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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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들을 한권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읽어버리겠다고 별렀는데 계획한대로 되지 않다가 간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테미스의 검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편에 해당되어서 와타세의 햇병아리 시절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작가가 줄기차게 작품 속에서 불합리한 사법시스템으로 인한 속죄의 미완성과 그 허구에 대하여 열변을 토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원죄라는 측면에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폭우가 내리던 밤에 부동산 업자 부부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살인사건이 있었음이 밝혀지고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이 아닌지 용의자를 좁혀 수사해 나간다. 수사팀의 일원인 나루미 경부보와 파트너인 와타세는 죽은 부동산 업자가 생전에 대부업을 한 것을 알게 되면서 돈을 빌려갔던 이들을 차례차례 조사하다 유력한 용의자로 구스노키를 지목하게 된다. 나루미와 와타세는 범행 자백을 강요했으나 완강히 부인하는 구스노키에게 나루미의 주도로 점차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취조방식을 동원해 끝내 실토하게 만들고 법정에 세웠다.

 

 

막상 법정에 서게 되자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며 경찰이 자신을 강압적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는 구스노키. 그러나 모든 증거가 한 치의 허점 없이 구스노키의 범행임을 가리키고 있었기에 결국 재판부는 사형판결을 내린다. 그리고 수감 중에 그는 자살하고 만다. 와타세는 이를 그냥 덮고 넘어가기 힘들었다. 비록 나루미의 주도하에 폭력적인 취조이긴 했으나 정황상 구스노키의 범행임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자식의 무죄를 주장하는 부모에게 오히려 당당했었음에도 말이다.

 

 

이미 세월은 흘러 설사 그가 무죄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치자. 이제 와서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공소시효도 지났다. 무려 28년이 흘렀으니까. 그러나 비로소 싹튼 의혹은 그를 온전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리고 밝혀진 진범. 이 시한폭탄을 만천하에 터뜨릴 것인가? 증거조작을 시도한 나루미는 와타세를 비웃을 뿐이고(비아냥거리는 나루미의 죽빵을 내가 대신 갈겨주고 싶었다.) 경찰동료들은 그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계속 꺼져가는 불씨에 다시 점화하려는 와타세를 심지어 린치까지 한다.

 

 

나라면 여기서 어떤 처신을 했을까? 양심선언은 제3자의 관점에서나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사안이란 말이다. 거대한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내겐 없으리라. 일단 경찰과 검찰이 사건수사를 통해 증거와 자백을 확보한 뒤에 법정에 용의자를 세우는 순간, 무죄로 되돌릴 확률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된 판단과 무리한 실적달성을 위해 원죄를 양성한다면 그걸로 그냥 끝나지 않을까? 피해자의 원통함만 헤아리기에 급급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다면 그 누기 책임지랴. 그런 면에서 와타세는 고독한 늑대였다. 진실을 향해 직진하는 이 남자.

 

 

그래서 다신 오류를 범하지 않겠다며 피눈물 나는 참회를 했을 와타세의 성장담이기도 하고. 시즈카 할머니가 말했던 과거의 원죄 사건의 진상 그리고 그녀가 이로 인해 옷 벗게 된 계기가 담겨 있다. 더불어 사람 좋은 가쓰라기 형사와 시즈카의 손녀까지, 개별적인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이야기 거리로 재활용 하는 작가의 솜씨를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여러모로 재미난 소설이었다. 때문에 시즈카 할머니는 여기서 많이 뭉클하게 만들었다. 기억에 많이 남고 반면에 나루미는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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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2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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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잊고 살았었다. “신의 아이2권짜리란 걸. 심지어 야쿠마루 가쿠의 다른 신간들을 중간에 손댔으니 이제라도 이 아이의 결말을 확인해야 했다. 실제로 1권은 상당한 몰입도가 있어서 뒷이야기가 자꾸 궁금하기는 했다. 그럼 누구도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가공할 수준의 지능을 지닌 천재소년 마치다 히로시에게 어떤 미래가 놓인 걸까? 우선 괴짜 시게무라가 발명한 합성수지는 세상에 내놓자마자 다방면에서 활용되면서 대박을 터뜨렸고 다메이를 오너로 해서 멤버들이 설립한 회사는 나날이 번창했다..

 

 

어쨌거나 마치다 히로시는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물러났다. 급한 불을 껐으니 이대로 평온했으면 좋으련만 마치다를 손에 넣으려는 무로이 진의 마수는 끝내 포기를 몰랐기에 행복 끝 불행시작이 재현되려 한다. 가에데의 공장에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고. 다메이의 회사는 주력상품의 부작용이 갑자기 드러나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 되는가 하면, 다메이의 동생이자 다메이드럭의 오너 아키라는 회사 운영 중에 전횡을 일삼아 심각한 내우외환을 겪게 된다. 한꺼번에 불어 닥친 불행의 총합

  

 

그러던 와중에 나이토와 가에데는 마치다를 둘러싼 흑막을 캐기 시작하였고, 아마미야는 미노루를 찾던 자신을 돕는 고스기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면서 이 소설의 이야기가 번개 맞은 것처럼 폭주한다. 무로이의 세력에 맞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관건인데 반전에 반전 그리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사태는 보통사람들이 누릴 일반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었던 무로이가 우생학적인 관점에서 감정보단 지능에 집착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그 집착의 끝에는 마치다가 서있다. 본래 행복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어 행복의 분배와 조정으로 평등한 세상을 구현하겠다는 무로이의 이상심리가 소위 말하는 신의 아이를 전사로 양성해 혼자만의 성전을 꿈꾸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와 자유, 그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이 거대한 미스터리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라는 편견을 무색케 하고야 만다. 계속된 애정과 관심으로 서서히 감정이란 회색이 다른 색으로 물들더니 마침내 온기가 돌게 된 마치다의 성장이 그래서 따스했고 감동적인 결말이다.

 

 

물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의기가 예상보다 성급하게 마무리된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책 표지의 주먹밥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을 때 만족감은 상당했기에 좋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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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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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상한대로 흘러갈 것 같은 분위기가 처음엔 감지된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참 마음이 쓸쓸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읽은 이라면 다들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느꼈다고들 하니까. 첫 페이지부터 등장인물의 이름은 영어 이니셜이라 그 스타일에 익숙해지기까지 이질감을 감내해야하기도 하다. 일단 이 소설은 사람들이 선뜻 드나들지 않을 것 같은, 폐허가 된 교외의 한 연립주택에서 칼에 심장을 찔려 사망한 남자가 발견된 것으로 시작된다.

 

 

,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칼에 찔리던 순간에 저항한 흔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분명히 고통스러웠을 텐데 오히려 체념? 아니다. 아싸리 너무나도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는 얼굴은 마치 고대했던 순간이 와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정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새삼 궁금해지는 가운데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줄 유일한 단서가 현장에서 발견되는데 Q&A라는 제목이 붙은 노트였다.

 

 

살인자와 피해자가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뜬금없는 선문답으로 시작하는 이 노트의 내용을 읽고 진상을 밝히려는 감식관 G와 형사 K. 어찌 보면 본격적인 추격전을 기대하지 말라는 듯이 노트 속에 담긴 사연은 기구하고도 절절했으니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성당에서 자란 소년 Q는 그곳에서조차 안식을 얻지 못했다. 신부님으로부터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울지 않았던 Q는 정상적인 가정에 입양되고 난 뒤에도 쉬이 적응하지 못한다.

 

 

정식교육을 받은 적 없는 Q가 학교를 다니게 되고 유일한 미술부원으로 만난 &에게서 세상의 잔혹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신은 잔혹하다. 신이 창조한 잔혹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 잔혹한 것이야말로 당연하다고 믿는 두 소년이 맞이했던 비극의 순간들은 슬프고 안타깝다. 한 번 태어난 인생이라면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도 부족할진대 그럴 기회가 원천 차단된 청춘들에게 바치는 애가가 아니겠는가? 비록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이지만 미스터리 소설이 이토록 철학적이라니. 당신을 몸져눕게 만들 궁극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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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 왜 그럴까? 어떤 마음일까?
나응식 지음, 윤파랑 그림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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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워 본 경험들은 조금씩 있을 거다. 그러나 사람한테나 잘할 것이지, 무슨 말 못하는 짐승에게 그런 지극 정성이냐며 못 마땅해 하는 이들도 많은 걸로 안다. 어렸을 때 물렸거나 털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네발 달린 짐승이면 무조건 싫다 같은 혐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사람의 온기로도 채울 수 없는 어떤 아련함, 포근함이 있어서 애정하는 이들은 스스로 집사를 자청해서라도 반려동물을 애지중지 키운다.

 

 

그런 점에서 일명 냐옹신으로 불리기도 하는 고양이 행동 전문 수의사 나응식 원장이 쓴 이 책은 고양이 집사들을 위한 실용만점의 에세이가 될 것이다. 사실 개에 관한 책은 많다. 그리고 이 책도 보통 사람들이 개를 먼저 키우고 있는 상태에서 고양이를 또 입양해 볼까 하는 경향이 많은 게 현실인 점이 은근 불만인 듯 하면서 고양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발에 땀나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고양이의 꼬리 높낮이가 감정의 높낮이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자신감 충만한 고양이가 꼬리가 서 있는 건 당연할 테고 꼬릴 내리고 끝만 실룩거린다면 당신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상태이고, 꼬리를 말아 배 속으로 숨기는 상황이라면 당신이 싫은 것이라는 등 꼬리 상태를 관찰하면 고양이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니 정말 유익하고 재밌는 정보가 아니겠는가? 고양이 세수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바로 잡을 수 있고 캣로드는 어떻게 구성하면 좋은지,

 

 

이렇게 고양이의 습성, 언어, 질병 등 제대로 돌보기 위한 정보가 총망라 되어 정말 고양이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상당한 주의를 요함을 알려주어서 흥미로우면서도 아이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동시에 키우는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대단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키울 거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올바른 지식과 정보 습득과 활용으로 고양이들과 집사들 모두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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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지음,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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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은 헤어디자이너가 아니지만 10대 소녀들을 골라 교살한 뒤 시신에 가위를 꽂아 훼손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생각보다 연쇄살인 건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1건을 저지르고 나면 잠복기를 갖고 잠수했다가 잊을 만하면 등장해서 살인을 저지르니까. 지금까지는 2건이었다. 그래서 날이면 날마다 흉악범죄가 난무하는 요즘에는 자칫하면 묻히기 딱 좋은 유형이다. 나 살아 있소 라고 생존신고 하는 수준.

 

 

그런 가위남은 세 번째 타깃을 물색하는데 미모 찬란한 여고생 유키코가 레이더망에 걸린다. 가위남은 그녀의 주소를 알아내 지하철역 주변부터 집까지 내내 잠복하고 미행하는 스토커로활동하면서 유키코의 가족관계 등 그녀의 신상정보에 대해 서서히 탐색해 들어간다. 그렇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유키코가 살해된 모습을 먼저 발견하게 되면서 졸지에 사체 발견자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누군가 자신을 모방해 먼저 살해한 것이 틀림없어.

 

 

그때부터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모방범을 뒤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 가위남의 연쇄살인을 수사하고 있던 경찰은 회심의 작전으로 호리노우치 범죄 심리 분석관을 투입시키고 관할서의 이소베 형사를 팀원으로 묶어 목격자를 찾기 위한 끈질긴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 사실 처음부터 범인의 시점도 그려지니까 모방범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한편, 진범은 어떤 계기로 경찰에 잡히게 될지, 점차적으로 미스터리로서의 수위조절에 흥미가 급상승 되었는데 일순간에 판이 뒤집혀지는 기분이었다.

 

 

모방범의 정체는 어떻게든 판에 끼워 맞추어도 상관은 없지만 가위남의 정체는 그야말로 서술트릭을 이용한 반전이다. 가위남이 살인을 저지르면서 희생자들을 처리했던 방식은 살인동기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일반적인 단서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미끼였을 줄이야. 그렇지만 가위남의 진짜 살인 동기는 여전히 아리송하고 어리둥절. 마지막까지 가위남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과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도 간극이 있다. 그것마저 이상심리 즉 망상인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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