는 필경사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 무수히 많다. 다른 필경사가 글씨를 베껴 쓰는 동안 한 손에 파피루스 시트를 들고 있는 필경사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도 있고, 무릎에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펼친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필경사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도 있다.

-퀘드 호테프의 원로요 민의 아버지이며

왕의 지인이자 메히트의 성상 제작자이며

왕실 필경사들의 감독관이며

상이집트의 10대 위인이

헤시레.

'왕실 필경사들의 감독관'이었다고 하니, 헤시레는 엄밀한 의미의 필경사가 아니라 관리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그 시대 필경사의 장비를 어깨에 걸치고 있다. 필경사가 쓰던 필기구 통은 매우 상징적이어서 모양을 본뜬 신성문자가 있었을 정도다.

-필경사들은 화가들처럼 붓으로 글을 썼다. 파피루스와 직각이 되도록 붓을 손에 쥐되, 붓 끄트머리에서 3~5센티미처 떨어진 곳을 잡고 차분하고 꼼꼼하게 한 휙 한 휙 그어나갔다.

필경사.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필경사란 '글씨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인쇄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손으로 베껴 써서 필사본을 제작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젠 없어진 직업, 필경사.

마치 타이피스트, 타자수처럼 저 멀리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업인 것이다.

그런 필경사들은 예전에 꽤 유명하고 핫한 직업이었나보다. 그림에서, 벽화에서, 파피루스 속에서 필경사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니 말이다.

예전에 필경사들은 붓으로 글을 썼다니 마치 서예가 같은 느낌도 든다.

한 자, 한 자,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썼을 것을 생각하니 경건함도 든다.

(아마 그래야했을 것이다. 틀리면...!?)

뒤에 읽다보니 알게 됐는데 필경사들 중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도 많았다고 한다.

글을 모르지만 마치 그림 그리듯 필사를 할 수 있었다니. 아마 글을 아는 사람보다는 더뎠겠지만 꽤 많은 필경사들이 글을 몰랐다는 걸 보면 필사도 어떤 기술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나보다.

 

 

 

 

 

 

 

 

활자를 벗어나

-모노타이프의 모듈형 구성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다. 1분에 140자까지 주조하는 모노타이프 주조기는 타자수 한 명이 종이테이프에 구멍을 뚫는 속도보다 작업 속도가 훨씬 빨랐다. 그래서 모노타이프 고객들은 보통 주조기 한 대당 여러 명의 타자수를 고용해서 주조기를 최고 속도로 돌렸다. 사실, 주조기 속도가 너무 빨라서 모노타이프 사용 설명서에는 의기양양하게 "바닥에 떨어진 활자를 주우려고 애쓰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들어 있을 정도였다. 바닥에 떨어진 활자를 줍느니 전체 페이지를 다시 주조하는 게 더 빠르다는 말이었다.

-여러 면에서 모노타이프의 종이테이프는 자기 테이프와 플로피 디스크의 전조였다. 컴퓨터가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읽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주조기 조작자는 급한 활자를 먼저 주조하거나 나중에 쓸 수 있게 구멍을 뚫는 종이 두루마리를 보관해둘 수 있었다.

-결국, 책 인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모노타이프와 라이노타이프가 힘을 겨루던 이 드라마의 단역 배우였다. 1880년대 후반 머건탈러와 랜스턴이 각자의 기계를 붙들고 열심히 일할 때 허먼 홀러리스의 사업을 승승장구했다. 인구조사국에서 홀러리스의 기계식 도표 작성 장치를 빌린 덕분에 1890년 인구조사는 그 전보다 2년이나 일찍 끝났고, 비용은 500만 달러나 절감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몇 년 안에 홀러리스는 '컴퓨터 사용'과 동의어가 될 거대한 기업 왕국을 세웠다. 국제사무기기회사, 바로 IBM이다.

자, 벌써 <책의 책>의 길의 많은 길의 길을 걸어왔다.

파피루스, 양피지를 지나 종이의 역사와 함께 모노타이프를 거쳐 퍼스널 컴퓨터의 시대까지 왔으니 말이다.

이 카피, 정말 대박 카피다.

"바닥에 떨어진 활자를 주우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은 활자를 줍지도 않고 만들어서 그때그때마다 갈아끼워 쓰지도 않으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예전에는 주조기를 사용해 활자를 쳤다. 정말 신기하다. 과거에는 글과 책도 이렇게 남겼다니! 참 요즘은 편리한 세상이다. 뚝딱뚝딱.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얼마나 발전할지 벌써부터 상상이 안간다.

이젠 모노타이프 시대를 지나 지금의 IBM의 전선이 된 기업가 허먼 홀러리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구조사국에서 홀러리스의 기계식 도표 작성 장치를 사용해 일의 효율을 높였고 홀러리스는 IMB이 되었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최첨단 기술과 만나 지금의 막강한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다.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면 내가 기억하기로 IBM이 홀로코스터 때 유대인들을 식별하는 장치도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다른 책에서 읽었는데 어느 정도 나치에 가담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참 많은 사연들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책과 함께 <책의 책>과 함께 다양한 사회, 문화, 역사, 그리고 책의 길을 걸어갔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의 눈으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책> 부제처럼 단언컨대, 책은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가 맞다.

*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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